귀촌단상(3): 소독

어제 늦은 오후 누군가가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었다. 길에 나가보니 비닐 하우스를 하는 영관씨였다. 이장이 소독약과 기름을 타면 그것을 오토바이 뒤에 실은 분무기에 넣어 마을을 돌아다니며 뿌리는 것이었다.

여름날 저녁 무렵에는 하루살이에 모기까지 가세하여 온갖 벌레들이 기승을 부리곤 한다. 그것을 잠재우는데 소독약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누군가 약을 뿌리는 수고를 해야 한다.

여름이 되면 마을 일에 헌신적인 몇몇 이웃들이 늘 그 일을 맡아 해준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장은 면사무소에 가서 소독약과 기름을 받아오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차나 오토바이에 분문기를 매달고 다니면서 약을 분사한다.

마을은 하나의 공동체이다. 주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해야할 일들이 적지 않다. 눈치우기, 방재, 모정(시정) 수리, 당산나무 낙엽 치우기 등등. 전원에 살려면 그런 역할을 기꺼이 떠맡아서 해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눈치껏 열심히 참여해야 한다.

자기 집에만 쏙쏙 들락거리면 결국 외톨이가 된다. 외톨이로는 전원에서의 생존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생존력을 높이려면 이웃들과 협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협력이 어느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고 평소에 쌓아둔 정과 친분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웃들과 마을 일을 함께 하고 나서 막걸리 한 잔을 하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경우는 흔치 않다. 그것은 생존을 넘어서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202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