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우리나라에서 은퇴자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일상은 아마도 산행일 것이다. 아내와 나도 산행 대열에 나섰다.

집에서 승용차로 10분만 가면 축령산 입구이다. 우리가 현재의 거주지로 이사 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축령산의 접근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 온 지 8년 동안 축령산에 오른 것은 1년에 한 번 정도였다.

10여 년 전 오른쪽 다리의 연골이 닳아서 등산을 멈춘 후 산을 좀 멀리했다. 하지만 이제 서두르거나 무리할 필요가 없는데 등산을 다니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주일에 몇 번은 2-3시간씩 축령산을 걸으면 어떨까요?”

그제 아침 커피를 마시며 아내에게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은퇴 후 등산을 처음 시작했다.

아내가 너무 좋아했다. 물론 나도 좋았다. 주변 경치를 실컷 느끼며 걸었다. 세상사에 쫓기지 않으면서 산행을 다니는 맛이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창한 편백 숲에 난 호젓한 임도가 홀연히 우리를 영화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좋은 산과 숲을 지근거리에 두고 있는데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어제는 조금 늦은시간에 축령산에 올랐다. 사람들이 그제보다 더 없었다.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마스크를 써야 해서 여간 불편하지 않았는데 다행이었다.

어제는 숲속  평상에 누웠다. 함께 간 둘째가 평상에 누워보고 싶다고 했다. 50여 미터는 실히 될 나무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오후에 3 시간을 산행에 쓰니 아내도 나도 갑자기 바빠졌다. 그래도 산행은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지 싶다. 산행이 무엇보다 내가 매일 복용하는 약의 양을 줄여주었으면 좋겠다.

첫날 산을 내려오다가 아내가 무릎이 시큰거린다고 불편해 했다. 그래서 당장에 등산 스틱을 주문하고 어제는 임시 스틱을 쓰게 했다. 아내가 훨씬 편안해 했다. 등산 스틱이 배달되면 다음 주부터는 아내도 나도 좀 더 편안하게 산을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2020-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