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2): IQ 패러다임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 느껴지지만 20세기초 사회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학문 중 하나는 우생학(eugenics)이었다.  우생학이란 좋은 형질의 유전은 장려하고 나쁜 형질의 유전은 억제해서 인간의 유전체를 개선하겠다는 학문이다.

우생학은 인종주의와 결합되어 독일에서는 히틀러 정부의 유태인 학살, 미국에서는 반인종적 이민법, 일본에서는 조선인 학살과 식민 지배의 정당화를 낳았으며, 일부 국가들에서는 범죄자나 정신박약자는 물론이고 사회적 약자들을 없애는 거세법(단종법)과 같은  야만적, 범죄적, 반인도주의적 정책과 제도를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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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미있게도 우생학의 시조로 간주되는 프랜시스 갈톤(Francis Galton)–그는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사촌이다–은 현대 지능 연구의 창시자 중 1인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들이 지닌 지적 능력의 차이에 관심이 많았고, 지능을 측정하는 통계적 방법을 고안했다(Ritchie, 2015). 그에게 지능은 인간의 정신적 능력(mental capability)을 의미했으며, 지능은 기본적으로 유전적이나 양육에 의해서 일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능과 관련해서 오늘날까지도 사용되는 “자연과 양육(nature and nulture)”이라는  유명한 표현을 남기기도 했다.

갈톤의 연구를 이어받아 20세기 전반 지능에 대한 연구를 끌어간 것은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의 심리학자들이었다. 그 중 미국 스탠포드 교육대학원의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Lewis Terman)은 IQ(Intelligence Quotient)라는 용어를 고안했고 IQ의 측정 도구의 개발과 향상에 앞서 갔다. 흥미있게도 그는 심리학자이면서 갈톤과 마찬가지로 저명한 우생학자였다.

터먼이 제시한 공식에 의하면, 한 사람의 IQ는 그의 정신 연령을 생물학적 연령을 나눈값에 100을 곱한 값이다(아래 그림 참조). 만약 어떤 사람의 IQ가 100이라면, 그는 생물학적 나이와 정신 연령이 동일한, 즉, 동 세대의 평균적 지능을 갖고 있다고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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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흥미있는 공식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피검자의 ‘정신 연령’이 결국 IQ를 좌우한다. 만약 아동에 대한 IQ 테스트라면, 아동이 조숙할수록(정신 연령이 높을수록), IQ가 높게 나오게 된다. 예컨대 IQ 점수가 아주 높아 ‘신동’으로 간주될 정도라면 그것은 그 아이가 이례적으로 조숙함을 의미하는 셈이다. 아동의 높은 IQ는, 그가 평생동안 뛰어난 지능을 지닐 것임을 함축하지는 않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두뇌 능력이 대부분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는 우생학적 입장이 아니라, 만약 우리가, 지능이 교육과 같은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으며 평생 동안 변화될 수 있다는 입장에 선다면, 아동의 IQ는 그 아이의 조숙성의 정도를 가리키고 있을 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당시 IQ를 연구하던 심리학자들에게 지능이란 추론, 문제 풀이, 추상적 사고, 이해, 학습, 기억 등을 포괄하는 정신적 능력을 의미했으며, 그것은 상당부분 선천적으로, 다시말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속성이었다. 그들은, 특히, 뛰어난 정신적 능력, 즉, 천재(天才)는 문자 그대로, 하늘이 주는 재주, 타고나는 능력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초기 IQ 연구자들은 왜 굳이 인간의 지능을 측정하려고 했을까? 그것과 우생학과의 친화성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사람들을 선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아마 “머리가 아주 나쁜 사람들”을 골라내거나 반대로 “머리가 아주 좋은 사람들”을 골라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후자보다는 전자가 더 큰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20세기초 프랑스에서는 공립(초등)학교 입학 대상 아동들 중 수학 능력이 없는 학생들을 선별하여 입학에서 배제하는데 사용되었으며, 1차대전 때는 지능이 떨어지는 청년들을 징병에서 배제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IQ가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의 도구였던 것이다.

iq and social exclusion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필자의 생각에도 IQ 검사는 백해무익하다. IQ가 높게 나온 피검자는 평생 자신이 머리가 좋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살고, IQ가 낮게 나온 피검자는 평생 그 숫자를 낙인이나 저주처럼 안고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 개인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발달한 오늘날 IQ 검사의 유일한 용도는 사회적 배제 뿐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Q 중심의 지능 연구는 20세기 내내 지능에 대한 인류의 상상을 지배했다. 학자들에 따라서 지능이 다소 다르게 정의되고, 다르게 분류되거나 유형화되었지만 다음  다섯 가지 점에 있어서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1) 지능은 정신적인 능력이다, 2) 지능은 개인적인 능력이다, 3) 지능은 상당부분 선천적이다, 4) 지능은 IQ 테스트와 같이 동일한 척도로 측정되고 비교될 수 있다, 5) 지구상에서 인간이 가장 높은 지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과연 지능은 IQ 패러다임 내에서 밖에 이해될 수 없는 것일까? 지능의 다섯 가지 특성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보다 최근의 연구와 현상을 가지고 그 특성들을 음미해 보자. (2018-02-02, 윤영민)

참고 문헌: Ritchie, Stuart. 2015. Intelligence: All That Matters. London: John Murray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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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1): 배경

개인이나 집단의 생존과 번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경제학에서 생산의 3요소로 토지, 노동, 자본을 드는 것을 보면 적어도 현대경제학의 토대가 마련된 18-19세기에는 그 세 가지가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자원이 넉넉하고(자연 자원), 열심히 일하며(노동), 돈이 충분히 투입되면(자본) 개인이든 기업이든 풍부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던 추측된다. 물론 그러한 인식은 남의 자원을 강탈하거나 남의 노동을 착취하고 돈이 돈을 낳게 하면서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실현되기도 했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중화학공업, 대기업, 대량생산 체제가 출현하고,  20세기 전반에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과학과 기술(science and technology), 경영(management), 그리고 국가(state)가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요소로 추가되었다.  비행기, 잠수함, 원자폭탄 등과 같은 첨단 병기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였으며, 교통통신의 발달로 시장이 전국화되고 국경을 넘어가면서 기업의 규모가 팽창하고 대량 생산, 대량 유통, 대량 판매가 실현되었으며, 덕분에 기업 경영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경영학이 하나의 새로운 학문 분야가 되기도 했다.  또한 각 민족들이 앞다투어 독립적인 국가를 세우면서 다수의 민족-국가(nation-state)가 등장하고, 독일이나 일본 같은 소위 후발국들이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에 성공하면서  민족-국가가 생존과 번영의 새로운 단위, 새로운 주체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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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이후 정보이론의 출현과 함께 계산과 제어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였으며, 1960년대 후반에는 그 기술이 통신공학과 접합되면서 네트워크 기술이 추가되었다. 사실 그것은  국가간 첨단무기 경쟁과 민족국가 발전의 부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2차대전이 냉전으로 이어지면서 강대국 사이에는 미사일과 핵무기, 우주 탐험, 정보전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으며, 경제, 금융, 교육, 연구, 복지, 주택 등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 국가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면서 정부의 정책 수립과 업무 수행은 인구 조사, 주택조사, 산업체 조사, 시장 조사, 여론 조사 등 온갖 유형의 대규모 조사를 토대로 이루어졌고, 그것은 계산, 제어, 네트워크, 암호 기술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수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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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대전 이후 과학기술은 기업들 사이의 경쟁에서 뿐 아니라  국가간 경쟁에서도 가장 첨예한 전선을 형성하였다.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도 RND 투자에 팔을 걷어부쳤다. 이는 20세기 후반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을 필두로 생명공학(bio-technology), 신경과학(neuro-sciecne) 등의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를 목격하면서 학자와 사회비평가들 사이에서는 가치의 원천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해석이 등장하였다. 1960년대 이후에 새로운 가치가 정보(information) 혹은 지식(knowledge)에서 나온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으며, 데이터베이스, 인터넷, 스마트폰이 발달한 1990년대 이후에는 네트워크(network) 이론이 주목을 받았고, 2010년대에는 데이터(data)가 새로운 시대의 석유라는 주장이 대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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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연구와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지능(intelligence)이 가치의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은 정보서비스 산업은 물론이고 로봇 산업을 위시한 각종 제조업에 도입되면서 인류의 미래를 규정할 테크놀로지로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이러한 맥락을 염두에 두고 이제 지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지능의 본질은 무엇일까? 신경과학, 진화생물학, 컴퓨터 과학, 화학, 물리학등의 발달에 기반한 집단지성, 인간 강화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지능은 과연 과학과 산업의 새로운 프런티어가 될 것인가? 앞으로 지능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까? 그리고 지능의 진화는 인간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무척 무겁고 어려운 질문들이지만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탐색해 보자.  (2018-02-01, 윤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