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밥그릇이 문제다.

밥그릇이 비어도 문제고,

밥그릇이 넘쳐도 문제고,

밥그릇을 차버려도 문제고,

제 밥그릇에만 집착해도 문제고,

밥그릇에 쌀밥만 담아도 문제고,

밥그릇 싸움도 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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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이 행복이다.

밥그릇이 있어 행복하고,

밥그룻에 밥을 담을 수 있어 행복하고,

밥그릇에 쌀밥뿐 아니라 검은콩밥을 담으니 행복하고,

밥그릇을 삼분의 일만 채우니 행복하고,

밥그릇에 밥만이 아니라 사랑도 담으니 행복하고,

밥그릇을 나누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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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밥그릇인데 누구에게는 불행의 씨앗이고, 누구에게는 행복의 원천이다. 나는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밥그릇을 비우고 정갈하게 닦았다. (윤영민. 2012/02/07)

첫눈…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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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리면 장미들과 헤어진다. 다시 만나려면 봄을 기다려야 한다.

“교수님, 꿈이 뭐에요?”

5년 전쯤 한 학생이 물었다. 아직 50대 중반이었던 나는 그 질문에 무척 당황했었다.

지금 다시 그 질문을 받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 때처럼 당혹해 하진 않을 것 같다.

아직 꿈도 있고, 소망도 있다. 언제든 차례가 되면 홀가분하게 떠날 준비를 하곤 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해두고 싶은 일들도 있다. 그렇다고 일을 서두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언젠가 10만 광년쯤 떨어진 어떤 별에서 먼 지구를 바라보며 나는 이렇게 아쉬워 하고 있을런 지도 모른다.

“저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행성에서 왜 그렇게 쫓기며 살았을까?” (윤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