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14): 집단지능과 블록체인(6)

블록체인의 핵심 요소 기술은 해시 함수(hash function)이다. 해시 함수는 문자 그대로 하나의 함수(function)이다.

함수란 두 변수(독립변수와 종속변수) 사이의 관계를 규정한다. 독립변수의 값이 입력되면, 규정된 규칙에 따라 종속변수의 값이 산출된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간단한 함수  혹은  를 떠올려 보라.

해시 함수는 어떤 길이의 메시지가 입력되어도 동일한 길이의 숫자[해시값(hash value)]을 산출하는 함수 이다. 실제 다양한 해시 함수가 존재할 뿐 아니라 그것의 수학적 전개는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바로 해시함수를 실행한다. 비트코인에서 사용되는 해시함수는 SHA-256(Secure Hash Algorithm-256: 샤 256이라고 읽음)인데 아래 그림을 눌러서 열리는 사이트(MIT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사이트)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주석 1)

위 그림에서 Data 칸에 필자가 ‘윤영민’이라고 입력하니 Hash 칸에 복잡한 숫자와 문자가 나타났다. 그것이 ‘윤영민’에 대한 해시값(hash value)[그냥 해시(hash), 다이제스트(digest), 혹은 데이터의 지문(fingerprint)이라고 부름]이다.

(1) Data 칸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보라. 길이는 동일하지만 전혀 다른 숫자와 문자의 배열이 나타날 것이다. 이름을 지우고 아무 파워포인트나 워드 문서를 복사해서 넣어 보라. 아무리 긴 문서를 복사해 넣어도 동일한 길이의 해시가 나타날 것이다. 이것이 해시함수의 첫번째 특성이다. 해시함수는 입력값에 관계없이 항상 동일한 길이의 해시값을 산출한다.   

(2) 이번에는 다시 자신의 이름을 넣어보라. 앞에서 이름을 넣었을 때와 정확히 동일한 해시가 나타날 것이다. 아무리 반복해서 이름을 넣어도 항상 동일한 해시가 나올 것이다. 이것이 해시함수의 두번째 특성이다. 해시함수는 동일한 입력값에 대해 항상 동일한 해시값을 산출한다. 

(3)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 뒤에 마침표를 찍고 해시값을 보라. 자신의 이름과 전혀 다른 해시값이 나타났을 것이다. 입력값이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해시의 숫자와 문자의 배열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것이 해시함수의 세번째 특성이다. 입력값이 조금만 변해도 해시값만 보아서는 입력값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전혀 추측할 수 없도록 완전히 다른 해시값이 산출된다.

(4) 이론적으로 해시함수는 소위 해시충돌(hash collision)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해시함수는 제한된 길이(SHA256은 256 비트)로 된 해시값을 산출하기 때문에 입력값이 무한대로 변화하면 서로 다른 입력값이 동일한 해시값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새장의 숫자보다 많은 수의 비둘기를 새장에 넣으면 두 마리 이상의 비둘기가 같은 새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원리이다. 그래서 해시충돌이 없는 해시함수 알고리즘이 계속 새롭게 나오게 된다.    

블록체인은 해시함수를 이용해서 블록과 블록체인을 구성한다. 그렇게 해서 블록과 블록체인에 작은 변화만 생겨도 그것을 탐지할 수 있고 위조와 변조를 예방할 수 있다. (윤영민, 2018-05-13)

(주석 1)

해시 함수를 다양하게 시뮬레이션해보고 싶은 독자에게는 Quick Hash를 추천한다. Quick Hash는 실전용 해싱 소프트웨어이다. 자신의 컴퓨터 환경에 맞는 버전을 다운로드해서 설치하면, 실제로 책 한권의 분량에 해당되는 파일을 해싱해 볼 수 있으며,  MD5, SHA-1, SHA256, SHA512 등 다양한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해싱을 할 수도 있고, 해시함수를 이용해서 두 파일의 동일성을 검사해 볼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용 QuickHash 앱도 있다. 구글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아 스마트폰에서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13): 집단지능과 블록체인(5)

비교적 단순한 기술적 요소인 메시 토폴로지(Mesh topology)부터 알아보자.

블록체인은 인터넷 위에서 운영되는 P2P 프로토콜(protocol)이다. P2P(Peer-to-peer) 네트워크는 인터넷 프로토콜(Internet Protocol, IP) 위에서 파일을 검색하고 공유하는 독자적인 프로토콜을 수행한다. P2P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컴퓨터들은 P2P 네트워크의 노드로써 클라이언트(client)도 되고 서버(server)도 된다.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P2P 네트워크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MP3 파일 공유 사이트인 넵스터(Napster)일 것이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네트워크를 구성한 노드들(nodes)은 여러가지 방식–토폴로지(topology)라고 부름–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 중에서 메시 토폴로지는 기본적으로 노드들이 다른 노드를 거치지 않고서도 서로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소위 완전 접속망(fully-connected network)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만 완전접속망인 메시 토폴로지도 있다(아래 그림 참조).

메시 토폴로지 방식의 P2P 프로토콜로서의 블록체인은 몇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1) 블록체인은 분산 원장(ditributed ledger)이다. 거래와 원장에 대해 책임지는 통제나 권위 기구(노드)가 없으며, 모든 노드(참여자)들이 원장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나누어 갖는다.

2) 네트워크의 참여자는 누구나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3) 각 노드는 다른 모든 노드들에게 방송(broadcast)이 가능하다. 네트워크 참여자는 누구나 거래 요청이 담긴 블록에 대해 검증 요구와 검증 결과를 참여자들 모두에게 즉각 알릴 수 있다.

4) 설령 일부 참여자(들)가 네트워크에서 탈퇴하거나 노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네트워크는 정상적으로 가동된다.

5)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데이터에 대해 집단적으로 동의–이 과정을 합의(consensus)라고 부름–해야 정당한 거래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일단 합의를 거친 거래 기록(블록)은 변경될 수 없다.

한 마디로 메시 토폴로지 기반의 블록체인은 중앙집중적 통제를 대신해서 참여자 모두가 거래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갖겠다는 사상 그리고 중개자 없이도 신뢰할 수 있는 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상이 반영된 교환 네트워크이다. (2018-05-13)

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12): 집단지능과 블록체인(4)

Bitcoin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비트코인(Bitcoin)이 세상에 출현 한 시점이 2009년이니 블록체인(blockchain)은 우리 주위 어딘가에 꽤 오래 존재했던 셈이다.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crytocurrency)와 분리해서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는 어렵다. 블록체인이라는 테크놀로지가 등장한 후 비트코인이 그것의 응용제품들 중 하나로 발명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탄생시키는 테크놀로지로 출현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하나의 대체 화폐로 고안되었다. 화폐의 생명은 신뢰(turst)에 있다. 화폐는 근본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매개체(medium)로 출현했지만 현실에서 화폐는 그런 본원적 기능을 넘어서 가치를 평가, 저장, 그리고 확장하는 수단이 되었다.

화폐 재료는 불쏘시기로 쓰이기에도 작은 종이 조각이거나 크게 쓸모가 없는 금속 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앙정부–대개의 경우 중앙은행–가 그것에 찍힌 액면 가격에 해당되는 가치를 보증함으로써 화폐는 한 사회가 지닌 신뢰라는 자본의 금전적 표현이 되었다.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의 개발자와 사용자들은 화폐의 생산과 유통을 책임지는 중앙정부(은행) 없이도 충분히 신뢰할만한 통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암호화폐는, 사용자들 모두가 거래 원장(ledgers)을 공유하고 사용자들의 노력과 암호기술을 결합하여 거래의 위변조를 방지하며 거래의 정당성을 보증해 줌으로써 가치의 교환이 가능한 하나의 통화 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은 바로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테크놀로지이다.

블록체인은 아래 표에 보듯이 다섯 가지의 요소 기술(element technologies)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해시함수(hash function)가 핵심 기술이다. 거래 원장은 블록과 블록체인으로 구성되는데 그것들 내부의 모든 요소들이 해싱(hashing)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원장에 기재되는 거래자 성명은 공개키로 가명화되고(pseudomized), 거래자는 비밀키로 전자서명을 함으로써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장부의 위변조를 방지한다.

거래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작업증명(proof of work)이 사용되는데, 그것은 해싱에 일정한 난이도를 주고 그 해시(hash 혹은 digest)를 산출하는 어떤 값–논스(nonce)–을 찾아내는 작업을 말한다. 암호화폐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들이 원장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완전 노드(full nodes)를 제외한 나머지 사용자–경량 노드(lightweight node)라고 부름–들에게는 아주 간단히 요약된 원장–그것이 머클 루트(Merkle Root)이다–만 블록 헤더에 포함시켜 공유된다.

암호화폐에서 노드들(nodes)–사용자들–이 연결되는 방식은 메시 토폴로지(Mesh topology)이다. 메시 토폴로지는 기본적으로 노드들이 상호간에 ‘완전히 연결된(fully connected)’ 네트워크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그 요소 기술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2018-05-12)

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11): 집단지능과 블록체인(3)

이번에는 구글의 검색 엔진을 살펴보자. 내부 개발자가 아닌 다음에는 현재 구글의 검색 엔진이 정확히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구글이 검색엔진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검색엔진은 2000년 페이지랭크(PageRank) 알고리즘으로 시작한 이후 계속 갱신되어 왔으며 2013년에 허밍버드(Hummingbird) 알고리즘으로 전환된 후에는 큰 틀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발표에 의하면 검색엔진 알고리즘에는 200여 개의 요소가 투입되고 있다. 외부에 알려진 요소로는, 랭크브레인(RankBrain), 페이지랭크(PageRank), 웹사이트 품질, 검색어의 위치(제목/URL), 검색어의 동의어 존재 여부, 서버의 위치, 컨텐츠 발행 날짜 등이 있다. 그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추측한 다음, 가장 적합한 정보 순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검색결과가 제시되도록 작동한다.(주석 1)

구글의 검색엔진 알고리즘은 계속 진화해 왔지만 구글의 접근방식을 이해하는 데는 아직도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은 크게 변화되지 않았으며 아직도 구글 검색엔진 알고리즘의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다. 웹페이지의 페이지랭크 (점수)를 계산하는 원리는 아래 식(1)로 간단히 나타낼 수 있다.

웹페이지 A의 페이지랭크 는 기본적으로 웹페이지 A에 링크를 건 웹페이지 B, C, D 등의 페이지랭크[ ]를 합한 것이다. 식(1)에서 나머지 요소들은 그렇게 단순한 합을 점수로 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되었다. (주석 2)

이 식을 곰곰히 살펴보면, 해당 검색어(들)를 갖고 있는 웹페이지의 등급—그것도 링크라는 상당히 엉뚱한 기준을 가지고 매긴—이 검색 결과를 제시하는 순서를 결정한다(현재는 페이지랭크 외에도 많은 정보들이 고려되어 최종적인 나열 순위가 결정된다). 한 웹페이지의 페이지랭크는 다른 웹페이지와의 관계(링크 여부)와, 그 웹페이지를 링크한 웹페이지의 영향력(페이지랭크)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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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페이지랭크는 일종의 인기도이다. 웹페이지들이 각 웹페이지를 두고 링크(link)를 거는 방식으로 일종의 인기투표를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구글의 검색 엔진이, 웹사이트들(결국 그것은 운영자들)의 지혜를 기술적으로 취합해서 효율적인 정보검색이라는 사용자들의 ‘공동’ 과제를 해결하는 집단지능임을 의미한다.

IBM의 Chef Watson은 인지적 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이라는 방법을 사용해서 요리 아이디어와 요리법이라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숙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이 사례도 대단히 흥미 있지만 생략하고 다음 포스팅부터는 블록체인을 살펴보자.

 

주석 1: 구글의 검색엔진이 변해온 과정을 보려면 MOZ 웹사이트의 Google Algorithm Change History를 참조. 랭크브레인 알고리즘에 관해서는 Search Engine Land blog의 FAQ: All about the Google RankBrain algorithm을 참조.  PageRank에 대한 알기 쉽고 상세한 수학적 설명은 코넬대학교가 운영하는 The Mathematics of Web Search에서 찾을 수 있음. 이 사이트는 PageRank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선형대수(linear algebra)에 대한 설명도 제공함.

주석2: 는 damping factor인데, “어떤 무작위로 웹서핑을 하는 사람이 현재의 페이지에서 다른 페이지로 가는 링크를 클릭할 확률”이다. 은 모든 웹페이지의 숫자이며, 는 B라는 페이지가 가지고 있는 링크(outbound links)의 총 개수이다. 이 요소들에 대한 쉬운 설명은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 블로그의 “‘쉽게 설명한’ 구글의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참조.

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10): 집단지능과 블록체인(2)

초기에 아마존 웹사이트는 전문가들이 작성한 서평과 추천을 게시했다. 그 서평과 추천은 인기가 있었고 책 판매에 상당한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런 방식의 효과에 만족할 수 없었던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고객들 자신의 구매 선호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오래지 않아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은 사람에 의한 추천을 완전히 대체하였다(Mayer-Schönberger & Cukier, 2013).

아마존의  책 추천에는 품목-대-품목 협업 필터링(Item-to-item collaborative filtering)이라는 알고리즘이 사용된다. 그것은 기존의 추천 시스템들이 지니고 있던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한 것이었다(Linden et. al., 2003).

예컨대 전통적인 협업 필터링(traditional collaborative filtering)은, 고객들 사이의 상관성(흔히 코사인 유사도를 사용한다)을 구해둔 다음, 어떤 고객이 웹사이트을 방문하면, 그 고객과 가장 유사한 몇 명의 고객들을 추려서 그들이 가장 많이 구입했거나 선호하는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고객들 사이의 상관성은 고객들의 상품 구매 기록과 상품 평가 기록을 가지고 계산한다. 이 알고리즘은, 규모가 작은 웹사이트에서는 그런대로 잘 작동하지만 고객의 숫자가 1천만 명을 넘고 상품의 종류가 1백만 가지를 넘어서면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초래하는 여러가지 문제가 대두된다(Linden et. al., 2003: 76-77).

전통적인 협업 필터링처럼 군집 모형(cluster models)도, 웹사이트를 방문한 고객에게 유사 고객들(similar customers)의 선호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한다. 이 알고리즘은, 고객들을 많은 그룹들로 세분해 둔 다음, 새 고객이 방문하면 그를 그 그룹들 중 하나 혹은 몇 개로 분류한다. 그룹들은 군집화 알고리즘이나 비지도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생성된다.

군집 모형은 전통적인 협업 필터링에 비해 큰 규모의 웹사이트에서도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 알고리즘은 전체 고객들의 정보 대신 제한된 수의 그룹들의 정보만으로 추천하기 때문에 추천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Linden et. at., 2003: 77).

이 알고리즘들과는 달리 검색 기반 방법(search-based methods)은,  어떤 고객의 상품 구매나 평가 기록에 근거해서 유사한 상품을 추천한다. 즉, 고객에게 그가 구매했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한 컨텐츠의 동일한 저자, 작가, 감독, 장르 등의 인기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고객의 구매나 평가 기록에 포함된 상품이 소수일 때는 잘 작동하지만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나면 그러한 상품들을 추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Linden et. al., 2003: 78).

아마존의 품목-대-품목 협업 필터링은 고객들의 경험 데이터를 이용하되, 그것을 상품들 사이의 상관관계로 전환해서 사용한다. 설명을 단순화하기 위해 아마존에 네 권의 책(A,B,C,D)만 있고 사용자가 두 명(사용자 1, 2)만 있다고 하자.

만약 새로운 방문자(사용자 3)가 A라는 책을 보았다면 그에게 어떤 다른 책을 추천하면 좋을까? 아마존의 추천 엔진은 다른 사용자들의 책 탐색 기록 정보를 이용해서 A와 가장 상관성이 높은 책 B와 C를 추천한다.

이 그림은 Software Programming blog의 How does the Amazon recommendation system work?을 손질한 것임.

이 과정을 수학적으로 설명해 보자. <그림 1>에서 사용자 1은 [B, C, B] 순으로 검색했고, 사용자 2는 [C, A, B] 순으로 검색했다. 이 정보를 가지고 품목-대-품목 행렬을 구하면 우측의 상단과 같다. 이 행렬을 가지고 두 벡터(vector) 끼리의 코사인 유사도(Cosine Similarity, CosSim)를 구한다. 아래 식에서처럼 두 벡터의 내적(inner product)을 두 벡터의 노름(norm, 벡터의 크기)의 곱으로 나누어 코사인값을 구하면 된다.

위 식에서 보듯이 두 벡터의 내적은 두 변수값의 곱()의 합이고,  벡터의 노름은 각 변수값의 제곱 합(, )의 양의 제곱근이다.

이렇게 구한 유사도는 –1에서 1까지 값을 갖는다. 코사인 유사도 –1은 두 벡터가 서로 완전히 반대 방향인 경우, 코사인 유사도 1은 두 벡터가 완전히 방향이 같은 경우, 그리고 코사인 유사도 0은 두 벡터가 서로 독립적인 경우를 가리킨다. 정보나 책의 검색에서 빈도가 음의 값을 가질 수 없으므로 코사인 유사도는 0에서 1까지의 값을 갖는다.

위의 경우 아마존의 검색 엔진은 책 A와 코사인 유사도가 가장 큰 책 B와 C를 추천한다. 즉, 아마존 검색 엔진은 사용자가 누구인가에 관계없이 책들의 상관성만 가지고 책을 추천한다.

책들 사이의 상관성은 오프라인에서 이미 계산해 두고 있기 때문에 아마존은  고객들에게 책을 비롯한 수많은 상품들을 더욱 빠르고, 더욱 정확하게 추천할 수 있다. 품목-대-품목 협업 필터링은 고객들의 구매, 클릭, 평가 등의 경험을 취합하여 온라인 상품 구매에서 고객들이 안고 있는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지능인 것이다.

단시간 내에 전세계 검색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른 구글(Google.com)의 검색엔진도 집단지능의 흥미 있는 사례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내친 김에 구글 검색 엔진의 원리도 살펴보자. (윤영민, 2018-05-12)

참고 문헌

Mayer-Schönberger,  Victor, & Kenneth Cukier. 2013. Big Data: A Revolution that will transform how we live, work, and think. Boston: An Eamon Dolan Book.

Linden, Greg, Brent Smith, & Jeremy York. 2003. “Amazon.com Recommendations: Item-to-item collabrative filterning.” IEEE Internet Computing, January-Feburary: 76-80.

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9): 집단지능과 블록체인(1)

‘지능이라는 게임’ 시리즈 포스팅의 (1)부터 (8)은 유기적 지능(organic intelligence)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고, 기계적 지능(mechanical intelligence)에 대해서도 약간 언급했다. 기계적 지능에 관해서는 나중에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라는 소주제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현대적 지능의 세 번째 유형인 사회적 지능(social intelligence)에 논의해 보자.  거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블록체인을 집단지능의 하나로 보고 있고, 학교 수업에서 블록체인을 다루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이다.

collective intelligenc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사회적 지능의 대표적인 모습은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 흔히 집단지성이라고 불림)이다. 집단지능은, 많은 사람들의 정보, 지식, 지혜, 추정, 혹은 판단을 모아서, 혹은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서 공동의 관심사 혹은 문제에 대한 해결을 도모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산학에서는 집단지능을 응용 프로그래밍의 하나로 보고 있다. 그 예로 Programming Collective Intelligence 을 참조하시오.)

그렇게 정의하면, 모든 사회조직은 집단지능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국가, 기업, 시민단체, 이익단체, 마을 공동체 등이 모두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노력이라는 점에서 집단지능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적 집단지능에는 과학기술(technology)이 추가된다. 많은 사람들의 기여를 취합하거나, 조정하고, 나아가 그 결과를 제시하는데 과학기술이 적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 집단지능은 사회적 지능이라기보다 사회-기술적 지능(socio-technological intelligence)라고 분류하는 편이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집단지능의 변천을 추적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인터넷을 이용한 집단지능의 효시로는 아마도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University of Iowa)의 교수진이 운영하는 Iowa Electronic Markets (IEM)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소위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s)의 효시이기도 하다(예측시장의 훨씬 흥미있고 대중적인 사례로 Hollywood Stock Exchange, HSX가 있음).

IEM에서 참가자들은 소액의 돈으로 해당 선거의 후보에 해당하는 주식을 산다. 실제로 해당 선거가 끝나면, 선거 결과에 따라서 배당을 받는다. 당연히 자신이 구입한 주식에 해당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면 배당이 된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진지하게 선거 결과를 예측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배팅(?)한다. 그리고 IEM 시스템은 그것들을 기술적으로 취합해서 선거 결과를 예측한다.

IEM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대통령, 정당의 대통령 후보, 주지사, 상원의원, 하원의원, 시장 등 각종 공직자 선거에 대한 주식거래가 이루어졌고, 선거 결과를 예측했다. IEM의 예측 성공률은 상당히 높아 유명 여론조사 기관들의 출구조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관련 논문을 참고하시오).

리눅스(Linux)는 집단지능의 대표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마도 상업적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추천엔진(recommenders)만한 집단지능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특히 Amazon.com의 추천 시스템은 이전의 추천 시스템들과 달리 대규모의 쇼핑몰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이 입증되었고, 음악이나 영화 사이트, 인터넷 쇼핑몰 그리고 SNS까지 너도나도 유사한 추천엔진을 도입해서 고객들에게 ‘개인화’ 서비스 혹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아마존 추천엔진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를 살펴보자. (윤영민, 2018-05-11)

행복한 토론을 위한 몇 가지 기술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국가들 사이의 회담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 정상회담, 당국자 회담, 실무회의 등 여러 수준의 대화가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숨가쁘게 열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대화가 개인 뿐 아니라 집단에게도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런데 대화가, 상호 이해나 타협 혹은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지식의 생산(즉, 연구)이나, 지식과 깨달음의 습득(즉, 학습)에도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흔쾌히 인정하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연구나 학습이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분위기를 개선하는데 쓸모가 있으리라 생각되어, 6년 전 페이스북의 ‘정보사회학’ 페이지에 올렸던 글을 약간 손질하여 전재한다. 당시에는 온라인 대화에 특정해서 논의하였지만 거기에 제시된 내용은 오프라인 대화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권위주의적 혹은 신분계층적 잔재가 남아 있는 우리 사회에서 생산적인 대화가 쉽지 않음은 별로 놀랍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대화를 통해서 상호 이해와 합의에 도달하는 토론(discussion)이 발달하지 못했고, ‘함께 생각하는(thinking together)’ 수단(혹은 과정)으로서의 대화(dialogue)가 보기 드물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방송에 시사토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몇몇 논쟁적 지식인이 연예인 수준의 명사로 등극하고, 유튜브상의 수많은 대안 미디어 덕분에 적지 않은 스타 지식인들이 출현했지만, 대화 그리고 대화적 지식인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선 문화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도대체 ‘함께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부정되는 분위기이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생각한다는 것은 홀로 명상을 한다거나 글을 쓰는 행위와 동일시된다. 대화를 통해 함께 생각하기(이하에서는 다이어로그라고 부름) 위해서는 상당한 훈련이 필요한데,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리고 직장(일부 교육을 제외)이나 대중매체 같은 사회에서도 다이어로그하는 훈련을 시켜주지 않는다.

대화에는 한담(閑談), 난장(亂場)적 대화, 논쟁, 토론, 다이어로그(對談)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앞 세 가지는 잘 발달한 반면 뒤 두 가지는 좀 약한 편이다. 난장적 대화(Carnivalesque)는 전통적으로 판소리 가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요즘에는 유튜브의 시사토론 미디어에서도 발견된다. 그것은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대화이다. 논쟁(debate)도 서구사회 이상으로 발달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벼슬자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목숨까지 걸면서 정치적 논쟁을 했고, 요즘도 TV 시사토론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상에는 직업적 ‘논객’들이 적지 않다.

논쟁(debate)은 나름대로 사회적 가치가 있다. 한 사회에 내재한 상이한 입장과 견해를 극적으로 드러내주는데 논쟁만한 대화 형식이 없다. 또한 논쟁은 논리 발달을 촉진하고 게다가 첨예한 논쟁은 시청자에게 말싸움을 구경하는 재미를 주고, 덕분에 방송국은 저비용으로 취약 시간대 방송을 커버하고 운이 좋으면 제법 괜찮은 시청률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논쟁은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대화의 목표가 승리(혹은 설득)이기 때문에 찬반 발언은 당파성을 띄게 되고 참여자는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어 공격해야 한다. 상대편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패배이다. 논쟁은 보통 우리가 말싸움이라고 부르는 경기이다. 거기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어려우며 상호 이해와 합의를 기대할 수 없고 지식의 생성이나 자기발견적 학습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사회적으로는 분열을 조장하기도 한다. 거기에서는 쟁점이 실제의 차이보다 훨씬 단순화되고 과장되며 감정적인 응어리까지 남기기 때문이다.

논쟁은,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상호이해와 합의에 도달하는 토론과 구분되며, 더구나 참가자들의 기여를 최대한 끌어내면서 교육(혹은 학습) 효과를 내거나,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의사결정을 해내는 다이어로그와는 판연히 다르다. 그렇다면 지식생성과 학습을 위한 다이어로그를 성공적으로 일어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우리가 정말로 ‘함께 생각하기(thinking together)’의 놀라운 효과를 기대한다면, 무엇보다 세 가지 전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대화 참여자들이 서로 존중해야 한다. 다른 참여자들의 능력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그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참여자들의 잠재력이 성공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 서로 무시하고 경시하는 순간 함께 생각하기는 물 건너 간다. 참여자들은, 내 의견이 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공동의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꼭 명시적인 대화를 통해서 공동의 목표가 설정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일방적으로 주어질 수는 없다. 설령 묵시적일지라도 대화 참여자들이 대화의 목표를 충분히 공감하고 수용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일회의 대화가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의 공동체로서의 목표일 수도 있다. 예컨대 SNS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도 있겠고 지역발전이 목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진정성을 갖추어야 한다. 대화 참여자들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이 자신도 모르게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목표와 용도가 명시적이며(explicit) 공공적(public)이어야 한다. 이는 대화 주도자에게 해당되는 요건이다. 일반적인 대화 참여자들이 대화를 통해서 자신을 알리거나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가려는 의도까지 배제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요건을 갖추면 다이어로그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Lawrence M. Miller의 “Dialogue: learning to Think Together(2004)”를 참고하여 작성된, 다이어로그가 성공하기 위해 실천되어야 할 요소들이다.

1) 경청하라(Practice Deep Listening): 논쟁할 때는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을 발견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지만 다이어로그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경청한다. Miller의 글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다이어로그는 작가적 경청을 필요로 한(Dialogue requires the listening of the writer). 즉,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 다른 사람의 스토리를 듣는 능력, 각 스토리에 의미를 부여하는 디테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이 필요하다(Miller, 2004: 9).”

2) 질의하라(Practice Inquiring versus Acquiescing): Miller의 지적처럼 “질문은 학습의 근본적인 수단이다.” 여기까지는 대단할 게 없고 다음이 중요하다. 논쟁과 달리 상대방을 곤경에 몰아넣기 위해서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에서 상대방의 기여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질문을 해야 한다. 예컨대 누군가가 어떤 제안을 했다면, 그 제안의 완성도를 높이고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이어로그는 대화의 상대를 성장시키면서 내가 성장하는 기회이다.

3) 판단을 유보하라(Practice Suspending Judgment): 논쟁에서는 판단이 빨라야 한다. 전광석화처럼 상대의 허점을 치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이어로그에서는 누군가의 발언에 대해 서둘러 평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충분한 반대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경험을 했고, 다른 사람보다 지식이 많으며, 다른 사람보다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통 판단이 빠르다. 그것이 장점인 경우도 많겠지만 다이어로그에서는 단점이 된다. 다이어로그에서는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다. 겸손이야말로 다른 사람이 함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백을 준다.

수업이나 온라인 다이어로그에서는 겸손이 특별히 중요하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어떻게 평가 받을 지에 대해 두려운 생각을 갖기 쉽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이 편안히 자신의 생각을 발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겸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4) 상대를 부인하는 유형화를 피하라(Avoid Dismissive Categorizing): 이 또한 뼈아픈 말이다. 그것은 논쟁에서는 가장 자주 사용되는 공격법이다. 좌빨, 수구꼴통, 진보, 보수…정말 우리 사회의 대화에서는 부인적 유형화가 아주 심하다. 사람이든 발언이든 부인적 유형화를 해버리면 그 다음부터 다이어로그는 회복 불능 상태에 들어간다. 일단 상대에게 색칠을 해버리면 그의 모든 발언이 긍정적으로 해석되기 어렵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상대나 상대의 발언에 대한 유형화는 피해야 한다.

5) 당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아라(Seek Your Authentic Voice):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의 말을 이해한 다음 자신의 생각을 새겨본다. 말하기 전에 먼저 곰곰이 자신의 생각을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대화 중인 주제에 관해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입장을 찾았다고 생각되면 지체 없이 그리고 당당히 발언해야 한다. 대화의 흐름이 빠르면 말할 기회를 놓치기 쉽다. 그리고 일단 흘러가고 다면 대화의 초점을 되돌리기가 무척 어렵다.

다이어로그를 시작할 때 대다수의 참여자들은 주제에 관한 잘 모를 수 있고, 참여자들의 사전적인 지식의 편차가 아주 클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이어로그가 진행되면서 참여자 개개인에게 정보와 깨달음이 빠르게 쌓여간다. 뿐만 아니라 다이어로그의 최대의 성과는 혼자라면 얻기 어려운 깨달음-지식-을 함께 얻게 되는 것이다. 집단지성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다이어로그가, 최적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끝나버리는 ‘집단사고(group think)’에 머물지, 아니면 참여자 개개인의 지적 능력을 초월하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성취할 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하고, 다섯 가지 원칙을 잘 지킨다면 다이어로그를 성공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윤영민, 2018-05-04)

인공신경망과 뇌의 뉴런: 정확한 유추가 필요

전산 전문가들이 펴낸 딥러닝(Deep learning)이나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저술을 보면 인공신경망을 인간의 신경세포와 비교해서 설명할 때 다소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둘 사이의 유추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한 전산학자의 최근 저서를 보면 인공 뉴런과 인간 뇌의 뉴런을 다음과 같이 비교해 설명했다.

오창석. 2018. <딥러닝을 위한 인공신경망>. 내하출판사. 41쪽.

우선 입력이 수상돌기에 해당되는 값으로 그려져 있는데,  잘못된 서술이다. 입력은 시냅스-전-뉴런(presynaptic neuron)의 축삭종말(axon terminal)에 도달한 신호(신경 자극)로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할 것이다. 그것이 축삭종말에서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로 바뀌어 시냅스 틈(synapse cleft)에 분비되고, 그것이 시냅스-후-뉴런(postsynaptic neuron)의 수상돌기의 수용체들(receptors)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까지가 시냅스(synapse)에 해당된다. 그림에서 연결강도라고 표시된 부분이다. 그런 다음 시냅스-후-뉴런의 수상돌기에서 신경전달물질은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로 바뀌게 되는데 그 부분에 해당되는 과정은 그림에 없다. 그림에 세포체라고 표시된 부분은 축삭(axon)이다. 표시가 잘못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공 뉴런의 노드에 해당된다. 세포체는 여러 수상돌기로부터 들어온 활동전위를 합산하고 그것이 역치(threshold value)를 넘으면 신호를 전달해야 된다고 판단하고 축삭을 향해서 활동 전위를 발사한다. 그 활동 전위가 위 그림에서 인공 뉴런의 출력에 해당된다. 그림에 ‘축삭돌기’라는 표현이 있는데 영어 이름은 axon terminal로 ‘축삭종말’이라고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되며 그것의 위치도 축삭의 맨 끝 부분(위 그림에서 오른쪽 끝의 T 자 모양)이 맞다.

혼란을 바로 잡기 위해 다시 정리해 설명해 본다. 아래 그림은 한 개의 인공 뉴런이 작동하는 과정을 간략히 모형화한 것이다. 맨 왼쪽의 상자들은 여러 개의 입력값을 나타낸다. 그것들은 각각 다른 가중치(weight)를 지닌 경로를 통해서 노드(node)에 들어온다. 노드에서는 각 입력값과 가중치의 곱이 합산되고, 활성함수를 통해서 나온 값이 역치를 넘으면 산출값을 내놓는다.

artificial neural network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인간 뇌에서 발생하는 뉴런과 시냅스 사이의 신호 전달에 비교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다시 이 그림을 갖고 작동 순서대로 서술한다.

인공뉴런의 입력값()은 시냅스-전-뉴런의 축삭종말(axon terminal)에 활동 전위 형태로 전달되는 신호들의 값(강도)이다. 가중치()는 시냅스 가중치(synaptic weight)에 해당되는데, 그것은 시냅스-전-뉴런의 축삭종말에서 시냅스 틈으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이나 시냅스-후-뉴런의 수상돌기에 형성된 수용체들의 수효(이것은 수용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결정한다)에 의해 결정된다. 시냅스 후의 값()들은 시냅스-후-뉴런의 수상돌기를 통과되는 신호들의 값(세기)를 나타낸다. 그것들은 세포체(cell body)에서 합산되고, 그 총합(sum)이 역치를 넘으면 신호가 다음 뉴런에 전달되도록 활동 전위(action potential) 형태로 축삭(axon)을 향해 발사된다.

강화학습이 일어나는 경우 인공뉴런에서는 역전파(backpropagation)의 방법으로 가중치들이 조정되고 더 정확한 산출값을 내놓게 된다. 인간 뇌에서는 만약 동일한 자극이 반복적으로 전달되거나 보상예측오류(reward prediction error)가 발생할 경우, 동일한 자극에 대해 신경전달물질이 더 많이 분비되거나 수상돌기에 더 많은 수용체가 형성되어  더 효율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시냅스 가중치가 변화된다.

전산 서적들에서 이러한 유추가 보다 정확히 사용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윤영민, 2018-04-23)

SF 영화 속 인공두뇌, 과연 개발될 수 있을까?

ex machina brain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영화 Ex Machina에서 AI인 엑스 마키나의 머리에 들어갈 인공두뇌를 보여주는 장면.

인간의 두뇌가 지구상의 어떤 물체보다도 복잡하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직 두뇌와 지능을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고, 그것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도전은 더 더욱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egence)은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이나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처럼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되고 있지만, 수십년 이내에 엑스 마키나처럼 인간에 버금가거나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AI 로봇, 혹은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에서처럼 인간의 두뇌-지능이 업로드된 슈퍼컴이 출현할 가능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transcendenc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에서 과학자 윌(조니 뎁 연)의 뇌가 슈퍼컴에 업로드되는 장면.

인공신경망 같은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구현되는 현재의 폰 노이만 방식의 컴퓨터는 인간 두뇌와는 비교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낮은 기술 수준이다. 슈퍼컴이라는 고성능 컴퓨터라고 별로 다르지 않다.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유연성도 없으며, 덩치도 무지하게 크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전기를 사용하며, 작동 과정에서 열도 많이 발생한다. 그 때문에 트랜지스터 집적 기술, 배터리 기술 개발, 신소재 개발 등에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그러한 발전 방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추구되어온 방향 중 하나가 인공두뇌(artificial brain)의 개발이다. 인공 지능이 계산, 학습, 기억, 의사결정, 예측 등과 같은 두뇌의 기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모방하려는 노력이라면, 인공두뇌는, 최대한 인간 두뇌와 닯은 물체를 제작하여 거기에서 지능이 스스로 발현되게 하려는 시도이다.

인공두뇌 연구자들은 두뇌-지능의 핵심을 뉴런(neuron)과 시냅스(synapse)의 결합으로 본다. 학습, 기억, 종합, 판단, 예측 등과 같은 지능이 뉴런과 시냅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공두뇌(artificial brain)이란 인공뉴런(artifical neuron)과 인공시냅스(artificial synapse)로 구성된 물체이다.

스위스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인공 뉴런의 모습.

2015년 스위스의 Karolinska Institutet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유기적 뉴런과 연결되어 작동할 수 있는 인공 뉴런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들의 발표에 따르면 그 인공뉴런에는 바이오센서(amperometric biosensors)와 유기 전자 이온 펌프(organic electronic ion pumps)가 부착되어 있어, 한쪽 끝에서 인간 뉴런으로부터 화학적 신호를 받으면 그것을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 전달할 수 있으며, 다른 끝에서 그것을 다시 화학물질로 바꾸어 다른 뉴런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갖추었다고 한다(Simon, et. al., 2015; Wenz, 2015). 문제는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생물체의 뉴런에 비해 아직 크기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금년(2018년) 1월 Science Advances지에 더욱 획기적인 연구가 발표되었다. 미국의 국립표준연구소(NIST)의 연구팀은 인간의 뇌처럼 학습을 할 수 있는 인공두뇌를 구현했다고 발표했다(Schneider, et. al., 2018). 그 인공두뇌 속의 시냅스는 인간 두뇌의 시냅스처럼 시냅스 가중치가 바뀔 수 있는 가소성(plasticity)을 갖고 있다.

쉬나이더 박사 연구팀은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에 자성을 지닌 나노입자들(magnetic nanoclusters)을 절연체(barrier)로 사용하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연구팀은, SFQ(Single Flux Quantum) 초전도체(superconduct)로 시냅스 전 뉴런을  만들고,  SQID(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 초전도체로 시냅스 후 뉴런을 구성하였다.

출처: Schneider, et. al.(2018)

이 인공뉴런에서 획기적인 점은 절연체(JJ synapse)가 마치 인간 두뇌의 시냅스처럼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첫째, 시냅스 전 뉴런에서 일정한 역치(threshold value) 이상의 전류가 흘러들어오면 전류가 절연체를 통과해서 시냅스 후 뉴런으로 흐르며, 둘째, 절연체에 전류 펄스를 반복해서 가하면 자기장(magnetic field)이 형성되고 그 영향으로 나노입자들이 점차 한 방향으로 정렬되면서 전류의 역치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인간두뇌에서 뉴런의 수상돌기에 들어오는 자극이 강하면 신호가 다음 뉴런으로 전달되고, 동일한 자극이 수상돌기에 반복적으로 들어오면 시냅스 전 뉴런의 (축삭 종말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이 늘거나 시냅스 후 뉴런의 (수상돌기에) 이온 수용체의 수효가 늘어서 시냅스 가중치(synaptic weight)가 커지는 현상과 유사한 모습이다.

이 인공두뇌는 초전도체로 구성되어 극저온에서 저항없이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으로 전기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그 인공두뇌는 초당 10억회의 전기신호를 전달할 수 있으며(인간두뇌는 초당 50회 정도를 전달), 그 작동에 아주 소량의 에너지만사용된다.  그리고 그 인공시냅스의 직경은 10 마이크로미터(10만분의 1미터)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인간의 뇌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인공두뇌의 개발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Reardon, 2018).

그러나 리어돈(Reardon, 2018)이 지적하듯이, 복잡한 컴퓨팅을 위해서는 수백만 개의 인공시냅스가 필요할턴데, 과연 인공두뇌의 규모가 그렇게까지 확대될 수 있을 지 아직 미지수이고,  그 인공시냅스들이 절대 영도(섭씨 – 273.15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액체 헬륨을 사용해서 냉각되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스마트폰처럼 소형으로 구현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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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의 획기적인 연구만 보더라도 인간의 뇌에 비견될 수 있는 인공 두뇌가 개발되기까지는 많은 장애가 극복되어야 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1980년대 후반 절대 영도보다 상당히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체가 되는 물질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조셉슨 효과를 이용한 ‘초전도체 컴퓨터’가 10년 이내 발명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김두희, 1988). 그러나 그 후 3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 초전도체 컴퓨터가 출현했다는 소식은 없다. 위에서 소개한 미 국립표준연구소 연구팀의 발견이 초전도체 기반의 신경컴퓨터–즉, 인공두뇌–의 등장을 크게 앞당길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공두뇌을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또 한 세대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SF 영화에서 보는 로봇에 장착될만한 인공두뇌가 제작되려면 과학자들은 이미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훨씬 더 먼 길을 가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영민 2018-04-22)

대학에서의 사회과학 수업,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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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사회과학 수업에서 교수는 자신이 강의하는 사회 문제나 쟁점에 대해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학 수업에서는 중고등학교 때처럼 표준화된 교과서식 해답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것은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강의하는 교수가 분석 문제나 쟁점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나 입장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교수는 자신의 목소리(주장) 톤을 최대한 낮춘다. 그래야 학생들이 사회 현상에 대해 다양한 이론과 입장을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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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이, 교수가 학생이라는 포박된 청중(captive audience)에게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강의는 추종자, 비판자, 그리고 무관심한 자를 생산하는 설득 행위가 되어 버린다. 강의가 일종의 상품 광고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에서 교수는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 문제나 쟁점에 관련된 다양한 관점, 입장, 이론, 사실 등을 검토하도록 요구한다. 교수들은, 학생이 무슨 의견이나 입장을 갖고 있는가보다 학생이 자신의 의견, 입장, 혹은 느낌을 얼마나 기품있게 제시할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학생에게 그러한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대학 교육의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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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실은, 교수의 ‘정견’ 발표장이 아니듯, 학생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그것은 흔히 선입견이나 편견이곤 한다–을 확인하거나 강화하는 장소가 아니다. 물론 이 말은 학생들이 자신의 신념이나 의견을 주장해서는 안되는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그보다는 교수나 다른 학생들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하는 열린 자세를 강조하는 말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은 서로 다른 생각이나 입장을 가진 타인(교수, 학생 등)을 만나서 자신의 생각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며, 수정한다. 수업에서 그런 깨달음을 얻으려면 학생들은 남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고 토론에 임해야 한다. 물론 이는 교수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교수도 학생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매년 신입생을 마주하면, 나 스스로 대학교육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교수와 학생은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좋은 반성의 기회이다. (윤영민, 2018-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