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측백, 그리고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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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측백

지난 주에는 정원의 꽃나무들에 퇴비를 듬뿍 주었다. 그러고나니 비가 많이 내렸다. 꽃나무들이 오랜만에 포식을 했으리라. 대문부터 현관까지 도열한 황금측백 나무들이 옷을 갈아 입는다. 잎의 끝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연초록빛으로 바뀌고 있다. 봄이 온 것이다.

틈만 나면 막내에게 강의(?)를 해준다. 그렇게 학구적이 아닌 녀석인데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니 고맙다.

어제 밤에는 개념, 모형, 이론, 그리고 지식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래는 내 이야기에 관한 간략한 요약이다.

  •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인간이 생각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개념(concepts)이다.
  • 개념이란 무엇일까? 개념은 공통적인 특질을 지닌 대상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단어이다. 책상, 걸상, 사람, 여자, 남자, 책, 연필, 컴퓨터, 스마트폰, 볼펜 등등.
  • 개념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과 구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남자라는 개념은 남성을 여성으로부터 구분시켜주고, 사람이라는 개념은 신이나 짐승처럼 사람이 아닌 존재로부터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 개념의 저수지(reservoir)가 풍부한 사람은 세상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반면에 개념의 저수지가 빈약한 사람은 대상들이나 현상들을 구분해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흔히 사용되는 “개념 없는 사람”이란 대상의 구분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가리키고, 반면에 “개념녀”라는 말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잘 인식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여성을 가리킨다.
  •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것은 개념의 저수지를 채우는 일이다. 대학을 다니는 것도 동일한 이유이다.
  • 개념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되면 주장이나 설명이 된다. 이론이란 세상에 대한 간략한 설명(혹은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어떤 설명이나 주장이 없으면 이론이 아니다. 설명이나 주장은 반드시 인과관계(causality)를 포함한다. 인과관계란 원인과 결과에 대한 서술이다. 그래서 이론은 세상을 이해하게 해준다. 또한 이론은 간략해야 한다. 세상 자체가 복잡해서 머리가 아픈데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까지 복잡하면 그것은 세상에 대한 인식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머리만 더 아프게 할 뿐이다. 그리고 무슨 현상이든 ‘세상’이 될 수 있다. ‘화학적 현상’이 ‘세상’이 되면 화학이론이 되고, ‘생물학적 현상’이 ‘세상’이 되면 생물학 이론이, ‘물리학적 현상’이 ‘세상’이 되면 물리학 이론이 된다.
  • 복잡한 세상을 간략하게 묘사해서 이해를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개념들이 결합되 있다는 점에서 모형(model)은 이론과 닮았다. 지구 모형, 자동차 모형, 확률 모형, 회귀 모형 등등. 그러나 모형은 그 안에 꼭 인과관계(causality)를 포함할 필요가 없다. 통계학에서는 모형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 중 회귀 모형(regression model)과 같은 이론적인 모형(theoretical model)은 인과관계를 포함하지만, 정규분포, 멱함수 분포, t 분포, 베타분포, 균일 분포 등과 같은 확률 모형(probability models)은 인과관계를 포함하지 않는다.
  • 지식(knowledge)은 정보(information)와 구분될 수 있다. 물론 넓은 의미로 정보는 지식을 포함하지만 말이다. 지식은 반드시 체계적인 내용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이론이나 모형은 지식의 중요한 부분이 되곤 한다. 지식과 달리 파편적이거나 단편적인 내용도 정보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는 정보이지만 지식이 아니다. 공무원 시험에 사용되는 두꺼운 “일반 상식” 책에는 단편적인 정보만 가득 담겨있지 체계적인 정보인 지식은 거의 없다.
  • MIT 교수였던 Machlup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보는 그냥 듣기만 해도 얻을 수 있지만, 지식은 오직 생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Information is acquired just by being told, whereas knowledge is acquired only by thinking).”

지식은 오직 생각이라는 과정(흔히 그것은 수고스럽다)을 거쳐서 얻어진다. 예컨대 대학 수업에서 교수는 지식을 강의하지만, 학생들에게 교수의 강의는 정보에 지나지 않곤 한다.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를 자신의 지식으로 만드는 유일한 길은 그 강의를 곰씹어 생각하는 것이다.

막내에게 내 이야기가 단순히 정보에 그치지 않고 지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윤영민,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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