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에 관한 무임 승차론, 적절한 문제 제기인가

freerider

흔히 ‘협력’하면 떠오르는 염려 중 하나는 ‘무임승차(free riding)’이다.  1965년 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이라는 맨슈어 올슨(Mancur Olson)의 저서가 남긴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여러사람들의 협력을 통해서 공공재(public goods)를 제공하는데 있어 가장 큰 도전은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재는 그것을 창출하는데 동참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그것의 수혜를 배제할 수 없다. 올슨에 의하면, 그러한 공공재의 경우 합리적인 개인이라면 “손을 안대고 코를 푸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대가는 지불하지 않고 결과만 누리는 것이다.

특히 공공재의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커질수록 무임승차의 유혹은 커지고, 일단 무임승차자가 출현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협력할 의욕을 잃게 되어 결국 공공재의 공여는 실패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올슨은 ‘선택적 인센티브’로 무임승차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만,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선택적 인센티브 제공이 불가능해지고 설령 공동의 목표가 있더라도 협력에 성공할 확률이 낮아진다고 역설한다.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는 집단 행동(협력)의 가장 알려진 사례는 선거이다. 공직자 선거에서 유권자는 투표를 하기 위해 제법 많은 비용(시간, 수고 등)을 지불해야 한다. 선거 결과 상대적으로 훌륭한 공직자가 선출되면 좋지만 자신의 한 표가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꾀가 난다. 선거일에 투표를 하지않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투표율이 낮아지고 결국 그렇고 그런 후보들이 뽑히게 되며, 공직자들은 국민, 시민, 유권자를 두려워 하지 않게 된다. 다수 유권자들의 무임승차 덕분에 장기적으로 선거 공학이 발달하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올슨의 이론은 여러가지 바판을 받아왔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인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연 오늘날에도 반세기 전에 제기된 올슨의 주장은 여전히 타당한가? 혹시 무임승차 이론은 잘못된 문제제기가 아닐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첫째, 무임승차 이론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타산적인 유권자들의 행동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국민으로서, 유권자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진지하게 투표에 임하는 다수 유권자의 협력적인 행동을 설명하지 못한다.

둘째,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이지만 사람이 타산적(합리적)이라는 가정에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관련된 연구를 보면, 많은 경우 사람들이 타산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항상 타산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혹은 정치적 집합 행동에 있어 경제학 모형에서 가정하는 정도로 사람들이 철저하게 이해타산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이타심이 많은 사람도 있고, 규범지향적인 사람도 있으며, 대의를 생각하고 사는 사람, 투철한 시민적 책임감을 지닌 사람도 많다.

셋째, 예로 든 투표의 경우 무투표나 기권의 선택을 단순히 무임승차로 설명하는 것은 통계학에서 말하는 모형규정의 오류(model specification error)일 수 있다. 무투표의 설명 모형에 중요한 요인(들)이 빠져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선거에 참여한 정당들이 성격, 노선, 정책 등에 있어 별로 차이가 없다든지, 후보자들이 그밥에 그나물이라든지, 누가 뽑히던 정부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든지 등과 같은 중요한 사회정치적요인들이 무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투표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다른 공공재 생산에서 자주 목격되는 참여 가치 현상이 무임승차론의 결과중심적 해석에 반한다. 예컨대 자발적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참여자들에게는 참여 자체에서 느끼는 보람이나 기쁨이 결과 향유에 못지 않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즉, 참여 자체가 훌륭한 동기가 될 수 있는데도 무임승차론은 참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개념은 인간의 인식을 규정한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무임승차론은 지금까지 보다 훨씬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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