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다”와 “잘살다”가 구분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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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에서 “잘살다” = “부유하게 살다”이다. “그집은 아주 잘살아!”라는 말은 “그집은 아주 부자다”, “그집은 아주 부유하다”라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살기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언어 사용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잘살다”가 “부유하다”와 분화되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 지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잘하다”가 “훌륭하다” 혹은 “멋지다”는 의미인 것처럼 “잘살다”를 “행복하게 살다”, “현명하게 살다”와 같은 의미에 국한시켜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영어에서는 “부유하다”를 표현할 때 richness, affluence, wealth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행복하게 산다”, “현명하게 산다”를 표현할 때는 well-be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물론 서구사회에서도 well-being이라는 단어가 비교적 신조어일 것이다. 스펠링이 아직 wellbeing이라고 굳어지지 못하고 well-being과 혼용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짐작된다. 그것은 서구 국가들에서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어휘일 것이다.

지난 반 세기 이상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우리나라는 J.K. Galbraith가 말한 “풍요로운 사회”에 진입했다. 부유한 나라가 된 것이다! 구매력 기준으로 우리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3만5천달러로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소위 선진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 사실을 별로 느끼지도 흔쾌히 인정하지도 못하겠지만 말이다.

인식 전환의 핵심은 삶의 지향이 “부자되기”가 아니라 “행복해지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행복“을 영어의 well-being에 해당되는 단어로, 그리고 “잘살다”행복을 추구하며 지혜롭게 산다”는 의미의 동사로 사용하기를 제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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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움 혹은 재산(돈)은 행복을 위한 경제적 조건에 불과하며, 어느 정도 이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 소득은 행복을 증가시키는데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Easterlin paradox). 행복(well-being)은 경제적 조건 외에 사회적 관계, 신체적 여건, 심리적 상태, 환경적 여건, 직업 등 여러가지 요인들에 의해 좌우된다(그림 참조).

지난 반세기 동안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가 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면서 우리는 부자가 되면 당연히 행복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지표가 그것을 증명한다. OECD 국가들 중 자살률 1위, 자살증가율 1위, 노인 빈곤율 1위 등등. 우리 사회는 부유하지만 가장 불행한 나라가 된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해야 한다. 그리고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 전환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윤영민, 2016/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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