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감퇴

일평생 장기 기억은 내 지능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였다. 내 기억력은 평범했다. 시험을 치루거나 연구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할 정도로 약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억력이 좋아서 시험을 치거나 일을 하는데 남보다 유리했던 적은 없었을 정도로 그저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기억력마저도 점차 약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새로 들어오는 입력이 뇌 속에 저장되기가 무척 어렵다. 특히 숫자나 이름 같은 단편적인 것들이 그러하다. 순간 순간 좌절을 느낄 때가 자주 있지만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스스로 위로해야 하나. 아직 생활은 다소 불편하지만 공부에 크게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니 말이다.

내 두뇌를 5년쯤 더 쓸 수 있을까? 그래도 칠십까지는 지금처럼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나친 욕심인가.

기억력이 약해진 반면 이해력은 좋아졌는지 다행히 배움이 힘들지는 않다. 다만 치매가 걱정이다. 치매가 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치매가 찾아올 때까지는 공부를 즐기자. 지금 이렇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만도 축복이 아니겠는가. 60대 초반이나 그 전에 치매가 찾아온 학자들도 드물지 않으니 말이다.

50대 초반에 나는 국내에서 녹내장 최고 권위자라는 의사로부터 60전에 시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아직 양쪽 눈을 잘 쓰고 있다.

두뇌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뭐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쩌겠는가. 세상에 앞당겨서 미리 걱정할 일은 없다. 그저 하루 하루 감사하면서 열심히 살면 그만이다. (20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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