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초입에…

거실에서 바라보는 집앞의 풍경은 늘 바뀐다. 지난 한 2주간은 가을을 느끼게 하는 단풍이 일품이었다. 입동이 지나고 겨울에 들어가면서 단풍잎이 많이 떨어진다. 이제 비라도 한번 내리면 단풍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울타리로 심은 남천의 붉은 잎과 열매가 겨우내 단풍을 대신할 터이니 그다지 쓸쓸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눈이라도 내릴라 치면 그 붉은 열매들은 하얀 눈속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나는 일생을 일종의 유목민으로 살았다. 태어나서부터 현재의 주거지에 오기까지 한 군데서 5년 이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 20대 후반에 결혼한 후에는 한 곳에서 3년을 넘어서 산 적이 별로 없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거의 습관적으로 3년이면 이삿짐을 쌌다. 한 곳에서 오래 살면 지루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랬던 내가 8년 전 장성에 이사온 뒤로는 눌러 앉았다. 이사갈 맘이 전혀 없다. 아내는 더욱 그러하다. 한 때 목포로 이사갈까 하는 충동이 들었었지만 산이 너무 멀고, 친구가 너무 멀어진다는 생각에 그 충동을 사정없이 눌러버렸다. 친구와 멀어지는 것은 문제이긴 해도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산은 아니다. 적어도 500-600m 되는 높이의 산들이 주변에 없으면 나는 살기 어렵다. 왜 그런 지는 나도 모르지만, 50대 이후에 집터를 구하면서 나는 내가 산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산에 자주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산들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내게 있어 집터의 중대한 조건이다.

그리고 집 주위의 환경이 조용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나는 소리에 무척 민감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소음을 잘 인내하지 못한다. 일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잠을 잘 이루지도 못한다. 덧붙여 집 주변에 눈 둘 곳이 있어야 하고 호젓하게 산책할 곳이 있어야 한다.

이른 아침 거실 커튼을 걷으며 멋진 풍경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행복감이 드는 지 모른다. 매일 커피를 마실 때면 맛있는 커피가 필요하지만 커피를 마시며 바라볼 수 있는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오늘도 이렇게 훌륭한 곳에서 살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20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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