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과 도시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전원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전원에 살면 도회지의 삶을 모두 포기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전원에서 살면 생활의 중심이 도시에서 전원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도시적 삶이 일상에서 영 멀어져 버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라이프 스타일은 분명 어느 곳에서 사느냐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지만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가 라는 선호에 의해서도 그에 못지 않게 영향을 받는다.

아내와 나는 대도시에서 30-40km쯤 떨어진 곳에 터를 잡았다. 서울로 치면 강남에서 분당 정도의 거리이다. 거리상 전원이라기보다 교외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곳은 전원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자동차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한 시골 촌락이니 말이다. 우리는 대도시에 자주 나가지도 않는다. 한달에 두세 번 도시를 방문할 뿐이다. 도시 외출은 일상이라기보다 하나의 행사이다.

도회지에서 가져온 생활 습관 중 하나는 커피 마시기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우리는 하루 한 차례 커피를 마신다. 직접 원두를 갈아서 정성들여 내린 커피를 쿠키와 함께 먹는다. 커피 끓이기는 내 몫이다. 원두는 광주나 목포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사오고 쿠키는 목포 수문당에서 사온다. 처음에는 이곳 저곳에서 원두를 사고, 쿠키도 여기저기에서 샀지만 몇 년만에 스타 원두에 수문 스콘/브라우니로 정착했다. 수 년 동안에 우리는 그보다 더 좋은 콤비를 찾기 어려웠다. 아내는 내가 내린 커피가 서울 강남이나 분당 정자에서 마셨던 핸드드립 커피에 못지 않게 맛있다고 좋아한다. 수문당의 쿠키는 대체가 불가할 정도로 맛있다.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 그렇다.

우리의 일상의 90%는 마을 안에서 이루어지고 나머지 대부분은 차로 10~20분 거리에서 충족된다. 발달한 택배 서비스 덕분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냥 적응하고 살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전원과 도시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자신의 입맛대로 적당히 섞어서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올 가을 첫 서리가 내렸다. 겨울이 온다는 신호이다. 어제 도동 어른이 선인장을 가지고 오셨는데, 즉시 화분에 심어서 실내로 들여 놓았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얼었을 뻔 했다.

두 달 전에 소장을 길게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사경을 헤매던 장모님이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음식도 상당히 잘 드시고 재활운동도 열심이시란다. 자식들 효성에 감동한 저승사자가 발길을 돌렸나보다.

오지랖이 넓으면 시골에 살기 어렵다. 기존의 대인관계를 대충 대충 포기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 구실을 대충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 그렇다고 그것을 그렇게 아쉬워 할 필요가 있겠는가. 결국 머지않아 우리의 영혼은 다른 행성 여행을 시작하고 우리의 몸뚱아리는 5리터 항아리 속이나 0.5 입방미터도 되지 않은 나무 상자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운명이거늘. (202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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