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커튼…일상

거실 커튼을 달았다. 겨울 준비의 일환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블라인드로 충분하지만 겨울에는 찬기운을 막아줄 커튼이 필요하다.

두 겨울을 난 커튼이라 세탁을 해서 매달았다. 아내와 함께 광주 양동시장에 가서 맞춘 커튼이다. 하얀 레이스는 내 아이디어었다.

젊은 시절 크고 높은 집에 사는 게 꿈이 되었나보다. 유학 시절 미국의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2년반을 살았는데, 남부에는 넓은 대지 위에 지어진 큰 집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때 그런 모습이 부러워서 슬며시 꿈으로 들어왔는 지 모르겠다. 아니면 젊은 시절 단칸 방에서의 생활이 답답해서 생긴 꿈인지도 모른다. 내겐 물욕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음 속 깊은 곳에 큰 집 욕심이 들어와 있었던 모양이다.

어쨋든 그 시절의 소망대로 넓은 곳에 천장이 높은 집을 짓고 산다. 그런데 겨울철에는 난방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작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 인생의 황혼에 와서야 실현된 로망을 비용 절약하자고 포기할 필요가 있겠는가.

오늘 아침에는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었다. 자꾸 해야 맛있게 만들텐데 어쩌다 한 번씩 하니 감을 잃었다. 아내가 고소함이 덜 하단다. 둘째가 아침식사를 함께 해서 달걀을 하나 더 풀었으니 버터를 좀 더 넣었어야 했다.

커피도 향이 좀 약했다. 매일 내리는 커피인데도 식수 인원이 바뀌면 재료의 양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

아침 일찍 잠이 깨었다. 침대에 엎드려 책을 좀 읽고 날이 밝자마자 나가서 정원을 가꾸었다. 아내와 함께 아침을 준비하고 둘째와 셋이서 커피를 마셨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변화가 없지 않다. 그 작은 변화가 주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은퇴자의 삶은 그렇게 같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같지 않은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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