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목서 향기와 좋은 집

내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내음 중 하나는 은목서의 꽃향기이다. 그것은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묘한 매력이 넘치는 향기이다.

현관 주위 적어도 십여 미터 이상은 은목서 향기로 가득하다. 바람 방향에 따라서는 몇 십터 밖에서도 그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은목서의 꽃은 보일락말락할 정도로 조그맣다. 그 작은 꽃들이 수백 수천 합쳐져서 신비로운 향기를 내뿜는 것이다.

8여 년 전 현관 곁 삼보정(팔각정) 앞에 심은 나무가 무척 자랐다. 해마다 20cm 이상 자라는 것 같다.  역시 집이라는 작품은 세월이라는 마스터에 의해 완성되는 모양이다.

“여기는 마치 내 몸에 꼭 맡는 옷을 입은 것 같아요. 안채의 안방은 항상 좀 쌀쌀하다고 느꼈는데 이 곳은 항상 따뜻해요. 실내 희망 온도를 20도로 맞춰 놓았는데, 실내 공기가 밤에도 27도에요. 너무 신기해요.”

사랑채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아내가 감사하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이렇게까지 단열이 잘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작년에 아내 침실 앞에 유리 온실을 붙였고, 금년 봄에 지붕 단열을 보강하였으며, 욕실을 북쪽 벽 전면으로 확장하고 방바닥을 코르크재로 바꾼 효과를 단단히 보는 것 같다. 큰 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면서도 방이 외부와 직접 닿는 면을 없앤 때문인가.

사랑채의 거실 겸 주방은 바닥 공사를 완전히 새로 했다. 10cm 두께의 강화 스치로폼으로 바닥 단열을 하고 그위에 엑셀 파이프를 설치한 다음 마감을 하고 그 위에 5mm 짜리 친환경 장판을 깔았다. 보일러를 전혀 돌리지 않는데도 쾌적하다. 안채에서는 늘 실내화를 신었던 아내가 사랑채에서는 맨발로 지내면서 너무 좋아한다.

오랫동안 아내는 손발이 차가워서인지 추운 걸 싫어했었는데, 더구나 금년 봄 암 수술을 받은 이후에는 더욱 더 따뜻한 환경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랑채에서의 생활이 그렇게 좋은 모양이다. 물론 본인의 독립적인 공간을 갖게 되었다는 점도 한 몫 하겠지만.

좋은 집이라는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일반적인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집이 공통적으로 몇 가지 기본적인 조건은 갖춰져야 하겠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집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굳이 한다면 좋은 집이란 집 주인의 선호에 꼭 맞는 집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름에 따라 집 주인의 선호가 변하기도 한다. 단독주택이 좋은 점은 집주인의 바뀌는 선호나 니즈에 맞추어 집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집도 지난 8년 동안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세부적인 모습은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 8년 만에 방문한 사람이 크게 놀랄 정도로 변했다. 8년 후에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기야 노부부가 아침에 정성스럽게 끓인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담소를 나눌 수 있다면, 집이 어떤 모습이면 어떠하랴. 행복은 무엇보다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을. (202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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