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준비하다

성탄을 기념하기 위한 구유를 설치했다. 작년에는 집안에 했는데 올해는 정원에 했다. 아내와 둘째, 셋째까지 거들어 줘서 비교적 수월하게 설치할 수 있었다. 태양광 패널 받침대에 꼬마전구 점멸등을 두르는 데는 키가 좀 큰 막내가 기여를 많이 했다.

아내의 제안에 따라 덕재댁 내서 대나무를 얻어다 뼈대를 만들고 재활용 비닐을 물로 깨끗이 닦아서 덮었다. 눈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

점등을 했더니 식구 모두 흡족해 했다. 생각보다 보기가 좋았다. 추석 지나고 도동댁 논 추수할 때 볏짚을 얻어다 비닐 위에 덮어주면 구유가 완성될 것이다.

작년에 성모상이 조금 부서져서 실리콘으로 보수했다. 다른 상들은 아직 멀쩡하다. 좁은 곳에 여러 상들이 촘촘하게 모여 있으니 누추한 마굿간의 느낌이 잘 나타나는 듯하다.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아내나 아이들이 이 전통을 이어갈 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아빠가 성탄을 매우 진지하게 보냈다는 사실만은 식구들이 오래 기억할 것이다.

부모라도 자녀들에게 종교 생활을 억지로 따라하게 할 수 없다. 그러나 종교생활이 의무보다 즐거움이 되면 자녀들이 부모가 걸어간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 아빠한테는 성탄이 하루가 아니라  3개월이었다.”

그렇게 기억되길 바란다.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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