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 주어지는 삶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의 기대수명은 79.7세, 평균 건강수명은 64.9세이다. 이는 평균적으로 말해서 나의 기대수명은 15년 정도 남았고, 건강수명은 1개월 남았음을 의미한다.

건강수명이란 질병에 의해 크게 방해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다. 금년 초부터 매일 열 가지가 넘는 약을 먹으면서 나는 내 건강수명이 현대의학 덕분에 연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날마다 확인한다.

얼마쯤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아마도 짧으면 5년, 길어도 15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 후에는 설령 살아있다고 해도 숨이나 쉬는 정도일 것이다.

이미 약으로 건강수명을 늘려가고 있고 다음 달부터는 평균적인 건강수명마저 끝나니 냉정하게 말해 이제 내 삶은 그야말로 덤이다. 예정된 삶이 아니라 선물로 주어지는 삶이라는 말이다. 내가 무엇을 잘 해서 받는 선물이 아니라 마치 경품처럼 운이 좋아 주어지는 선물이다.

이 소중한 선물을 어떻게 쓸까? 버킷 리스트라도 만들어야 되는 걸까?

글쎄, 아무리 생각해봐도 버킷리스트에 담을만한 소망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해봤으면 하는 일들이 적지 않지만 거의 대부분 하지 않더라도 별로 후회될 것 같지 않은 일들에 불과하다. 그러니 소망이라고 보기에 뭐하다. 그래도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한 달 정도 유럽 여행을 하고 싶다. 아내가 함께 가길 원하니 같이 가면 될 것이다.

오랫동안 북쪽 길이 뚫리면 차를 몰고 만주 벌판을 달리고 싶었다. 만주는 수 차례 다녀왔으니 꼭 다시 가야할 이유는 없지만 내 스스로 차를 몰고 마음껏 다녀보고 싶기는 하다.

해외 여행은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일흔 살이 되기 전에 해야할 것이다. 그 후에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내에게 물질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남겨주고 싶다. 평생 돈 걱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생활을 여생 동안은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 그것도 일흔 전에는 끝내야 할 것이다. 

직업적인 일, 집안 일 등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좀 남아 있다. 그것들이야 지금처럼 해나가면 될 것이다. 버킷 리스트에 채울 것들은 아니다.

끝으로 선물로 받은 삶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면 좋을 것이다. 어떻게 나눌 지는 좀 더 고민해보자.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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