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에게 가드닝이란…

이른 아침의 앞뜰

“이렇게 잘 가꾸어진 잔디는 처음이에요.” 어제 다녀간 혜영이 엄마의 코멘트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플로리스트였기 때문에 그 말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어느 집 정원이나 주인의 철학, 선호, 그리고 성격을 반영한다. 첫째, 정원은 제3의 거실이다. 정원은 구석구석 빈틈이 없이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아내와 나는 비어 있는 공간이 좋다. 잔디밭은 그러한 선호를 반영한다. 셋째, 아내와 나는 화려하지 않고 자그마한 나무가 좋다. 남천이나 소나무는 그러한 편향을 반영한다. 넷째, 나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소품을 구해다 놓았다. 그렇다고 정원이 소품들로 채워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섯째, 아내와 나는 외부와의 소통을 좋아한다. 그래서 담이 없고 대문은 흔적만 있다.

필암문화원 정면

매일매일 뜰에 있는 모든 것을 살핀다. 나무, 꽃, 잔디는 물론이고 바위와 작은 돌멩이 하나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한다. 정원을 손질하며 돌아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리지만 그 때가 내게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축복은 마음의 여유로움이다. 돈, 명예, 권력와 같은 세상 것을 다 털어버리고 나서야 얻어지는 소중한 축복이다. 내게 가드닝은 은퇴 생활의 백미이다.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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