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단상(1)

주위 사람들은 내가 귀촌한 지 얼마 안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실은 제법 되었는데도 말이다.

경기도 분당 도심에 살다 건강 악화로 이천시 마장면으로 이사한 게 2009년 1월이니 어언 12년 6개월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전남 장성으로 이사온 지도 벌써 만 8년이 되었다.

6년 동안은 이천과 장성에 두 곳에 집을 갖고 있었다. 재정적으로 부담스럽고 집 관리도 너무 힘들어 2년 전에 이천 집을 팔았다. 자식들을 생각해서 서울 근교에 집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결단을 내렸다. 그것은 지난 10여 년 동안 내가 한 가장 잘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집앞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이 정도의 집을 지으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가이다. 궁금해 하는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답하기 참 난감한 질문이다. 땅값을 넣느냐, 정원을 단장하는 비용을 넣어야 하는지, 보수하고 개축하면서 들어간 비용도 넣어야 하는지, 게다가 밖으로 보이는 비용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테리어 비용인데, 그것을 어디까지 포함해야 하는지….조건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 모두가 현재 살고 있는 집과 마을을 좋아한다. 사실 그러기 쉽지 않다. 가족 구성원들의 니즈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한 가지가 분명하다. 은퇴 후 살 곳을 고르는 일을 결코 서둘러서는 안된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집요하게 발품을 팔아야 한다. 몇 해가 걸릴 수도 있다. 그 사이 땅값이 치솟을 수도 있고, 인건비나 자재값이 오를 수도 있다. 그래도 서두르면 후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마을이나 동네가 어떤 곳인지, 병원, 마켓, 식당 등의 편의시설에의 접근성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지, 친한 친구들과 지낼 수 있는 거리에 있는지, 형제나 자식들과는 교류하기 쉬운 위치인지 등부터 시작해서 주위에 환경을 오염시킬 시설은 없는지, 이웃들이 외부인에 대해 배타적은 아닌지 등등 정말로 따져봐야 할 요소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조건들을 따지면서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자기 자신과 배우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좀 변하면 되지, 아내가 좀 변하면 되지,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면 되지….그런 가정은 세우지 않는 게 현명하다. 60살이 넘으면 사람은 변하기 어렵다. 자기가 환경에 적응하기 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환경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모습의 집에 사는가는 그런 점들을 모두 고려한 후에 즐겁게 할 수 있는 결정이다. 집은 형편에 맞추어 마련하면 된다.

귀촌에 대한 모범답안은 없는 듯하다.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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