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꽃

김종량 이사장이 란을 보내주었다. 작별의 꽃이다. 사립대에서 교수에 대한 인사권은 재단 이사장에게 있다. 그래서 김 이사장이 란을 보냈을 것이다.

23년 전 한양대학교에 교수로 임용될 때 김 이사장은 총장이었다. 면접 때 그가 내게 했던 질문이 기억난다. 내 이력서에 적힌 신문 컬럼 리스트를 보고 그가 내게 물었다.

“이 컬럼들은 윤 박사가 모두 직접 쓴 것인가요?”

나는 그 질문에 적잖이 당혹했지만 짧지만 확고하게 대답했다.

“예.”

그렇게 그와의 인연, 그리고 한양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임용된 지 2년 반쯤 되었을 때 그는 나를 불러서 한양대의 인터넷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한양’이라는 부서를 부총장 직속기구로 만들고 그 조직의 장이 되었다.

나는 안산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인터넷 한양 업무는 서울캠퍼스에서 수행해야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김 총장은 내게 잠실에 있는 학교 아파트 한 채를 내주었다.  4년 동안 내가 한양대 인터넷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있어 김 총장은 아낌없이 지원해주었다.

그러나 그 동안 학과 운영과 수업이 뒷전에 되어버린 탓에 나는 학생들에게 무척 미안했다. 심리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했던 나는 총장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고 보직을 그만 두었다. 건강 문제도 있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나는 총장의 ‘애정’을 ‘배신’했고 그와의 ‘각별’했던 인연이 끝이 났다. 그 후 지금까지 나는 한양의 1천5백명의 교수 중 평범한 1인이 되었다.

돌이켜보니 한양을 위해 내가 좀 더 기여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인터넷을 변신시킨 것말고 나는 어떤 점에서도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사장께는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다.

그래서 저 작별의 난은 내게 다소 각별한 느낌이 든다. 이사장은 그저 이번에 퇴직하는 교수들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난을 보내도록 지시했을 뿐이겠지만 말이다. (2020-01-24)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