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데이터, 그리고 정보사회학(1)

이땅에 정보사회학이라는 학문 제도가 도입된 지도 벌써 25년 가까이 흘렀다. 요즘같은 광속의 시대에 있어 25년은 참으로 긴 세월이다.

그 사반세기 동안 정보사회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정보기술과 사회 혹은 정보기술과 인간의 접점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정보사회학은 지속적으로 그 접점을 해명하고 예측했으며, 나아가 문제 해결에 참여하기도 했다.

25년 전에는 정보(information)가 세상을 밝히는 키워드였다. 새넌(Claude Shannon)의 수학적 ‘정보’이론 덕분에 디지털 세상이 열렸고 생명과학자들은 ‘정보’의 생성과 전달이 생명의 핵심인 RNA나 DNA의 주요한 기능이라고 주장했다.  정보, 정보기술, 정보시스템, 정보산업, 정보기술(IT) 업체 같은 용어들이 시대를 끌고 갔고 정보라는 수식어는 시대적 유행이 되었다. ‘정보’는 곧 ‘첨단’이란 의미로 수용되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사정이 바뀌었다. 어느새 ‘정보’는 다소 진부한 혹은 낙후된 인상을 주는 용어로 퇴색되었다. ‘정보’ 자리에는 ‘데이터’ 혹은 ‘빅데이터’가 들어섰다.

사실 사회적 기원을 따져보면 ‘정보’보다는 ‘데이터’가 더 오래 더 널리 사용되었다. 사회조사와 통계학의 역사를 따져본다면 현대적 의미의 데이터 활용은 적어도 1백년은 쉽사리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인 규모의 여론조사나 인구센서스가 시작된 지 1백년 정도 되었고 자연과학 뿐 아니라 사회과학에서 통계학이 정통의 분석 도구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도 그 정도는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데이터가 오늘날처럼 높은 문명적 지위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데이터는 귀했고 통계학은 인구 예측과 관리, 행정, 군사, 과학 실험, 사회조사, 공장 관리, 그리고 일부 기업 경영 등에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이미 적지 않은 전문가, 학자, 언론, 행정가, 심지어 정치가들이 ‘정보’ 대신 ‘데이터’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래 구글 트렌드 그래프는 사람들의 관심이 ‘정보’에서 ‘데이터’로 이동해왔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프는 전세계에서 ‘정보’와 ‘데이터’라는 용어를 검색한 빈도를 표시하고 있다.

붉은 선은 ‘정보’, 파란 선은 ‘데이터’의 검색 수준을 나타낸다. 구글의 데이터 기록이 시작된 2004년에 ‘정보’의 검색 빈도를 100으로 본다면 ‘데이터’는 약 70%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미 ‘정보’의 인기는 시들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하강하고 있다. 반면에 2004년 이후 ‘데이터’의 인기도 다소 하향하기 시작했지만 2007년 혹은 2008년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다 2013년 무렵부터는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대체로 2007년경을 전후해서 ‘정보’와 ‘데이터’의 위상이 뒤바뀌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 검색 통계로 본 2020년 현재 ‘정보’의 인기는 2004년 수준에 비하면 10분의 1정도로 하락했으며, ‘데이터’의 인기는 ‘정보’의 그것의 거의 세 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

‘정보사회학’의 개명이 필요한 것일까?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동일한 분야의 학문명으로 ‘정보사회학’을 버리고 ‘데이터사회학’을 취하는 것이 답일 것도 같다.

그러나 정보사회학은 ‘정보’의 사회학, 정보’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사회제도(social institution)이다. 학문이나 사회학이 사회제도인것처럼 정보사회학도 하나의 사회제도이다. 그것의 연구 대상은 정보를 넘어서 정보기술, 정보시스템, 정보산업은 물론이고 데이터, 빅데이터, 데이터 마이닝, 심지어 AI에까지도 확장될 수 있다. 사회제도란 조직, 재정적 자원, 그리고 충성을 다하는 구성원들이 있는 안정된 사회구조이다. 사회제도는 환경의 변화에도 잘 적응하고 잘 버틴다. 가부장제도, 결혼, 혹은 국가라는 사회제도를  생각해보라. 적어도 2천년 이상 유지되고 있지 않는가.

정보사회학은 제도화에 나선 지 2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나의 사회제도로서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그 25년이 엄청난 격동의 시간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사이에 세상을 보는 지배적인 프레임이 ‘정보’에서 ‘데이터’로 이동해 버렸다.

그러한 시대적 전환은 정보사회학에게 던져진 거대한 도전이자 기회이다. 정보사회학은 기술 변화의 파고에 좌초될 수도 있고 반대로 새롭게 태어나거나 영역이 확장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정보사회학의 미래가 밝지 않다. 정보사회학에 충성을 다하면서 유능한 구성원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절망하기는 너무 이른 것 같다. 정보사회학말고 어느 사회과학이 비판적 관점에서 인터넷,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빅데이터, 데이터 마이닝, 데이터분석, AI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것인가.

사회제도는 생물과 같다. 탄생, 성장, 쇠퇴, 소멸을 겪는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누구도 한 사회제도의 라이프 사이클을 예단할 수 없다. 정보사회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리라. (2020-01-19)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