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마음

몇 달 전 전주에 사는 친구가 집에 놀러왔다. 그는 거실 벽의 그림을 보더니 너무 어둡다고 밝은 그림으로 바꾸어 거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지만 플란테이션 노동자의 고통스런 얼굴을 커피 찌꺼기로 형상화한 부조여서 분위기가 좀 어두웠다. 내가 좋은 생각이라고 응수했더니 자기가 소장한 그림 중 하나를 장기대여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웃으면서 “그러면 좋지요”라고 건성으로 응답했다.

작가 미상

그런데 그 친구가 엊그제 전화를 하더니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으니 그림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아내와 상의해서 포구 그림을 선택했다.

어제 그가 그림을 가지고 와서 함께 걸었다. 거실이 한층 환해보였다.

마침 김치를 담은 날이어서 수육을 삶아 새 김치와 어리굴젓에 친구 부부와 막걸리를 한잔 했다. 늙은 나이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몇몇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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