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무대

오드리_햅번 노년은 이 위성에서의 마지막 무대이다. 그 고별 무대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는 않는다. 오직 그 때까지 살아남은 자에게만 돌아온다. 그 점만 보아도 노년은 많은 사람들에게 참으로 소중한 기회이다.

그 무대에서 어떤 공연을 펼칠 지는 개인에게 중대한 선택이다. 일생을 고단하게 살아온 사람은 아마도 평안과 휴식을 택할 것이고, 붙박이처럼 직장과 집을 왕복하며 살아온 사람은 버킷 리스트의 순서에 따라 실컷 여행을 떠나고 싶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에 봉사를 하고 싶어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친구들과의 만남을 즐기며 살고 싶어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지구라는 정박지에서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떠나고자 할 것이다. 그 실존적 선택에 대해 누구도 딴지를 걸 수는 없다. 어떤 노년이 아름다운가를 재는 보편적 잣대는 없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누구나 인생이라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완성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타까운 노년의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인생의 작가가 자신이 아니라 타자인 경우이다. 돈 때문에, 권력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사회적 명성 때문에, 남의 눈 때문에, 자식 때문에…. 진 무대 공연이란 어쩌면 시간의 문제가 아닐 지도 모른다. 나이에 관계없이 한 순간이라도 인생 스토리에 있어 자신이 작가이고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커다란 후회없이 지구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마지막 무대 공연을 스스로 결정할 수만 있어도 행복한 노년이다. 노인이 되기 훨씬 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선택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선택을 대신해 주는 경우도 있다. 떠날 때가 가까워지면 누구나 진지해진다. 삶의 끝이라는 가상적 상황에서 살아온 길을 복기하는 일이 잦아지는 걸 보면 나도 마지막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때가 오기는 온 모양이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