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2)가치 배분

정치에서 권력투쟁과 가치배분이라는 두 측면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매일 매일 접하는 언론의 정치 관련 뉴스를 보면, 권력투쟁에 관한 뉴스의 양이 가치배분에 관련된 뉴스의  양을 압도한다.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전자가 후자보다 분명히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뉴스에는 언론이라는 매개체의 관점과 이해가 관여되어 있음을 기억하자. 뉴스에서 보이는 비중의 차이는 두 가지 다른 원인 때문일 수 있다. 정말로 권력투쟁이 가치배분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고, 언론이, 가치배분보다 권력투쟁이 더 많은 뉴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중 어떤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는 쉽게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언론사들이 시청률과 조회수에 목을 매는 최근의 현상을 볼 때 후자 쪽이 더 진실에 가깝지 않나 생각된다. 아무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금언이 정치 뉴스보다 더 잘 들어맞는 경우는 없지 않나 싶다.

조국 교수가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나서 언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은 가장 핫한 뉴스는 조국 교수의 딸이 동양대학교에서 받은 표창장에 관한 것이었다. 반면에 후보자의 능력이나 소신은 고사하고 후보자 자신의 비리나 부정에 관한 뉴스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 이 현상이 언론의 센세이셔널리즘 때문은 아니었을까? 물론 일부 야당이나 검찰의 권력 투쟁 아젠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가치 배분의 측면에서 우리 정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언론 뉴스를 아무리 뒤져도 이 의문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다음은 국회의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찾은 20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법제정 현황이다.

제20대 국회가 개원된 이래 현재까지 총 2만1천578건의 법안이 발의되었고, 그중 6천350건이 처리되었다. 국회의원들이 싸움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싸우다가 회기 막판에 무더기로 통과된 법률안도 적지 않겠지만 법률안을 만들거나 검토하기 위해 많은 국회의원들이 활동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를 보면 일은 안하고 쌈질만 한다고 비판을 들으면 억울해야할 정치인들이 적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의안정보시스템을 검색하면 위 법안들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아래는 검색 결과의 일부이다(아래 그림을 클릭하면 의안정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다).

맨 위에 올라온 법안 명칭을 몇 개만 일별해도 정치가 ‘가치의 배분’이라는 의미가 물씬 다가온다.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안(대안),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대안) 등.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소관위원회인 법안들이 맨 위에 놓여서 그 분야에 관련된 법률들이기는 하지만 법안 하나 하나가 관련된 산업, 기업, 당사자의 활동과 수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임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공직자는 누구나 반드시 법에 근거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사회의 각 부문이나 분야를 규제(혹은 지원)하는 개별법말고도 국가기관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결정하는 정부의 예산안도 매년 통과되어야 하는 법률이다. 법에 근거하지 않고 어떤 공직자도 기관 예산을 지출할 수 없다.

그런데 어떤 법도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헌법과 같은 상위법과 어긋나지 않아야 하고 그 법에 영향을 받게 될 관련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도 조정되어야 하며, 예산 지출이 따르는 경우 정부 예산 편성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정부가 발의하던 의원이 발의하던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국회에서는 위원회, 포럼, 세미나, 공청회 등이 연중 개최된다.  그리고 그중 아주 일부 활동만이 언론의 조명을 받는 행운을 누린다.

입법 활동 중 어떤 것이 기사화되는가는 거의 전적으로 언론사의 판단에 의해 좌우된다.  언론사의 판단에 있어서 해당 법안의 사회적 혹은 정치적 중요성이 고려되겠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요소는 독자나 시청자 인터넷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느냐이다.

이제 권력투쟁으로서의 정치가 지닌 모습을 살펴보자. (2019-09-07, 윤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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