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위대한 국가 지도자가 되려면….

우리 나라에서는 좀 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와 행정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보수 정권은 국가 운영에 있어 군대식 지휘, 즉, 비민주적 권위주의가  통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반면에 진보 정권은 지도자가 올바른 목표와 의지만 지니면 관료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런데, 관료란 집권자(당)이 공포와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따라 오지도 않고, 정의의 깃발을 나붓낀다고 따라오지도 않는다. 이 중요한 진실을 인식하지 못한 탓에 지난 20년 동안 대부분의 보수 정권도 진보 정권도 국가 운영에 성공하지 못했다.

관료는 정권의 압력을 피해갈 수 있는 100가지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정권은 짧고 관료는 길다고 믿는다. 불행하게도,  짧게는 1백년, 길게는 7백년 동안 그들의 믿음이 틀린 적이 없다.

정치가가 국가가 나아가야할 올바른 이념과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을 잘 설득할 수 있다고 위대한 국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 정권을 잡을 수는 있지만 정권을 성공시킬 수는 없다. 정치가가 뛰어난 행정 원칙과 능숙한 스킬로 관료를 장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 비로서 위대한 국가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고 정권을 성공시킬 수 있다.

이승만, 장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해방 이후 이들 대통령 중 과연 누가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위대한 국가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는가? 김대중일 것이다. 박정희는 산업화를 성공시켰지만 비명에 갔고, 김영삼은 문민화는 성공시켰지만 국가를 재정 위기에 처하게 했다. 노무현은 탈권위주의 정치를 시작했지만 기득권 세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DJ는 탁월한 설득력을 지닌 대중적 정치인이면서 동시에 대단히 조심스럽고 용의주도한 지도자였다. 비록 김종필과의 연합을 통해서 겨우 정권을 잡았고 여소야대의 약한 정부였으며, 아들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어느 정부에 못지 않은 업적을 남겼다. 경제 위기의 극복, 부정부패의 해소, 정보화 추진, 전자정부의 구축, 남북대립의 완화 등을 상기해 보라.

DJ는 행정 관료를 잘 이해했다. 그는 이념이나 좋은 뜻, 혹은 힘만으로는 관료를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이해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장악하고 움직일 수 있는 지를 알았다.  아니면 적어도 행정 관료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을 적재 적소에 기용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참으로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과연 어떻게 될까? 문 대통령이 착한 인물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의 주장처럼 선한 지도자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대 국회, 대 야당 관계를 놓고 보면 정치적 리더십이 눈에 띄지 않는다. 행정 능력은 이제 겨우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 지금부터 행정 관료들의 저항과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과연 DJ만큼 해낼 수 있을까? 과거에 노무현을 보좌해서 통치한 경험이 있으니 잘 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부디 집권 후반기에 행정 관료의 포로가 되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윤영민, 201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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