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7): 지능기계 설계자의 해석

앞 포스팅에서 소개한 이대열 교수의 저서가 진화생물학과 행동심리학의 관점에서 지능에 접근한 사례이라면, 이 포스팅에서 소개할 제프 호킨스(Jeff Hawkins)의 저서 <On Intelligence>(2004)는 컴퓨터과학 배경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개발자가 두뇌와 지능 연구자들에게 던지는 대담한 도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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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wkins가 지능과 두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던졌던 질문은 아주 명쾌하다. 지능(intelligence)이 무엇인가 이다. 이 의문은 인간의 두뇌가 근본적으로 어떤 점에서 지능적인가라는 질문과 바로 이어진다. 인간의 두뇌는 지상에서 가장 진화된 지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으로 지능적인 기계를 만들려면 먼저 인간의 두뇌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기존의 연구들에서 자신의 의문에 대한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 스스로 답을 제시하게 되었다. <On Intelligence>에는 Hawkins의 해답이 담겨 있다.

지능을 탐구하면서 그는 지금까지의 컴퓨터과학이 인간 지능(human intelligence)을 모사하는데 실패한 이유가 인간의 지능과 두뇌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는, 투입(input)이 들어가면 산출(ouput)을 내놓는 논리 기계나 정보처리 시스템이 아니며, 지능은, 튜링 테스트(Turing test)처럼 행동(behavior)을 측정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이해될 수 없다. 지능이 무엇인지는, 간접적이거나 우회적인 방식이 아니라 두뇌의 내부 작용을 가지고 직접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Hawkins에 의하면, 인간 두뇌는 몇 가지 점에서 컴퓨터와 크게 다르다. 첫째, 두뇌는  S/WH/W의 구분이 없다. 지능을 주로 담당하는 대뇌 신피질은 신경세포와 시냅스로 구성된 네트워크인데, 그것은 전기-화학적 신호에 의해 작동하는 구조이지 그것들을 제어하는 별도의 S/W(혹은 그것과 유사한 무엇)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컴퓨터와 달리 두뇌는 유전적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태생 후 성인이 될 때까지 발달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외부 자극과 경험에 의해 변화된다. 발달 단계로 보면 인간의 두뇌는 두 살 무렵에 뉴런-시냅스 조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 다음 몇 년 동안 불필요한 뉴런-시냅스 조합은 점차 제거되며, 청소년기에 다시 한번 뉴런-시냅스 조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후 성인이 될 때까지 불필요한 뉴런-시냅스 조합의 제거가 이루어지고 25-6세경 안정 단계에 도달한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도 뉴런-시냅스 조합은 계속 변화된다. 두뇌의 구조가 변하는 현상을 신경(혹은 두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Hawkins는 이러한 인식을 수용한다. 

셋째, 컴퓨터와 달리 두뇌는 대단히 유연하다. 두뇌의 특정 영역이 특정 기능만을 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만약 어떤 부위가 손상을 받으면 그 부위가 맡던 기능을 다른 부위가 대신 수행하곤 한다. 이는 컴퓨터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면서 Hawkins는 지능과 두뇌의 관계에 대해 기억예측 모형(memory-prediction model)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그 모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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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은 인간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인 작용이다. 외부로부터 감각기관을 통해서 경험하는 자극(감각 정보)이 두뇌에 전달되면 신피질에서 그것은 전기-화학 신호로 전환되고 뉴런과 시냅스가 연결된 조합이 생성된다. 신피질에는 그렇게 해서 생성된 수많은 조합이 존재하며, 그것이 기억(memory)이다

가장 추상적인 수준에서 기억은 공간적시간적 패턴(spatial-temporal patterns)인데, 그것은 입력되는 감각 정보의 유형과 관계없이 항상 범주(category)와 순서(sequence)라는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Hawkins는 그것을 불변표상(invariant representations)이라고 부른다(아래 그림 참조).

그에 의하면인간 두뇌는 ‘논리 기계라기보다는 ‘기억 기계이다두뇌는 끊임없이 분류하여 기억하고기억을 복원해서 예측/확인하고비교/판단한다신피질은 여섯 층(layers)의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자주 반복적으로 입력되는 정보의 불변표상은 낮은 층으로 내려보내 외부 자극에 신속하게 반응하게 하고낯선 정보들은 상부 층으로 보내서 불변표상을 생성하며최 상위 층(Layer I)에서도 파악되지 않은 정보는 해마(hippocampus)로 보내 기억한다. 층2나 층3도 부분적으로 그렇지만 층1은 여러 영역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결합(association)하는 역할을 수행한다(아래 그림 참조). 

Hawkins는, 신피질이 계층적 구조를 지닌 이유는 바로 현실세계가 그러한 계층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문어(written language)를 보면, 글자가 모여서 음절이 되고, 음절이 모여 단어가 되며, 단어가 모여서 문장이 된다. 또한 세상의 모든 객체(object)는 작은 객체들의 집합이며, 대부분의 객체들은 보다 큰 객체들의 일부이다. 신피질의 계층 구조는 이러한 현실세계의 계층구조에 조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기억들이 생성된 후에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자극이 전달되면 그에 관련된다고 추정되는 불변표상이 호출되고, 그것을 이용해서 시간적으로 뒤따라 오는 정보를 예상한다(아래 그림 참조). 만약 새로 들어온 감각 정보가 불변표상을 가지고 예측한 모습과 일치하면 기존 뉴런시냅스의 조합이 유지되고, 만약 불일치하는 부분이 나타나면 그에 대해 새로운 판단이 내릴 수 있도록 조치한다. 만약 그러한 불일치가 반복되면 기존의 뉴런시냅스 조합이 갱신된다. 그러한 분류, 패턴 생성, 기억, 예측, 강화, 갱신 등의 과정이 바로 학습이며, 과거(기억)에 대한 유추를 통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두뇌의 능력이 바로 지능이다.

진화적으로 보면, 신피질이 확대되고,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인간의 지능은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으며, 고도의 상상, 창조, 논리적 추론 등이 가능해졌다. Hawkins에 의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지능은 기억-예측 모형을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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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wkins는 단순히 두뇌-지능을 연구만 할 뿐 아니라 직접 Numenta 라는 기업을 창업해서 연구와 기술 개발을 결합하고 있으며, 실제로 HTM (Hierarchical Temporal Memory)이라는 테크놀로지를 개발하였다(위 그림 참조). 그는 HTM을 이용하여 아직 상업화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분야의 이상 탐지(anomaly detection)에 활용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을 내놓고 있다.  (윤영민, 201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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