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예측불가능한 위험

나는 지질학자가 아니다. ‘예측’,’위험’, ‘위험사회’ 따위를 가르치는 사회학자로서 지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지진이 워낙 중대한 위험이기 때문에 몇 가지 얘기하고자 한다.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라는 추궁에 대해 알리바이라도 만들어 두고 싶은 마음도 있다.

1. 학자와 전문가를 닥달하지 말자. 지진을 예측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학자와 전문가들은 19세기 이래 지진 발생을 예측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실패했다. 미국지질연구소에 근무하는 최고의 지진 전문가 중 한명인 수잔 휴(Susan Hough) 박사는 아예 지진의 예측은 마치 예수의 성배를 쫓는 것마냥 허망한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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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진 예측에 대해 환상을 갖지 말자. 빅데이터 기술도 지진 예측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질학이든 통계학이든 학문은 아주 장기 예상(forecasting)을 하거나(이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진 발생 직전에 예후를 분석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뿐이다(이것도 사실 지진의 피해를 줄이는데 별로 효과가 없다). 지진이 발원하는 지하세상(지진은 지하 수킬로미터부터 수백킬로미터에서 발생한다)에 대한 정보는 누구에게도 없다. 정보 자체가 빈약한데 빅데이터기술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진이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발생할 지는 ‘수수께끼’라고 말하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지진이 발생해도 그것이 본진인지, 전진인지, 혹은 여진인지조차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3. 진도를 표시하는 숫자가 작다고 가볍게 보면 안된다. 진도 1차이는 에너지 방출량으로 보면 32배 차이가 난다. 진도 4.5보다 진도 5.5가 32배 크고, 진도 6.5는 진도 5.5보다 32배가 크다. 히로시마원자폭탄은 에너지 방출량으로 보면 6을 약간 넘는 지진이었고, 북한의 최근 핵실험은 5 정도의 지진이었다. 피해 규모는 진원의 깊이에 따라서도 크게 다르다. 최근 이탈리아 중부지역에서 발생한 6.2 규모의 지진은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다. 지표면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하 4km 지점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진강도와에너지방출수준

4. 북한 핵실험이 남한의 지진 단층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는 속단할 수 없다. 아직 그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가 없다. 북한의 핵실험의 규모가 더 커지면 우리 지진 단층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면 더 좋을 것이다.

5. 원전이나 방폐장의 내진 설계를 믿지 말자. 6.5 진도에 대비한 설계라는데 이번 지진을 통해서 경주 지역에서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2011년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로 기록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사례가 도움이 된다. 일본의 지진 전문가들은 도호쿠 지방에 9.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제로로 보았다. 그래서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원자로를 8.6 규모의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그런데 진도 9.1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이번 지진을 겪으면서 이전보다 적어도 열배 이상 높아졌을 것이다(시간이 있으면 직접 계산해 볼 수도 있을텐데, 그 정도는 지진 전문가들에게 맡겨두겠다).

6. 위험에 대한 대비는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 선택이다. 위험은 현재화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00년 동안 6.5 이상의 지진이 한반도에서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에 10년 안에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만이 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우리는 그런 나라에 속한다), 원전의 내진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대안은 핵발전을 중지하는 것이겠지만.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낡은 주택과 아파트는 모두 내진 진단을 받아야 하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보강하거나 다시 지어야 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건축물의 내진 설계를 믿지 않는다. 내진 설계 전문가가 얼마나 있는지도 의문이고 건설과 토목 분야에 부정부패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감리가 제대로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다행히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최악의 수준은 아닐 것이다. 잘 대비하면 재난을 충분히 피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윤영민, FB 9/20 포스팅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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