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연주의론 메모(3): 모든 시험이 폐지되다

2025년 나라가 대혼란에 빠졌다. 시험이라는 제도가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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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무엇이던가. 고려 광종 때 최초로 과거제도가 도입된 이래 시험은 1천년 이상 우리 사회에서 국가가 인재를 등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었다. 비록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험은 어떤 방법보다도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인정받아왔으며, 개천에서 용이 나는 기적도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개방성의 상징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학교는 시험을 위해 존재했고, 공부란 시험을 위한 학습에 다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제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아직 인재 등용의 새로운 방안도, 사회적 공정성을 구현해 줄 새로운 제도도,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새로운 수단도 굳건하게 자리잡지 못했는데, ‘갑작스럽게’ 시험이 그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시험의 정당성이 흔들리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험이 우리 사회와 우리 문화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게임’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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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의 위기는 어떤 이유론가 부정행위가 만연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게임의 규칙이 더 이상 지켜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부정행위는 아니지만 수험생의 학습곡선을 100배쯤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이용가능해졌다. I.Q.로 말하자면, 100~200 정도의 수험생들이 1,000이 넘는 수험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시험은 학식, 암기력, 계산능력, 추론 능력, 순발력, 집중력(거기에 시험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인내심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등에 기반하여 학업 성취와 능력을 평가한다. 운이 좋은 사람은 뛰어난 유전자와 후원을 얻기도 하지만 그 정도의 불평등은 용인되었다. 그리고 컨닝 페이퍼를 볼펜에 숨기는 정도의 ‘전통적인’ 부정행위는 결정적인 시험이 아닌 다음에야 대체로 눈감아 줄 수 있었다. 그런 편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수험생 자신의 노력 없이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룰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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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1년에 개봉된 영화 ‘리미트리스(Limitless)’가 현실이 되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명색이 소설 작가이지만 몇 달 동안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폐인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옛 애인의 오빠에게서 얻은 두뇌 강화제 NZT 48 한 알을 먹고  완전히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된다. 갑자기 에너지가 주체할 수 없게 샘솟고 과거 언젠가 공부했던 지식이나 인터넷에서 스쳐간 정보와 지식이 모두 살아나서 적시에 머리에 떠오른다. 그는 출판사의 편집자가 놀랠 정도의 탁월한 작품을 일주일 만에 탈고하고 곧 주식투자의 신으로 떠오른다.

2020년대에 NZT 48은 흔해 빠진 약이 되었다. 그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지만  이미 지금도 유사한 두뇌강화제–일명 스마트 알약–가 팔리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모다피닐(Modafinil)이다. 원래 기면증(수면장애)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그것이 기억력이나 집중력을 강화하는데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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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귀한 약을 우리 강남 아줌마들이 가만 두겠는가. 이미 ‘총명주사’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http://www.white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046). 강남 아줌마가 아니라도 그렇다. 누구라고 그 강력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아직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조만간 부작용이 거의 없는 스마트 알약이 등장할 것임에 분명하다. 기업들이 그 엄청난 수요에 눈감을 수 있겠는가.

작년 여름 하버드와 옥스포드 공동 연구팀은 모다피닐의 효과를 검증한 논문 “모다피닐이 건강한 수면패턴을 가진 사람들의 인지능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신경정신약리학’회지에 발표했다. 일반인들의 인지능력을 크게 강화시킨다는 것이었다 (http://www.hankookilbo.com/v/5339d19063794153a692b0e22abf80d4).

스마트 알약이 I.Q.를 10쯤 높여준다면 그런대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I.Q.를 열배쯤 높여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인간 향상(human enhancement)이 그러한 화학적 방법 뿐 아니라 DNA 조작과 같은 생물학적 방법, 나노 로봇이나 칩(chip) 이식과 같은 물리적 방법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법으로 그 사용을 규제할 수 있을까.

10년 후쯤이면 모든 시험에서 ‘공정한 경쟁의 원칙’ 같은 것은 이미 시대착오적 게임규칙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10년은 대통령 두 번 뽑는 기간에 불과하다.

그 시대에 학교에서 학습 성취도  평가는 어떻게 하고, 입학 시험, 입사 시험, 공무원 시험, 그리고 온갖 자격 시험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곡선이 지금보다 100배쯤 나아진 시대에 학교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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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타계한 앨빈 토플러 박사의 충고가 새롭게 다가온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특이점이 채 오기도 전에 우리는 시험이 사라지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I.Q. 500 (1,000이라고 해도 좋다)의 트랜스 휴먼(trans-human)이 흔해지는 시대에 우리 사회는 어떻게 재설계되어야할까. 교육학자들, 사회학자들, 잠자리가 편한가. (2016/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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