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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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공감의 시대, The Empathic Civilization>(2009)라는 저서에서 오늘날 우리는 모두 배우가 되었다고 썼습니다. 인터넷, 소셜미디어, 스마트폰의 발달은 연극적 자아(theatrical self)의 만개를 가져왔다고 주장합니다. 누구나 사이버공간이라는 무대에서 일생 동안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리프킨다운 탁월한 해석입니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마샬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의 지적처럼 우리로 하여금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지만, 리프킨은 긍정적인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둡니다. 정보기술 덕분에 그 어느 시대보다도 넓은 범위에서의 공감(empathy)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삶이라는 연극공연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의 영향을 받은 리프킨은 연극공연이 무엇보다도  공감과 협력이라는 특성을 지닌다고 강조합니다. 우선 공감은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집니다.

첫째는 연극공연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팀웍을 위한 공감입니다. 제작자, 투자자, 연출자, 시나리오 작가, 각색 담당, 배우, 무대 담당, 조명 담당, 음악 담당, 소품 담당 사이의 공감입니다. 이 공감에는 일종의 상황정의(definition of situation)가 필요합니다. 어떤 대본을 가지고, 누가 어떤 역할을 맡으며,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연극을 공연할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이며 묵시적인 합의가 필요하지요. 그 바탕에 참여자들의 깊은 상호이해가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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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배역과 연기자 사이의 공감입니다. 대본의 스토리 속에 있는 배역들(characters)은 각자 나름의 자아(self)를 갖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누적된 경험, 사회적 관계, 직업, 성격, 배경, 감정, 컨텍스트가 배역의 자아를 구성합니다. 연기자가 그 배역의 자아와 혼연일체가 될 때 배역과 연기자 사이에 공감이 이루어집니다.

셋째는 연기자와 관객 사이의 공감입니다. 연기자와 관객 사이의 공감은 주로 연기자의 연기를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연기말고도 관객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가지 여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언어, 음향, 배경 음악, 조명, 의상, 소품 등이 공연에 적합하게 확보되어야 합니다.

넷째는 연극공연은 그것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통해서 사회 전체와의 공감을 시도합니다. 연극과 같은 무대 공연은 공연 현장을 찾은 사람들과의 공감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나리오, 녹화 동영상, 비평 등의 확산을 통해서 연극공연은 보다 폭넓은 의미의 청중과의 공감을 추구하곤 합니다.

협력은 크게 두 측면에서  이루어집니다. 우선 연극공연 팀 내부에서 긴밀한 협력이 요구됩니다. 설령 연극이 일인극일지라도 협력이 필요합니다. 시나리오, 연출, 각색, 조명, 소품, 음향 등을 담당한 스탭과 연기자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지요.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연극은 철저히 협력을 통한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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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연극공연팀과 관객 사이에 협력이 이루어집니다. <자아연출의 사회학>(1959/2016)에서 고프먼은 관객들(그리고 외부자들도)이 공연자들의 실수를 눈감아 주기도 하고 일부러 공연자들과 접촉을 자제하는 보호적 관행을 지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들은 공연의 흥행을 도와줄 뿐 아니라 자신들도 연극을 더 잘 즐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의도적 무관심이지요.

연극공연에서 공감과 협력이 일어나려면 진정성(authenticity)있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연극공연에서 진정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리프킨은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연기자가 연기력으로만 배역을 표현하는 표면연기를 넘어서 배역의 자아와 일체를 이루는 심층연기를 해낼 때 진정성이 확보된다고 주장합니다.

리프킨은 일상적인 삶에서의 연극공연에서는 두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첫째, 공연자가 진정한 자아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리프킨은 자아에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현실적 자아,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 자아, 그리고 자신이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진정한 자아가 있는데, 이중 진정한 자아를 드러낼 때 진정성이 확보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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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진정으로 타인의 입장에 설 수 있어야 합니다. 즉, 타인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타인의 어려움, 고통, 슬픔에 진정으로 공감하고, 나아가 그것을 경감하는 실천에 나설 때 진정성이 확보된다는 것입니다.

리프킨은 정보기술의 발달 덕분으로 오늘날 공감이 직은 지역을 넘어서 전국, 전세계에 걸쳐 일어날 수 있으며, 그러한 지구적 공감은 인류 뿐 아니라 생물을 포함하는 생물권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해서 궁극적으로 ‘공감-엔트로피 역설’을 해소해야 한다고 그는 역설합니다. 리프킨은, 과학과 산업,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한편으로 공감의 지구적 확장을 가져왔지만, 다른 한편으로 엔트로피(다시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의 급속한 증가를 초래한 현상을 공감-엔트로피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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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의 대안은 구체적이고 명쾌합니다. 석유와 석탄 같은 재생불가능한 화석 연료와 핵연료 대신 태양열, 풍력 등과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그것은 분산 에너지이기도 하다–사용을 확대하며,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여 엔트로피의 증가, 대기 오염, 수질 오염, 해양 오염, 온실효과에 대처하고, 난개발로부터 자연을 보호하여 생물종의 감소를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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