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화에 대한 저항

1848년 공산당 선언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렇게 썼다.

“부르주아 계급은 자신이 지배적인 곳에서는 모든 봉건적, 가부장적, 목가적(牧歌的)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것은…인간과 인간 사이에 노골적인 이해관계, 냉혹한  ‘현금 계산’ 외에는 아무런 관계도 남겨놓지 않았다(The bourgeoisie, wherever it has got the upper hand, has put an end to all feudal, patriarchal, idyllic relations. It…has left remaining no other nexus between man and man than naked self interest, than callous ‘cash payment’).

모든 인간관계가 상품(commodity)으로 전락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160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가족, 친구, 이웃 사이에 아직 상품화되지 않은 관계들이 존재하는 걸 보면 그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법칙(law)까지는 아니더라도 경향(trend)으로서의 상품화를 부정하기는 힘들다. 도시에서야 오래 전부터 문밖에만 나서면 모든 게 돈이었지만, 이제는 농촌에서마저도 돈내지 않고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이 점점 드물어 간다. 구경할만한 곳은 울타리를 막고 입장료를 받으며,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아무데나 가서 자리를 깔고 쉬거나 식사를 할 수도 없고, 깨끗하고 시원한 물 한 잔 얻어 마시기도 쉽지 않다.

내가 사는 필암마을도 꼭 그렇게 되어야 할까? 옛날의 시골 인심이 살아있게 할 수는 없을까?

서원과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경치, 편안한 공간, 시원한 식수, 그리고 맛있는 막걸리와 김치 정도는 즐기고 돌아가게 할 수는 없을까? 무료로 말이다.

올해는 이 전통을 만들어봐야겠다. 상품화에 대한 소소한 저항이다. (2016/04/24, 윤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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