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에세이를 잘 작성하려면

학생들의 중간시험을 채점하고 났더니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을 충분히 주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관식 문제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논술 형식을 갖추어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오직 서너명의 학생들만이 형식적 요건을 충족한 답안을 제출했다.

학생들이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객관식 문제들에 대해 잘 대답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학생들이 대체로 공부를 열심히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왜 주관식 문제를 답하는데 압도적 다수가 실패했을까? 고등학교 때 논술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을까? 그런 문제를 풀 때 고등학교에서 배운 논술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사회과학에 필요한 논리 전개에 대한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것일까?

대학원생 때 학부 교양 과목 조교를 하면서 겪은 어이없는 경험이 생각난다. 그 때도 중간 시험이었다. 시험 감독을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온 유학생이었다.

“답을 나열식으로 작성하면 안되나요? 저는 2시간 동안에 에세이를 작성할 수 없는데요.”

담당 교수가 분명히 에세이로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그것은 허용될 수 없었다. 미국에 유학 온 지 최소한 2년이 넘은, 그것도 미국에서 입학이 가장 까다로운 학교 중의 하나에 재학 중인 학생이 영어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그 학생 뿐이 아니다. 나는 대학생들의 논리 전개 능력 부족을 수업 시간의 대화에서도, 집 아이들의 글이나 말에서도 무척 자주 경험한다. 그래서 대학생들을 위해 에세이 작성 방법을 간략히 소개하기로 했다. 그것은 말로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회과학 에세이의 기본 형식

위 그림에 사회과학 에세이의 기본 형식을 간명하게 제시했다.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째, 모든 주장에 서론-본론-결론의 3단 형식을 갖추라. 에세이 전체로는 당연히 3단 형식을 갖추어야 하지만, 서론, 본론, 결론 각 부분 자체에도 3단 형식을 갖추고, 심지어 모든 단락(paragraph)도 가급적 3단 형식을 갖추도록 한다.

둘째, 사회과학 에세이는 실증적이어야 한다. 본론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 증거가 꼭 자신이 수집한 것일 필요는 없으며, 꼭 학문적 연구 결과일 필요도 없다. 그러나 반드시 독자가 수긍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각 부분을 살펴 보자면, 우선 서론에서는 에세이에서 공략할 주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에 대한 지식이나 쟁점을 간략하게 요약한다. 여러 가지 관점, 연구결과, 혹은 이론을 서로 상충하는 두 가지 입장으로 대별하여 서술하면 좋다.  다음에 자신이 에세이에서 초점을 맞출 연구 문제(research question)를 질문의 형태로 서술하고, 그에 대해 자신의 주장(가설)을 제시한다. 그 주장(가설)은 에세이에서 실증되어야 한다.

본론에서는 자신의 주장이나 가설을 뒷받침하는 경험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먼저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경험적 증거를 구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한다. 엄격한 과학적 에세이가 아니라면, 꼭 자신이나 타인의 과학적 연구 결과가 아니라도 괜찮다. 신뢰할만한 언론의 보도, 상업적 조사기관의 연구 결과, 혹은 전문가의 견해가 인용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주어진 여건 아래에서 최상의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자신의 주장이나 가설이 너무 추상적일 경우 그 주장(가설)을 보다 덜 추상적인 주장(가설)으로 쪼개고, 각각의 주장(가설)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본론의 뒷 부분에서 결과를 종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 에세이에서 자신이 수행한 검증이 다른 사람들의 발견과 어떻게 같거나 다른지에 대해 논의한다.

결론에서는 주제와 연구문제에 대한 자신의 발견(주장과 검증 결과)을 간략히 서술하고하고, 그것이 지닌 주제에 대한 함축성, 나아가 사회적(혹은 학술적) 함축성을 제시한다. 끝으로 자신의 에세이가 지닌 한계에 대한 언급을 덧붙인다.

모든 사회과학 에세이가 이 형식을 따르지는 않는다. 에세이의 목적이나 상황, 그리고 작성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변종이 가능하다. 논리 전개의 순서가 바뀌기도 하고, 어떤 요소는 빠지기도 하고, 어떤 요소가 추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 때는 기본기를 충실하게 익히는 게 좋다. 글을 쓸 때든 말을 할 때든 사회과학도로서 주장을 할 때는 이러한 형식이 자연스럽게 갖춰지도록 해야한다. 응용은 그 다음이다.

두 사회학자의 언론 기고를 첨부한다. 질박한 문체의 글 하나와 화려한 문체의 글 하나이다. 위에서 제시한 형식을 가지고 두 글을 분석해 보기 바란다.

신광영 교수(중앙대 사회학과)의 한겨레신문 기고

송호근 교수(서울대 사회학과)의 중앙일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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