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의 길이는?

“아빠, 깨끗한 개울을 따라 걸으니 기분이 정말 좋아요.”

함께 산책하던 막내가 즐거워한다. 2주일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변화가 개울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호영아. 지금 우리가 걷는 이 개울의 길이가 얼마나 될 것 같으냐?”

“모르겠는데요. 재보지도 않고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 보기에 3km에서 약간 부족할 것 같다. 2.6km에서 2.8km 정도 될 것이다.”

“어떻게 알아요?”

“집 앞  빨랫터에서 이 개울이 끌나는 문화센터까지의 직선 거리가 900m 정도 된다. 거기에 (3.14)를 곱하면 개울의 길이를 구할 수 있다. 농수로로 쓰기 위해 직선으로 만든 부분을 감안해서 100m정도 빼주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왜 를 곱해요?”

“수학자들의 발견에 의하면 완만한 경사를 흐르는 강의 길이는 직선 거리의 이다. 몽골 초원의 구불구불한 강들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오, 재밌네요.”

“그렇지? 수학자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법칙을 찾아서 공식으로 표현하려고 한단다. 우주가 수학적 법칙으로 움직인다고 믿는 것이지.”

“이제 포크래인을 가지고 개울 바닥에 깊이 묻힌 무거운 쓰레기만 치우고 나면 우리 개울은 세상의 어느 나라의 개울 못지 않게 깨끗해질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우리가 산책할 때 집게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새로 버려진 쓰레기를 수시로 치우면 된다. 그러면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따라 개울이 아주 말끔하게 유지될 것이다.” 

개울청소1
가장 멋진 곳일수록 쓰레기가 많았다. 쓰레기를 치워놓으니 개울의 정겨움이 되살아난다. 4월 11일 오전의 모습이다.
개울청소2
개울에서 건져낸 쓰레기가 다양하다. 전국 도시주변 농촌의 개울이 비슷한 상태이지 않을까?
개울청소3
면사무소가 노인일자리 제도를 이용해서 10명 이상의 어르신들을 보냈다. 한 남자 어르신이 전신 장화를 신고 쓰레기를 건져내고 아주머니들이 건져낸 쓰레기를 마댓자루에 담았다. 이제 포크래인이 개울 바닥에 박힌 대형 쓰레기를 치우면 청소가 마무리될 것이다.
개울청소4
개울에서 가장 쓰레기가 많았던 곳이 깨끗해졌다. ‘국민성’이란 독재자들이 만들어 낸 신화일 뿐이다. 우리도 일본이나 네덜란드만큼 깨끗한 환경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안된다”고 해버리면 결코 변할 수 없다. “된다고”고 믿으면 가능성이 열린다. 이웃과 자신을 믿고 실천에 나서면 면사무소도 군청도 움직인다.

글쓴이: 만리거사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정보사회학과의 윤영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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