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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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930년대 초반 미국 앨라바마주의 메이콤(Maycomb)이라는 가상적 타운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야기이다. 저자 Harper Lee는 스카웃(Scout)이라는 여덟살 소녀의 자전적 소설 형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메이콤에는 톰 로빈슨(Tom Robinson)이라는 20대 흑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아내와 세 아이를 두고 있으며 사고로 인해 한쪽 팔을 쓸 수 없는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톰은 백인 농장에서 일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는 가까이에 살고 있는 메이옐라 이웰(Mayella Ewell)이라는 가난한 백인 여성(19세)을 강간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해당지역 법원의 Taylor 판사는 애티커스 핀치(Atticus Finch)라는 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하여 재판을 진행한다.

애티커스는 메이콤에서 몇 대째 살아오고 있으며, 누구나 법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양심적인 변호인이었다. 그는 젬(Jem)과 스카웃(Scout)이라는 남매를 두고 있었으며, 이 소설은 젬과 스카웃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애티커스가 사건을 조사해보니 메이옐라와 그녀의 아버지 밥(Bob)이 톰에게 죄를 덮어 씌운 게 분명했다. 사실은 메이옐라가 톰을 유혹해서 관계를 맺으려고 하다가 일어나 사건이었는데, 그들이 애티커스를 거꾸로 강간폭력범으로 신고한 것이었다.

당시가 어떤 때였는가. 1930년대는 미국 남부에서 아직 인종차별이 강력하게 존재하였고, 특히 앨라바마 주는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가장 극심하던 곳이었다.

톰을 위해 성실하게 변호했던 애티커스(와 그의 가족)는 점점 메이콤에서 왕따가 되어갔고, 배심원들은 애티커스의 결정적인 변호에도 불구하고 톰에게 유죄평결을 내렸으며 톰에게는 사형이 언도되었다. 사실 그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다.

어느 날 메이옐라의 아버지 밥(Bob)은 젬과 스카웃 두 남매를 죽이려고 했다. 자신과 자기 딸의 비행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에티커스 변호사에 대해 복수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명 소리를 들은 부 래들리(Boo Radley)가 달려와 아이들의 목숨을 구했고 그 과정에서 밥은 식칼에 찔려서 죽었다.

부(Boo)는 젊은 시절 사고를 쳐서 아버지에 의해 집안에 감금된 후 평생 동안 바깥 외출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타운 사람들은 그가 정신질환자일 것으로 추측했다. 부는 이 소설에서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다. 비록 소설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제대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사실 부는 소설의 초기부터 꾸준히 등장한다.

매이콥의 보안관 테이트(Tate)는 부 래들리가 밥을 칼로 찔렀음을 알아차렸지만 밥이 자살한 것으로 처리한다. 그것은 부가 이웃 아이들을 도와주려다 돌발적으로 발생한 사고였고, 평생 심각한 대인기피증으로 고생하는 부가 사람들의 방문이나 재판을 감당할 수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책 제목 <앵무새 죽이기>는 사회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전혀 해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의 편견과 아집 때문에 고통받거나 목숨을 잃는 현상에 대한 메타포이다. 이 책에서 흑인인 톰 로빈슨과 백인인 부 래들리가 바로 그런 앵무새와 같은 사람들이다.

이 책은 주인공의 아빠인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기독교적인 사랑, 공감, 정의, 평등, 관대함 등이 인종, 성별, 재산, 직업, 종교, 생활방식 등이 크게 다른 주민들로 구성된 한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반면에 기독교적 타운에서 기독교적 주민들에 의해 반기독교적인 증오, 억압, 차별, 폭행 등이 자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작은 지역사회가 유지되는 데 필수적인 지혜를 알려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자신과 다른 이웃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과 배려가 그것이다. 이 점은 특히 작은 농촌 마을에 사는 내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어린 왕자>처럼 이 책도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매서운 거울이었다. 다음은 몇 가지 기억해둘만한 구절이다.

공감: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말하자면 그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 다니는 거야.”(60-61)

용기: “수백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도 해보지 않고 이기려는 노력조차 포기해 버릴 까닭은 없어.”

용기: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새로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낼 때 바로 용기가 있는 거다. 승리란 드문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지.”(214).

양심: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야.”(200)

글쓴이: 만리거사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정보사회학과의 윤영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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