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예측의 세계

A businessman is consulting a crystal ball to foretell the future.

한 동안 나는 대학과 기업체에서 시나리오 기법을 강의했다. 시나리오 기법은 강력한 미래예측 방법 중 하나이다. 대학의 학부에서는 <미래학입문>이라는 타이틀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강의하다가 중단한 지가 4~5년 되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강의 <미래고객 발굴을 위한 시나리오 플래닝>은 아직 서비스되고 있다.

미래학 수업을 중단한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내 관심이 다른 분야로 이동했다. 소셜미디어, 집단지성, 데이터 사이언스와 같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데도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둘째는 미래학 강의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다루어야 할 내용은 많은데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에 시나리오 방법 하나 소화시키기도 힘겨워 했다. 셋째는 미래학의 이름으로 자신의 지적 불성실함을 감추려는 자들이 너무 많다. 그 분야에는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많은 자들이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읽는 일은 참으로 흥미있다. ‘미래학’은 좀 엉터리일지 몰라도 말이다. 그런데 미래 전망은 과거에도 점성술이나 사주처럼 특별한 능력이 요구되었듯이 지금도 범상치 않은 능력을 요구한다. 그것이 함정이다. 일반인들에게도 그런 능력을 나누어 줄 수는 없을까.

사실 미래예측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술이나 기법이 아니다. 핵심은 문제의식이다. 문제의식은 네 가지 점에 대한 첨예한 인식으로 구성된다. 1) 예측하고자 하는 문제(questioning)에 대한 분명한 규정, 2) 예측하려는 문제의 불확실성(uncertainties)의 정도와 성격에 대한 정확한 인식, 3) 예측에 가용한 자원(available resources)에 대한 파악, 그리고 4) 얼마나 신속하게, 그리고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해야 하는가 하는 요구 조건(demanding conditions)의 인식이 필요하다. 이 네 가지에 대한 대답에 따라 미래전망의 효과적인 접근방법이 달라진다.

예컨대 시나리오(scenario) 방법은, 거시적 전망에 사용되는데,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고,  연구자(혹은 연구의 클라이언트)가 관여하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을 때 사용된다. 이 방법은 최적의(optimal) 해법 대신에 강고한(robust) 해법을 찾는다. 즉, 미래가 어느쪽으로 전개되더라도 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런데 미래 읽기에 시나리오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미래 예측이나 전망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이론(theory)이다. 각 영역(domain)에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개발해 놓은 이론들이 적지 않다. 이론은 보편적이거나 일반적인 인과관계(causal relations)를 담고 있기 때문에 미래 읽기의 강력한 도구가 된다. 이론의 가장 큰 장점은 미래 예측에 비용이 적게 들고 신속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학도 이론에 못지 않게 유용할 수 있다. 자주 비현실적인 전제(assumptions)가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수학적 전개는 결정적(deterministic) 예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마르코프 연쇄(Markov chains)나 베이즈 추론(Bayesian inference)은 수학적 전망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학적 해답이 불가능할 경우 통계적 근사(statistical approximation)가 유용한 대안이 된다.

아마도 미래 전망에 가장 애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통계학일 것이다. 여론조사를 통한 선거 예측, 전문가 델파이 기법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최근 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베이즈 추론을 이용해서 운동 경기와 선거 예측에 놀라운 혁신을 가져오기도 했다(참고로 FiveThirtyEight을 볼 것).

경제 예측(economic forecasting)에는 시계열 분석(time-series analysis)이 자주 사용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현재까지의 추세(trend)를 연장시켜서 전망하는 외삽법(extrapolation)이다. 이 방법은 불확실성이 비교적 작을 때 유용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한 후에는, 조건부 모의실험(what-if simulation)(사례: 기후변화 정책 결정을 위한 시뮬레이션)이나 집단지성(사례: Hollywood Stock Exchange)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빅데이터가 이용가능하게 되면서 예측 분석(predictive analytics)(사례: 수술 환자의 위험 예측)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예측분석은 미시적 전망(개인에 관한 전망)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불확실성이 너무 커지면 백약이 무효하다. 그저 열심히 기도하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자신이나 자신의 클라이언트가 개입해서 미래의 전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객관적인 미래를 물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나 자신의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미래를 규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위에 언급된 방법들 중 쉽게 터득될 수 있는 것은 없다. 상당히 깊은 지식과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지가 양해되지는 않는다.

창조주를 제외하고 불확실성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가 항상 세상에 애정을 갖고, 부지런히 자신이 지닌 지식과 도구를 갈고 닦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욕심을 버리면 세상과 사람의 미래가 비교적 잘 읽힌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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