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온실 재배를 시작하다

온실 화분

작년 가을 사랑채 공사를 하면서 작은 방 앞쪽의 파시오에 유리 천장을 씌우고 아파트 베란다처럼 유리창과 유리문을 달았다. 사실 겨울 밤에 찬 서리를 피해서 별을 관찰할 요량으로 별방이라 이름지었지만 ‘별방’ 사용은 금방 포기했다. 유리 부분의 천장이 너무 작은데다 유리 안쪽에 김이 많이 서리기도 해서 별을 보기에 적절치 않았다.

그래서 금년 겨울에는 온실 용도로만 사용키로 했다. 인터넷으로 화분을 구입해 상토와 배양토를 채우고 혜영이네가 준 씨앗을 뿌렸다. 적상추, 청상추, 케일, 열무 따위의 씨앗이다.

작년 겨울에는 화초만 보호할 목적으로 밤에 영상 5도 이상을 유지했지만, 금년 겨울에는 채소를 키우니 영상 10도 이상을 유지할 생각이다. 자동온도 조절기가 달린 전기 히터를 사용하겠지만 전기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오면 가스나 석유 난로로 바꾸면 될 것이다. 사실 6kw 태양광 패널을 갖추어 놓고 있으니 전기 요금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다. 

가을이 되니 전체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해졌지만 아침 샐러드에 들어가는 푸른 잎 채소의 양은 크게 줄었다. 겨울이 되면 이 현상이 더 심해질 것 같다. 그래서 집에서 먹는 채소를 직접 키우기로 했다.

아내도 나도 처음 해보는 시도라 결과가 어찌될 지 궁금하다. 과연 채소들은 잘 자랄 지, 비용은 적절한 선에서 제어할 수 있을 지, 두 평 남짓에 불과한 온실인데 과연 우리가 먹는데 충분한 양의 채소가 나올 지….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이 전원에 사는 은퇴자에게 주어지는 축복일 것이다. (2020-09-21)

은퇴자에게 가드닝이란…

이른 아침의 앞뜰

“이렇게 잘 가꾸어진 잔디는 처음이에요.” 어제 다녀간 혜영이 엄마의 코멘트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플로리스트였기 때문에 그 말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어느 집 정원이나 주인의 철학, 선호, 그리고 성격을 반영한다. 첫째, 정원은 제3의 거실이다. 정원은 구석구석 빈틈이 없이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아내와 나는 비어 있는 공간이 좋다. 잔디밭은 그러한 선호를 반영한다. 셋째, 아내와 나는 화려하지 않고 자그마한 나무가 좋다. 남천이나 소나무는 그러한 편향을 반영한다. 넷째, 나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소품을 구해다 놓았다. 그렇다고 정원이 소품들로 채워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섯째, 아내와 나는 외부와의 소통을 좋아한다. 그래서 담이 없고 대문은 흔적만 있다.

필암문화원 정면

매일매일 뜰에 있는 모든 것을 살핀다. 나무, 꽃, 잔디는 물론이고 바위와 작은 돌멩이 하나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한다. 정원을 손질하며 돌아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리지만 그 때가 내게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축복은 마음의 여유로움이다. 돈, 명예, 권력와 같은 세상 것을 다 털어버리고 나서야 얻어지는 소중한 축복이다. 내게 가드닝은 은퇴 생활의 백미이다. (2020-09-17)

경건함을 느낄 수 있는 정원 소품

성모상과 성요셉-예수상

성모상은 아내가 결혼 선물로 받은 것이니 우리 가정에 온 지 39년이 된 셈이다. 성요셉과 아기 예수상은 둘째가 초등학교 때 교리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받은 상품으로 집에 왔으니 17-18년은 된 셈이다.

이 상들은 실내에 보관할 때와 달리 자꾸 씻어주어야 한다. 기독교인들이나 회교도들은 우상이라고 비판하겠지만 나는 이 상들을 우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 상들은 아내와 내게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힘이 있다. 그러면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는가?

이번 추석에 아이들이 오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야겠다. 대나무로 비닐 하우스 동굴을 만들어 그곳에 구유 장식을 놓고 주위는 점멸등으로 장식하면 될 것이다. 올해는 식구들이 함께 작업하면 작년보다 훨씬 힘이 덜 들고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길에서 본 성모상과 성요셉-아기예수상

길에서 보면 상들이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더 크면 행인들이 우리집을 수도원이나 성당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테니 작아서 다행이라 생각된다.

정원에 경건함을 느낄 수 있는 약간의 장식이 있는 것이 나쁘지 않다. 은퇴를 하고 나니 이러한 소소한 것들에 신경을 쓸 수 있어 좋다. (2020-09-15)

하늘이 열리는 순간

며칠 비가 내린 뒤 화창한 아침이 밝았다. 투명한 햇살을 받고 현관 밖을 나서니 마치 노아의 방주에서 내리는 기분이다. 온갖 꽃과 새소리, 그리고 초록의 향연 속으로 들어간다. 세상이 아직 바이러스의 어두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침은 후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직 구름이 두텁지만 햇살을 막지는 못한다.

아침, 저녁으로 두번 열리는 ‘하늘의 문’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지상에서 천국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이 아닐런지.

7월이 모든 사람들에게 이 아침처럼 활짝 맑은 달이 되길 기원한다.(2020-07-01)

가을 단상

앞뜰 단풍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앞뜰이 붉고 노랗다. 길건너 서원 뜰의 단풍도 붉은 빛, 우리 집 울타리 남천도 붉은 빛이다. 거기에 잔디가 금빛으로 바뀌어 가며 가을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늦가을 정원에서는 크게 할 일이 없다.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화분들을 따뜻한 실내로 옮기고 수전들이 얼지 않도록 중간 밸브를 잠그고 용처가 사라진 물 호스들을 잘 말아서 창고에 보관하는 정도의 소소한 일이 있을 뿐이다.

실내에서도 청소와 같은 일상적 일이 있을 뿐이다. 지난 겨울에 창호를 삼중창으로 대폭 교체해 단열을 강화했고, 거실에 냉난방기를 들여오고 늘어난 전기 수요에 대비해 태양광 발전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태양광 발전이 시간당 6kw가 되었으니 아마도 난방을 대부분 전기로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게 되면 기름 보일러나 벽난로를 거의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기름 보일러는 비용이 많이 들고 벽난로는 관리에 손이 많이 간다.

집의 외양도 중요하고 정원의 풍경도 중요하지만 집이란 무엇보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야 한다. 물론 폭풍우에 안전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런데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러한 기본이 보장되는 집은 없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서 지은 집이라도 몇 년 지나지 않아 틈이 생기고 낡은 구석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이 집이 그 일부인 자연의 이치이다.

때문에 집짓기 못지 않게 보수와 유지가 중요하다. 내가 홀연히 떠나더라도 집이 잘 유지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겠다는 계획을 내년에는 모두 실행해 놓아야겠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이 하늘에 뜻과 후손들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겠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가야할 것이다. 작은 집과 집안의 역사도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이라.

계절도 가을이지만 내 삶도 가을이다. 계절이 바뀜이 슬퍼할 대상이 아니듯이 인생의 흐름도 슬퍼할 대상이 아니다. 모두 잠시 왔다가는 여행일 뿐이다. 아쉽지 않은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만 그렇다고 여행이 슬프기까지는 않은 것처럼. (2019-11-07)

10월 마지막 날의 정원

상록수인 남천이지만 가을이 되면 잎이 붉게 물든다. 단풍나무보다 먼저 단풍이 드는 셈이다.
킨세카이(장미)가 올해 거의 마지막 꽃을 피우고 있다. 눈이 내리면 꽃이 얼어붙고 그렇게 한 해가 끝날 것이다.
버베나파라솔의 꽃이 참 오래간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끝나기까지 꽃을 보여줄 기세이다.
붉은 빛 버베나파리솔.
꽃 이름을 잊었다. 가을에 너무 잘 어울리는 빛깔이다.
노랑 국화. 가을 뭐니뭐니해도 국화의 계절이다.
겨울을 나게 하기 위해 제라륨 화분을 온실로 옮겼다. 오염된 흙을 쓴 탓에 고생고생해서 살아남은 꽃이다.
패랭이꽃인 것 같은데, 이 꽃도 여름부터 가을까지 화단을 지키고 있다.
꽃마차 화분에 심어놓은 펜타스도 한 달째 꽃을 피우고 있다. 겨울에는 꽃마차에 패인팅을 해줘야겠다.
용담은 늦가을에 피는 꽃이다. 붉은 빛 용담은 아직 피지 않았다.
국화도 예상보다 오래간다. 꽃집 주인이 2-3주 갈 것이라고 했는데 벌써 한달이 넘은 것 같다.
백일홍은 집 정원에 심을 꽃은 아닌 것 같다. 너무 번식력이 강해서 주위의 다른 꽃들을 모두 밀어버린다.
초대받지 않은 메리골드. 꽃이 참 오래 간다.
은목서의 꽃도 핀지 2주는 지났는데 아직 향기를 내뿜고 있다.
삼색제비꽃. 눈에 뜨지 않을 정도로 작은 꽃이지만 두 가지색의 꽃을 함께 지녀 묘하게 매력적이다.
수국 중 가장 오래 피어있는 핑크에나멜. 위태위태하면서도 비바람을 잘 넘겼다.
이 꽃의 이름도 잊어버렸다. 백일홍만큼이나 번식력이 좋아 내년에도 심을지 재고해 봐야겠다.
비록 지기 직전이지만 맨드라미가 아직 피어있다. 마치 충성스런 군사처럼 오래오래 화단을 지키고 있다.

과꽃이 피었다

과꽃

지난 초여름 아내가 테라스 옆에 심은 과꽃이 만개했다. 방장산의 백선생에게서 모종 여섯 개를 얻어와 심었는데 한 그루가 살아남았다. 분홍빛 꽃이 진붉은 맨드라미 꽃 무리와도 잘 어울린다.

가을 입문

화훼단지에 가서 가을꽃을 사왔다. 오늘 비가 내린다니 어제 서둘러 심으려는 것이었다.

앞뜰의 꽃마차에 전시한 화분을 갈았다. 큰 마차에는 펜타스를, 작은 마차에는 소국 화분을 올렸다. 지나가는 이웃 아주머니들이 좋아하실 것이다.

꽃마차의 펜타스와 소국

테라스의 꽃도 가을 정취가 나도록 보라빛 소국 화분을 추가했다. 아직 꽃들이 만개하지 않았지만 조금 있으면 소국, 용담, 카멜레온이 소담스럽게 피어날 것이다.

테라스의 소국, 용담, 카멜레온(채송화)

앞 도로와 마주한 경계화단에는 지난 봄에 이식한 백공작과 보라공작, 남천이 가득하다.

경계화단의 백공작과보라공작
대문, 남천, 영산홍,보라공작, 백공작

이제 잔디를 몇 번만 잘라주면 올해가 갈 것이다. 한여름처럼 잔디가 쑥쑥 자라지 않는다. 어제는 앞뜰 잔디를 잘랐다.

앞뜰과꽃마차

첫 나리꽃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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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나리꽃이 피었다. 작년에는 태풍에 견디지 못해 나리가 일부 꺾이고 쓰러졌다. 지지대를 받쳐주었지만 몇몇은 다시 생환하지 못했다. 금년에는 일찍 지지대를 세워 줘야겠다.

나리는 참 수수께끼이다. 자신의 줄기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꽃을, 그것도 여러 송이를 동시에 피운다. 다알리아도 그렇지만 나리가 가장 심하다. 왜 그럴까?

산수국 구역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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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을 힘들게 하던 잔디를 걷어내고 벽돌로 경계를 둘러 주었다. 작지만 셋이서 오붓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제 잔디 때문에 힘들어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녀석들이 신난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