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인간의 소통 상대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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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 행성B 출간

사람이 꽃이나 나무와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궁금한 점은 어떻게, 얼마나 깊이 있는, 그리고 양방향적 의사소통이 가능한가였다. 이 책은 그러한 궁금증을 푸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인간의 관계망에 식물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담고 있다.

“지능(intelligence)이 문제해결능력을 의미한다”면(187), 식물은 단연 높은 지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5억년 동안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고, 영토를 확장하며, 후손을 퍼뜨리는 데 있어 식물은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단지 ‘자동반응’ 덕분이라는 해석은 설득력이 없다. 식물이 고도의 판단, 구상, 대처에 필요한 지적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는 설명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식물은 고정상태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능력을 발전시켰다. 특히 근단(뿌리의 말단)은 고도의 지각, 판단, 명령을 시행하는 일종의 군집지성(swarm intelligence)으로 동물의 두뇌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식물은 동물과 같은 장기를 지니는 대신에 신체 전체에 기능을 분산시키는 모듈식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움직임이 워낙 서서히 일어난다는 점에서 인간과 크게 다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식물을 마치 무생물처럼 인식한다.  그러나 이 책은 사실 식물이 고도로 지적인 행동을 하고 있음을 풍부한 과학적 증거를 가지고 보여주고 있다.

인간처럼 생기지 않고, 인간처럼 사고하지 않는다고 지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우리가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식물은 우리와 함께 즐겁게 소통하고 공존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꽃과 나무를 마치 무생물인 것처럼 대하는 사상과 태도가, 지적인 생명체로서 꽃과 나무를 대하는 그것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 성장, 산업 발전, 풍요의 성취?

지구에서 바이오매스(biomass)의 99.7%를 점하는 식물을 무시하고 약탈의 대상으로만 보는 한 생명존중의 사상과 삶은 인간 중심의 오만과 자기 모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인류에게 견디기 어려운 환경적 재앙이 될 것이다.

첫 나리꽃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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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나리꽃이 피었다. 작년에는 태풍에 견디지 못해 나리가 일부 꺾이고 쓰러졌다. 지지대를 받쳐주었지만 몇몇은 다시 생환하지 못했다. 금년에는 일찍 지지대를 세워 줘야겠다.

나리는 참 수수께끼이다. 자신의 줄기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꽃을, 그것도 여러 송이를 동시에 피운다. 다알리아도 그렇지만 나리가 가장 심하다. 왜 그럴까?

황금측백, 그리고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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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측백

지난 주에는 정원의 꽃나무들에 퇴비를 듬뿍 주었다. 그러고나니 비가 많이 내렸다. 꽃나무들이 오랜만에 포식을 했으리라. 대문부터 현관까지 도열한 황금측백 나무들이 옷을 갈아 입는다. 잎의 끝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연초록빛으로 바뀌고 있다. 봄이 온 것이다.

틈만 나면 막내에게 강의(?)를 해준다. 그렇게 학구적이 아닌 녀석인데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니 고맙다.

어제 밤에는 개념, 모형, 이론, 그리고 지식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래는 내 이야기에 관한 간략한 요약이다.

  •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인간이 생각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개념(concepts)이다.
  • 개념이란 무엇일까? 개념은 공통적인 특질을 지닌 대상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단어이다. 책상, 걸상, 사람, 여자, 남자, 책, 연필, 컴퓨터, 스마트폰, 볼펜 등등.
  • 개념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과 구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남자라는 개념은 남성을 여성으로부터 구분시켜주고, 사람이라는 개념은 신이나 짐승처럼 사람이 아닌 존재로부터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 개념의 저수지(reservoir)가 풍부한 사람은 세상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반면에 개념의 저수지가 빈약한 사람은 대상들이나 현상들을 구분해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흔히 사용되는 “개념 없는 사람”이란 대상의 구분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가리키고, 반면에 “개념녀”라는 말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잘 인식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여성을 가리킨다.
  •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것은 개념의 저수지를 채우는 일이다. 대학을 다니는 것도 동일한 이유이다.
  • 개념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되면 주장이나 설명이 된다. 이론이란 세상에 대한 간략한 설명(혹은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어떤 설명이나 주장이 없으면 이론이 아니다. 설명이나 주장은 반드시 인과관계(causality)를 포함한다. 인과관계란 원인과 결과에 대한 서술이다. 그래서 이론은 세상을 이해하게 해준다. 또한 이론은 간략해야 한다. 세상 자체가 복잡해서 머리가 아픈데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까지 복잡하면 그것은 세상에 대한 인식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머리만 더 아프게 할 뿐이다. 그리고 무슨 현상이든 ‘세상’이 될 수 있다. ‘화학적 현상’이 ‘세상’이 되면 화학이론이 되고, ‘생물학적 현상’이 ‘세상’이 되면 생물학 이론이, ‘물리학적 현상’이 ‘세상’이 되면 물리학 이론이 된다.
  • 복잡한 세상을 간략하게 묘사해서 이해를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개념들이 결합되 있다는 점에서 모형(model)은 이론과 닮았다. 지구 모형, 자동차 모형, 확률 모형, 회귀 모형 등등. 그러나 모형은 그 안에 꼭 인과관계(causality)를 포함할 필요가 없다. 통계학에서는 모형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 중 회귀 모형(regression model)과 같은 이론적인 모형(theoretical model)은 인과관계를 포함하지만, 정규분포, 멱함수 분포, t 분포, 베타분포, 균일 분포 등과 같은 확률 모형(probability models)은 인과관계를 포함하지 않는다.
  • 지식(knowledge)은 정보(information)와 구분될 수 있다. 물론 넓은 의미로 정보는 지식을 포함하지만 말이다. 지식은 반드시 체계적인 내용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이론이나 모형은 지식의 중요한 부분이 되곤 한다. 지식과 달리 파편적이거나 단편적인 내용도 정보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는 정보이지만 지식이 아니다. 공무원 시험에 사용되는 두꺼운 “일반 상식” 책에는 단편적인 정보만 가득 담겨있지 체계적인 정보인 지식은 거의 없다.
  • MIT 교수였던 Machlup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보는 그냥 듣기만 해도 얻을 수 있지만, 지식은 오직 생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Information is acquired just by being told, whereas knowledge is acquired only by thinking).”

지식은 오직 생각이라는 과정(흔히 그것은 수고스럽다)을 거쳐서 얻어진다. 예컨대 대학 수업에서 교수는 지식을 강의하지만, 학생들에게 교수의 강의는 정보에 지나지 않곤 한다.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를 자신의 지식으로 만드는 유일한 길은 그 강의를 곰씹어 생각하는 것이다.

막내에게 내 이야기가 단순히 정보에 그치지 않고 지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윤영민, 2016/03/07)

 

 

복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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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아직 영하의 추위가 계속 되고 있는데 복수초(草)가 피었다. 작년 겨울에 마을 이웃 김 목수 부인이 몇 무더기를 선물로 주었다.

한 해 동안 지켜 보니 복수초는 해가 환히 빛나는 대낮에 꽃잎을 폈다가 어두워지면 오무라졌다. 흐린 날에는 한낮에도 꽃이 활짝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6월쯤 되어 날이 더워지면서 녹아서 사라져 버렸다. 그들의 존재를 한참 잊고 있었는데 2월이 되니 다시 저렇게 피어났다. 이 야생화는 햇빛은 좋아하면서도 더위는 싫어하는 까다로운 성격인 모양이다.

새해 들어 정원에 처음 피어난 꽃이라 그런 지 아주 반갑고 정겹다. (윤영민, 2016/03/01)

빗속에 국화를 심으며(雨中種菊)

하서 김인후(허경진 역)*

種木當種松(종목당종송, 나무를 심으려거든 당연히 소나무를 심어야 하고)

種花當種菊(종화당종국. 꽃을 심으려거든 당연히 국화를 심어야 하제)

松留四豈春(송유사기춘, 소나무는 사철 봄을 머물게 하고: 豈 어찌 기; 왜 기 자를 썼을까?)

菊禀中央色(국품중앙색. 국화는 중앙색(황색)을 보여주지 않는가: 禀 여쭐, (내려)줄, 받을 품; 황색은 제왕이나 성스러운 것을 상징한다)

幸我以病歸(행아이병귀, 다행히 나는 병들어 (고향에) 돌아오니: 허허 병들어 고향에 돌아온 게 다행이라니! 정치가 얼마나 어지러웠으면 그리 느꼈을까?)

田園頗自得(전원파자득, 들과 뜰이 참으로 흡족하다: 頗 자못, 매우 파; 得 얻을, 만족할 득; 자득 스스로 만족함)

寒移北嶺稚(한이북령치. 추울 때 북쪽 고개의 어린 소나무를 옮기고: 稚 어릴, 작은 벼 치, 어린 소나무라는 뜻으로 썼을까?)

雨分東籬綠(우분동리록, 빗속에 동쪽 울타리의 푸른 국화를 나누었다; 籬 울타리 리;綠 푸를 녹을 푸른 국화로 번역해야 하나?)

千年霜雪幹(천년상설간, 천년의 눈서리를 맞은 등걸에는:幹 줄기 간)

秋風襲晩馥(추풍습만복, 가을바람에 늦은 향기가 스며드는구나: 襲 엄습할 습, 馥 향기 복)

且釀中山醪(차양중산료, 이제 중산의 술(막걸리)을 빚어: 醪 막걸리 료, 중산이라는 사람이 빚은 천일주)

采采泛盈掬(채채범영국, 국화를 따다 술잔 가득 채우리: 采 딸 채, 泛 뜰 범, 盈 찰 영, 掬 움킬 국, 해석이 참 어려운 대목이다.)

하서가 귀향해서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누리는 모습이다.

*허 경진 교수의 번역을 거의 따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