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 e-Gov에서 i-Gov로

지난 수요일(2017/8/9)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NIA(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관한 ‘제1차 <4차 산업혁명 대응 전자정부 협의회>’에서 기조 발제를 했다. 10년 만에 2백여 명의 전자정부 전문가들 앞에 섰다.

2007년 참여정부가 끝나면서 2000년 국민의 정부 때부터 시작한  만 7년 동안의 전자정부 전문가로서의 활동에 종지부를 찍었다. 다시는 전자정부 전문가로서는 광화문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아예 개인 전화번호까지 바꾸고 광화문을 떠났다. 지난 10여 년 전자정부의 부침을 바라보면서 때로 흐뭇하기도 하고 때로 실망하기도 하였지만 한번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전자정부에 새로운 방향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고 발제에 대한 주최측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 정부가 전자정부 진화의 올바른 방향을 잡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 정부 안팎의 전자정부 담당자들에게 힘을 좀 실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요청을 수용했다.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발표문은 링크를 클릭)

  • 향후 30년 동안에 두 가지 요인이 전자정부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특이점(singularity)의 도래와 민주화(혹은 권리주장이 강한 시민의 등장)이 그것이다.
  • 인간 향상과 유사인간(A.I., 로봇)의 출현은 다수의 인간-공무원을 잉여로 만들 것이다.
  • ‘지시’하고 ‘아웃소싱’하는 방식을 고수하면 전자정부 담당자들은 ‘잉여’를 면치 못할 것이다.
  • 스스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알고리즘과 데이터 역량이 핵심이다.
  • 전자정부(e-Gov)는 지능정부(i-Gov)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information)에서 데이터(data)로 전자정부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그 두 가지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  만약 4차산업혁명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주체의 변신을 의미한다. 인간 향상과 유사인간-공무원은 그러한 변신의 일부이다. (윤영민, 2019-08-13)

뜰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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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의 숨쉬기를 돕기 위해 나무 둘레의 복토와 잔디를 제거했으며, 벽돌을 둘러서 잔디의 접근을 차단했다. 나무야, 그 동안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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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베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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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나리꽃의 수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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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치료후 핀 첫 긴세카이(Ginse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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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Fru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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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델(Mari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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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식을 피하기 위해 며칠 전 이식한 장미의 복토를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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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르딘스 드 프랑스(Jardins de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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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좋아하는 소형의 넝쿨장미(Scarlet Meidiland).

사회연결망분석, 충분히 유용한가?(1)

지난 40여 년 동안 사회연결망분석(social network analysis, SNA)은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데 유용함을 증명했다. 구직 활동에서 개인의 ‘약한 관계(weak ties)’가 중요함을 보인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의 연구,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을 잘 메꾸는 사람이 승진에 유리하다는 로날드 버트(Ronald Burt)의 연구, 그리고 미국 로비 단체들의 커넥션과 대기업들의 상호 지배를 밝힌 에드워드 라우만(Edward Laumann)의 고전적 연구부터 시작해서 최근 빅데이터를 이용한 SNS 분석에 이르기까지 사회현상분석에 있어 SNA가 보인 성과와 잠재성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개인에 있어 사회연결망(social network)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개인의 행복, 불행, 외로움, 두려움, 정체감, 삶의 질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사회경제적 불평등, 남북한 대립, 과학적 발견, 기술적 혁신, 정치적 후진성, 구조 조정, 저출산, 고령화 등과 같이 우리 사회의 중대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 그런 문제에 대한 해법이나 영감을 얻는데 기여한 SNA 연구를 본 적이 없다. (혹시 그런 소중한 연구를 알고 있는 분은 내게 꼭귀뜸해 주기 바란다.)

나는 SNA가 그러한 한계를 보이는 것이 연구자들이 무능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사회학 분야에서 가장 머리 좋은 젊은 학자들 중 상당수가 SNA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사회학은 물론이고 커뮤니케이션, 경영학, 정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신진 학자들이 SNA 연구를 하고 있다. 한 마디로 SNA연구가 사회과학 분야의 가장 뛰어난 신진 학자들을 대거 흡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그것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SNA 모델링이 방법론적 금기(methodological inhibition)와 규정화 오류(specification errors)에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SNA라는 도구가 학자들의 문제의식과 상상력을 억압하고 있다는 말이다.

C. 라이트 밀즈(Mills)는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문제 의식을 따라서 연구주제를 선택하기 보다 자신이 적용하는 방법론이 허용하는 연구주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음을 비판하는데 방법론적 금기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그 비판을 SNA 연구에 적용하면, 사회관계중 양적으로(quantitatively) 측정이 가능하고, SNA 모형으로 표현이 가능한 사회관계만이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규정화 오류라는 두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동일한 척도로 측정될 수 없는 요인은 아예 처음부터 모형에서 제외된다. 그것이 설령 중요한 결정 요인이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예컨대 대화를 트윗(tweets)을 수집해서 분석한다면, 설령 현실에서 바디 랭귀지나 눈빛을 통한 대화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분석 모형에 포함될 수 없으며,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은 사회 집단, 애완 동물, 식물 같은 존재는 원천적으로 분석모형에 포함될 수 없다. 분석모형에서 중요한 결정요인이 빠져 있으면 요인들의 계수 추정은 신뢰할 수 없게 된다.

나는 사회연결망(social network)을 확장해서 타자 관계망(network of  others) 분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자관계망 분석은, 나는, 왜 불행한가, 왜 외로운가, 혹은 왜 두려운가, 나는 누구인가, 내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누구인가, 나는 세계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등과 같은 문제에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관계망 분석은 개인의 사회적 상황이나 심리상태에 대한 설명을 넘어서 개인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도 대단히 효과적인 접근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관계망은 사회연결망(social networks)과 다르다. 사회적 관계망에는 인간과 조직만이 노드가 되지만 타자 관계망(network of others)에는 사람, 조직, 국가,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생물, 무생물, 교통, 통신, 자연 환경까지도 노드가 될 수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타자관계망이 사회연결망과 얼마나 다른 지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

I network6

이렇게 이질적이고 다층적이며 복잡한 관계망이 과연 도움이 될까? 나는 타자의 중요성(significance of others)을 중심으로 모델링을 하면 충분히 간략해질 수 있으며, 질적 분석과 양적 분석이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잠재성을 검토해 보자. (계속)

소통 언어로서의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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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의 초판이 발행된 지 딱 5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그 책은 4천5백만부가 팔려서 우리나라에서 성경 다음으로 인기 있는 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심지어 어떤 비평가는 모 중앙 일간지의 ‘내 인생의 책’이라는 컬럼에 그 책을 올리기도 했다.

나는 스무살 때 어느 작은 학원의 단과반에서 <수학 1정석>을 가르친 인연도 있다. 그러나 나는 <수학의 정석>에 그렇게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정석’이라는 걸맞지 않은 이름으로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방향을 오도하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석>은 우리나라의 문화에 수학이 계산을 하는 도구라는 인식을 뿌리박게 하는데 기여했다(심지어 수학을 암기 과목으로 만들었다는 의심도 있다). 그것은 수많은 개인들에게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었다.

수학은 다른 더 중요한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통의 도구 혹은 하나의 언어로서의 수학이다. 수학은 신(god)의 언어라는 갈릴레오의 믿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뛰어난 인류의 스승들은 수학이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는데 훌륭한 도구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정석>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그 점을 깨닫게 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그리고 일상적 대화에서 수학이 얼마나 사용되지 않는가가 그 사실을 웅변적으로 증명한다. 수학은 영어, 한문, 일본어는 물론이고 프랑스어나 독일어만큼도 사용되지 않는다.

내가 재직하는 학과와 단과대학 졸업생 중 상당수가 광고업계로 진출한다. 광고업계에서는 “어떤 사용자가 내 클라이언트의 광고를 클릭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수업시간에 어떤 학생으로부터, “교수님, 어떤 인터넷 사용자가 특정 광고를 클릭할 가능성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받았다. 과연 내가 수학을 사용하지 않고 그 질문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을까?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를 클릭할 확률의 로짓(logit)을 예측하는 로지스틱 회귀모형을 구성하고, 훈련데이터세트로 그 모형의 모수(parameters)를 구하면 가능하다.”

그러면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거릴까? 결코 아니다. 학부는 물론이고 대학원 수업에서도 그런 대답은 학생들을 혼란에 빠트릴 것이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어떤 사용자가 우리의 광고를 클릭할 것인가 말것인가이기 때문에 그것은 범주적 변수(categorical variable)이고, 그 변수는 1(클릭함)과 0(클릭하지 않음)이라는 값(범주)를 가질 것이다. 그러면 수학적으로 이렇게 표현될 수 있다.

광고를 클릭할 확률()은 라는, 독립변수들()의 좀 복잡한 선형함수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는 지수함수를 가리킨다. 승산(odds)이라는 개념을 이용하면 이 식을 좀 더 간략히 나타낼 수 있다.

좌변은 광고를 클릭할 확률광고를 클릭하지 않을 확률로 나눈 승산(odds)이다. 광고를 클릭할 승산은 독립변수들의 영향을 선형으로 더한 지수함수이다. 여기서 양변에 log를 취하면 아래와 같다.

좌변을 로짓(logit)(혹은 승산의 자연로그, natural logarithm of the odds, 간단히 log-odds라고 부른다)이라고 부른다. 종속변수로 로짓으로 바꾸니 우리에게 익숙한 회귀 방정식(regression)이다. 만약 우리에게 이 광고에 관해 축적된 데이터가 있다면 와 를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로지스틱 회귀(logistic regression)은 역로짓 함수(inverse-logit function)을 사용한다.)

좀 복잡해 보이지만 이 전개에는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사실 나의 수학 실력도 고등학교 수준을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40년 전에 배운 수학이다.

우리 사회에 매스포비아(math-phobia: 수를 두려워하는 사람)가 너무 많다. 우리 교육이 매스포비아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수학과 통계학을 이용하는 기술 기반으로 바뀌어 간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 교육은 수학 ‘문맹자’를 양산하고 있다.

(Bayes 학습)(1) ‘확률’을 새롭게 인식하며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 따르면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실성을 수량적으로 나타낸 것”이 확률(probability)이다. 근원 사건이 같은 정도로 일어난다고 가정할 때, 어떤 사건의 확률 P(A)은 사건 A가 일어나는 경우의 수()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N)로 나눈 값이다. 이것을 수학적 확률이라고 한다.  (참고로 근원 사건이란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사건을 말한다.)

P(A) = {N_A \over N} .

두 개의 주사위를 동시에 던질 때, 눈의 합이 5로 되는 확률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를 보면, 표본공간(sample space) N은 6*6 = 36이고, 눈의 합이 5가 되는 사건(event)은 (1,4), (2,3), (3,2), (4,1)의 4 가지이므로 구하는 (수학적) 확률은 4/36 = 1/9이다.

그러나, 현실은 동전이나 주사위 던지기가 아니다. 근원 사건이 같은 정도로 일어난다는 가정이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고(예: 혈액형 유형별 발생 확률), 표본공간 N의 크기가 알 수 없거나 무제한 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수학적 확률을 구하기 어렵거나 심지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통계적 확률로 수학적 확률을 대신한다.

시행의 횟수 n이 커짐에 따라 사건 A가 일어나는 상대빈도(relative frequency) 이 일정한 값 p와 거의 같다고 간주할 수 있을 때, 그 p를 통계적 확률이라고 말한다.

\lim_{n \to \infty}{n_a \over n}=p

상대빈도와 확률 사이에 이러한 관계를 성립시켜주는 것은 대수의 법칙(the law of large numbers)이다. 대수의 법칙에 따르면 통계적 확률과 수학적 확률이 일치한다. 따라서 수학적 확률을 알 수 없을 때 통계적 확률을 대신하고, 상대빈도로 통계적 확률을 근사할 수 있다.

예컨대 100원짜리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통계적 확률을 구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동전을 한 1천번 정도 던져보아야 한다. 만약 정말로 1천번을 던져서 앞면의 수가 501번이 나왔다면 통계적 확률이 1/2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확률의 정의이다. 이 확률의 정의를 가지면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데 충분할까?

사실 현실에서 상식적으로 확률을 그런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아이가 A 대학에 붙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북한이 남한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가해 올 확률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내일 오전에 비가 내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소풍 가는 날 맑은 날씨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더민주당이 총선 이후 다시 제1야당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국민연합을 탈당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백혈병 환자의 5년 이상 생존율이 얼마나 되나요?” “말기 폐암 환자가 1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얼마나 되나요?” “저 백혈병 환자가 1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에이즈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 저 남자가 실제로 에이즈에 감염되었을 확률은 얼마나 되나요?” “그녀가 사업에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이 사례들은 모두 정당한 확률적 의문이다.

즉, 이 사례들에서 보듯이 현실에서 사람들은 확률을, 반복적이지 않은 사건의 객관적인 발생 가능성을 가리키는데 사용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건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주관적인 믿음의 정도(degree of belief)나 지식의 상태(state of knowledge)를 가리키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수학적 확률이나 상대빈도(relative frequency)은 반복적으로 많은 횟수 발생하는 사건의 객관적인 발생 가능성을 숫자로 나타내는 데 유용함이 분명하다. 그러나 희소한 사건의 발생 가능성, 혹은 반복적이지 않은 사건의 발생 가능성은 어떻게 숫자로 표현할까? 혹은 어떤 사건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의 확신을 추정이나 예측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베이즈 추론(Bayesian inference)은 그러한 상상에 유용한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 관찰값이 주어졌을 때, 그것으로부터 관찰이 불가능한 모수(parameters)의 값을 추정하거나, 또는 관찰값이 주어졌을 때, 그것으로부터 미래에 혹은 다른 사례에서 동일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대단히 유용할 수 있다.

베이즈 추론은 “관찰값이 주어졌을 때”, 다시 말해 어떤 특정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 모수를 추정하거나 미지의 수를 예측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조건부 확률(conditional probability)이다. 조건부 확률을 복습하면서 베이즈 정리를 도출해 보자.

사건 A가 일어났을 때의 사건 B의 조건부 확률 P(B|A)는

 , P(A) ≠ 0

으로 표시된다. 여기서 양변에 P(A)를 곱하면,

가 된다. 이것은 바로 확률의 곱셈정리이다.

그런데 집합의 교환법칙에 따르면,  이므로,

가 된다. 여기서 양변을 P(A)로 나누면,

   , P(A) ≠ 0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가 도출되었다. 말로 풀어보면, 사건 A가 일어났을 때 사건 B가 일어날 조건부 확률 P(B|A)은 사건 B가 일어날 확률 P(B)에, 사건 B가 일어났을 때 사건 A가 일어날 조건부 확률 P(A|B)를 곱한 값을 사건 A가 일어날 확률 P(A)로 나눈 값과 같다. 베이즈 추론은 이 베이즈 정리에서 출발한다. 이 정리가 그렇게 중요할 줄은 고등학교 때는 물론이고, 대학 수학 시간이나 대학원 통계학 시간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베이즈 정리를 좀 깊이 이해해 보자. (윤영민, 2016/02/29)

장미가 아름다운 이유

SAMSUNG CSC2014년 6월 26일

장미동산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지금부터 12월까지 장미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전정을 하고, 좋은 묘목을 구하고, 묘목을 심고, 지지대를 만들어주고, 거름을 주고, 물을 주고, 약을 주고….그리고 꽃과 대화를 나눈다.

장미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키우려면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 어쩌면 장미가 아름다운 이유는 주인의 엄청난 애정과 보살핌 때문일 것이다.

SAMSUNG CSC2015년 5월 21일

따뜻한 남도에서는 5월부터 11월까지 정원에 장미꽃이 핀다. 물론 5월의 장미가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눈과 서리 속이라고 장미가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장미의 강적은 습기와 진딧물이다. 장미 잎은 항상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비가 자주 내리는 장마철을 온전히 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벌레들이 장미를 무척 좋아한다. 특히 진딧물이 그렇다. 진딧물을 철저히 잡아주지 않으면 꽃봉우리조차 성하지 못하게 된다.

과연 그렇게 많은 공을 들여가면서 키워야할만큼 장미가 매력적인 꽃인가? 내게는 그렇다. 릴케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꽃을 사랑하는 누구에게라도 그렇지 않을까. (윤영민, 2016/02/21)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

경제민주화유종일
유종일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가 손석춘 박사와의 대담을 통해서 경제민주화를 알기 쉽게 풀어주었다. 유 교수에 의하면 경제민주화는 공정경쟁, 분배정의, 참여경제라는 세 키워드로 정리된다.
‘공정 경쟁’은 대기업, 특히 극히 소수의 재벌기업에 의한 시장의 교란을 바로 잡아 자유와 창의를 살려내자는 주장이고, 분배정의는 마르크시즘이나 사회주의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대안이며, 참여경제는 자본의 독점적 지배를 극복하고 노동자, 시민, 소비자가 당당한 경제주체로 참여하는 경제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딱딱한 경제 해설서가 아니다. DJ와 노무현이라는 민주정부의 지도자와의 경험을 경제민주화라는 관점에서 복기하고 있다. 유 교수 개인의 편향이 다분히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국가 운영을 회고하는데 누구라도 그런 한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제도가 교과서에서 불쑥 튀어나오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형성된다. 역사는 힘이 되기도 하고 넘을 수 없는 제약이 되기도 한다. 경제민주화의 시대를 가려면 과거의 유산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얇지만 소중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실로 돌아와보면,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민주화를 왜곡시킨 장본인들이 여전히 야당의 핵심부에 포진하고 있다. 만약에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들은 다시 대통령을 둘러싸고 인의 장막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4.11 총선 당시 민주당의 공천에서 그 조짐이 드러났다. 권력을 남용해 총선에서 민주당의 참담한 패배를 초래하고 대선마저 지금과 같은 상태로 만들었다. 그들은 대의 추구보다는 권력 장악이 우선인 집단이다. 모피아와 일부 ‘친노’가 야합해서 새 정부를 장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연 문재인 후보가 얼마나 그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까? 과연 문재인 후보에게 그런 결단을 내릴 정도로 경제민주화에 관해 깊이 있는 이해와 의지가 있을까? 의문스럽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는 더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하고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르겠다. 경제민주화는 아직 시기상조인지도 모른다. (윤영민, 2012/12/13)

그리운 정치가

증언

지친 몸으로 밤늦게 집에 돌아오니 책상에 택배가 놓여 있었다. 포장을 뜯어보니 엊그제 주문한 <증언>이다. 직업 외교관이었던 김하중 전 통일부장관이 고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에 관해 쓴 책이다.

보통 두터운 책이 아니었다. 쏟아지는 잠을 포기하고 책장을 열었다.

책에는 저자가 외교라는 창문을 통해서 지켜본 DJ가 담담하고 절제 있게 묘사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매 꼭지마다 DJ에 대한 저자의 존경과 감사가 흘렀다.

대한민국의 소위 엘리트들에게 DJ에 대한 언급은 일종의 터부이다. 언급해 봐야 어떤 반응을 받게 될 지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고맙다. 자신이 받게될 낙인이나 불편함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실행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DJ의 외교가 커다란 성공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는 그러한 성공의 이유로 네 가지 요인을 든다.

첫째, DJ의 삶에 대한 세계 지도자들의 존경이다. 그에 의하면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일본의 총리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수많은 나라의 정상들이 역경을 이기며 꿋꿋하게 살아온 DJ에게 깊은 경의를 표했다. 심지어 중국의 장쩌민 주석과 주룽지 총리는 중국의 장관들이나 고위인사들이 있는 앞에서 DJ를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둘째, 용서와 겸손이다. 세계 지도자들은 김 대통령의 정적에 대한 용서에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DJ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겸손했다고 전한다. DJ는 상대가 누구이든 겸손하고 진심으로 대했다고 한다.

셋째, 철저한 준비이다. 중요한 면담이나 회담을 앞두고 지독할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그 바탕 위에 이루어진 명쾌하고 절제된 표현으로 상대방을 놀라고 감동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넷째, 풍부한 지식과 영어 소통 능력이다. DJ는 항상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DJ가 감옥에서 얼마나 열심히 책을 읽었는지, 48세에 시작한 영어 공부를 두고두고 얼마나 부지런히 했는지는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나라에 DJ만큼 곡해된 정치인이 또 있을까? 내가 아는 DJ는 통합의 정치인, 화해의 정치인, 공감의 정치인이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증언이다.

DJ라면 세월호 비극을 어떻게 풀었을까? 4.16 1주기의 새벽에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허망한 상상을 해본다. 공감과 치유의 리더십이 아쉽다. (윤영민, FB 201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