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7): 지능기계 설계자의 해석

앞 포스팅에서 소개한 이대열 교수의 저서가 진화생물학과 행동심리학의 관점에서 지능에 접근한 사례이라면, 이 포스팅에서 소개할 제프 호킨스(Jeff Hawkins)의 저서 <On Intelligence>(2004)는 컴퓨터과학 배경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개발자가 두뇌와 지능 연구자들에게 던지는 대담한 도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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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wkins가 지능과 두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던졌던 질문은 아주 명쾌하다. 지능(intelligence)이 무엇인가 이다. 이 의문은 인간의 두뇌가 근본적으로 어떤 점에서 지능적인가라는 질문과 바로 이어진다. 인간의 두뇌는 지상에서 가장 진화된 지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으로 지능적인 기계를 만들려면 먼저 인간의 두뇌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기존의 연구들에서 자신의 의문에 대한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 스스로 답을 제시하게 되었다. <On Intelligence>에는 Hawkins의 해답이 담겨 있다.

지능을 탐구하면서 그는 지금까지의 컴퓨터과학이 인간 지능(human intelligence)을 모사하는데 실패한 이유가 인간의 지능과 두뇌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는, 투입(input)이 들어가면 산출(ouput)을 내놓는 논리 기계나 정보처리 시스템이 아니며, 지능은, 튜링 테스트(Turing test)처럼 행동(behavior)을 측정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이해될 수 없다. 지능이 무엇인지는, 간접적이거나 우회적인 방식이 아니라 두뇌의 내부 작용을 가지고 직접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Hawkins에 의하면, 인간 두뇌는 몇 가지 점에서 컴퓨터와 크게 다르다. 첫째, 두뇌는  S/WH/W의 구분이 없다. 지능을 주로 담당하는 대뇌 신피질은 신경세포와 시냅스로 구성된 네트워크인데, 그것은 전기-화학적 신호에 의해 작동하는 구조이지 그것들을 제어하는 별도의 S/W(혹은 그것과 유사한 무엇)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컴퓨터와 달리 두뇌는 유전적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태생 후 성인이 될 때까지 발달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외부 자극과 경험에 의해 변화된다. 발달 단계로 보면 인간의 두뇌는 두 살 무렵에 뉴런-시냅스 조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 다음 몇 년 동안 불필요한 뉴런-시냅스 조합은 점차 제거되며, 청소년기에 다시 한번 뉴런-시냅스 조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후 성인이 될 때까지 불필요한 뉴런-시냅스 조합의 제거가 이루어지고 25-6세경 안정 단계에 도달한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도 뉴런-시냅스 조합은 계속 변화된다. 두뇌의 구조가 변하는 현상을 신경(혹은 두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Hawkins는 이러한 인식을 수용한다. 

셋째, 컴퓨터와 달리 두뇌는 대단히 유연하다. 두뇌의 특정 영역이 특정 기능만을 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만약 어떤 부위가 손상을 받으면 그 부위가 맡던 기능을 다른 부위가 대신 수행하곤 한다. 이는 컴퓨터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면서 Hawkins는 지능과 두뇌의 관계에 대해 기억예측 모형(memory-prediction model)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그 모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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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은 인간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인 작용이다. 외부로부터 감각기관을 통해서 경험하는 자극(감각 정보)이 두뇌에 전달되면 신피질에서 그것은 전기-화학 신호로 전환되고 뉴런과 시냅스가 연결된 조합이 생성된다. 신피질에는 그렇게 해서 생성된 수많은 조합이 존재하며, 그것이 기억(memory)이다

가장 추상적인 수준에서 기억은 공간적시간적 패턴(spatial-temporal patterns)인데, 그것은 입력되는 감각 정보의 유형과 관계없이 항상 범주(category)와 순서(sequence)라는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Hawkins는 그것을 불변표상(invariant representations)이라고 부른다(아래 그림 참조).

그에 의하면인간 두뇌는 ‘논리 기계라기보다는 ‘기억 기계이다두뇌는 끊임없이 분류하여 기억하고기억을 복원해서 예측/확인하고비교/판단한다신피질은 여섯 층(layers)의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자주 반복적으로 입력되는 정보의 불변표상은 낮은 층으로 내려보내 외부 자극에 신속하게 반응하게 하고낯선 정보들은 상부 층으로 보내서 불변표상을 생성하며최 상위 층(Layer I)에서도 파악되지 않은 정보는 해마(hippocampus)로 보내 기억한다. 층2나 층3도 부분적으로 그렇지만 층1은 여러 영역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결합(association)하는 역할을 수행한다(아래 그림 참조). 

Hawkins는, 신피질이 계층적 구조를 지닌 이유는 바로 현실세계가 그러한 계층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문어(written language)를 보면, 글자가 모여서 음절이 되고, 음절이 모여 단어가 되며, 단어가 모여서 문장이 된다. 또한 세상의 모든 객체(object)는 작은 객체들의 집합이며, 대부분의 객체들은 보다 큰 객체들의 일부이다. 신피질의 계층 구조는 이러한 현실세계의 계층구조에 조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기억들이 생성된 후에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자극이 전달되면 그에 관련된다고 추정되는 불변표상이 호출되고, 그것을 이용해서 시간적으로 뒤따라 오는 정보를 예상한다(아래 그림 참조). 만약 새로 들어온 감각 정보가 불변표상을 가지고 예측한 모습과 일치하면 기존 뉴런시냅스의 조합이 유지되고, 만약 불일치하는 부분이 나타나면 그에 대해 새로운 판단이 내릴 수 있도록 조치한다. 만약 그러한 불일치가 반복되면 기존의 뉴런시냅스 조합이 갱신된다. 그러한 분류, 패턴 생성, 기억, 예측, 강화, 갱신 등의 과정이 바로 학습이며, 과거(기억)에 대한 유추를 통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두뇌의 능력이 바로 지능이다.

진화적으로 보면, 신피질이 확대되고,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인간의 지능은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으며, 고도의 상상, 창조, 논리적 추론 등이 가능해졌다. Hawkins에 의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지능은 기억-예측 모형을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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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wkins는 단순히 두뇌-지능을 연구만 할 뿐 아니라 직접 Numenta 라는 기업을 창업해서 연구와 기술 개발을 결합하고 있으며, 실제로 HTM (Hierarchical Temporal Memory)이라는 테크놀로지를 개발하였다(위 그림 참조). 그는 HTM을 이용하여 아직 상업화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분야의 이상 탐지(anomaly detection)에 활용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을 내놓고 있다.  (윤영민, 2018-02-25)

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6): 두뇌-지능의 수수께끼를 풀어라!

세계 신경과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에는 3만8천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2017년 1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신경과학 연례 컨퍼런스에는 3만명 이상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하였다. 그 중에는 뇌와 신경 분야의 질병과 치료를 전공하는 의사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참가자 대부분이 두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전세계적으로 수만 명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인간 두뇌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덕분에 두뇌-지능(brain-intelligence)에 관해서 필자와 같은 비전공자가 따라잡기 불가능할 정도로 깊이 있고 다양한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신경과학 연구의 핵심은 인간의 행동(혹은 의식)과 두뇌 구조 사이의 관계이다. 하지만 연구자에 따라 연구의 관점과 촛점이 크게 다르다. 어떤 연구자는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어떤 연구자는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며, 어떤 연구자는 두뇌의 기능적 측면에 관심이 있고, 어떤 연구자는 두뇌의 구조적 측면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연구 성과들이 거의 대부분 뇌의 특정 영역이나 특정 기능을 다루고 있어, 필자와 같은 외부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두뇌-지능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며, 나아가 독창적인 이론적 관점을 담고 있는 논문이나 저서가 흔치 않다.

다행히 그런 저작 몇 편을 찾았다. 함께 그것들을 리뷰하면서 지능-두뇌를 이해해 보자. 먼저 예일대 신경과학과에 재직 중인 이대열 교수의 최근 저서, <지능의 탄생>(2017, 바다출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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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지능을 생존을 위한 의사결정(decision making)으로 본다. 생물체의 진화는 지능(intelligence)의 진화를 수반한다. 생명의 핵심은 유전자의 자기복제인데, 유전자는 RNA에서 시작하여 DNA와 단백질로 분화하고, 단세포 생물체에서 다세포 생물체로, 식물에서 동물로, 곤충에서 파충류, 그리고 인간이 속한 포유동물에까지 진화한다. 각 생물체는 자신의 생존에 적합한 지능을 갖고 있다. 단순한 생명체는 낮은 지능만을 갖고 고등 동물은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갖는다. 특히 날쌔게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동물들에게는 신경세포가 모인 두뇌(brain)가 발생하였고, 예측과 판단을 위한 대뇌 신피질(cerebral neocortex)이 발생하였다. 특히 복잡한 사회생활을 해야하는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크고 복잡한 구조의 신피질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인간의 신피질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 완성체로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하면서 발달하고 살아가면서 변화된다. 의사결정에는 기억, 분류, 개념화, 비교, 예측, 그리고 학습이 필요하다. 감각기관을 통해서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신피질, 해마, 기저 핵 등에 신경세포-시냅스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일종의 학습 과정을 통해서 기억은 강화되거나 약화되고 혹은 소실된다.

지능은 기억을 가지고 하는 생존 게임이다. 유전자는 효과적인 생존을 위해 두뇌에게 자율성을 부여한다. 그래서 두뇌는 스스로 판단에 의해 생존–유전자의 자기복제–에 가장 유리한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 경험을 통해서 환경에 관한 정보를 인지하고 분류해서 저장해두고(기억), 특정 상황에서 취한 행동과 그것의 결과(보상, reward) 사이의 관계를 기억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면 관련된 기억을 활성화하여 여러 가지 행동 옵션을 비교하여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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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http://www.sashasheng.com/blog/2018-1-6-reinforcement-learning-taxonomy

경쟁하는 욕구들 혹은 가능한 행동들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하려면, 다양한 옵션들의 예상 효과를 공통의 보상 척도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각 옵션이 가져오는 당장의 영향 뿐 아니라 미래의 영향에 대해서도 그 값을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값들을 비교하여 두뇌–보다 구체적으로 대뇌 신피질–는, 항상 성공적인 결과가 보장되지는 않지만,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과정이 학습(learning)이고 지능 작용인데, 거기에서 중요한 요소가 오류(error)와 가치(혹은 효용)이다. 두뇌는 저장된 과거 기억을 활용해서 행동이 가져올 가치(value)를 예견하고 행동을 명령한다. 행동한 이후에 생성된 가치가 예견된 가치보다 작거나 크면 보상 예측 오류(reward prediction errors)가 발생한다. 보상예측오류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이다. 두뇌가 행동의 가치값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이 학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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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https://www.dialogues-cns.org/contents-18-1/dialoguesclinneurosci-18-23/

도파민(dopamine)은 보상예측오류를 반영하는 신경화학물질이다. 예상보다 결과가 좋으면 도파민 분비가 증가되어 다음 번에는 예측값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반대로 예상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도파민 분비가 감소되어 다음 번에는 예측값을 낮추도록 유도한다.

두뇌의 보상 예측 오류는 안도(relief)/후회(regret), 득의(elation)/실망과 같은 정서적 상태를 수반한다. 그러한 정서 상태는 두뇌가 기억을 강화할 것인지 갱신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필요한 요소인지도 모른다. 이는 후회나 실망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도 지능과정에 긍정적 역할을 수행함을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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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www.planbox.com. https://www.planbox.com/2017/07/07/innovation-evolution-ai/

끝으로 생존을 위한 의사결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최고의 지능은 무엇보다 자율성을 지녀야 한다. 스스로 복제(reproduction)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하고, 자기 복제(self-reproduction)를 위해 미래에 대비하거나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도 자기 복제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혹은 인공지능에게 자기 복제 능력을 허용해야 할 것인가? 이 교수는 언젠가 인공지능이 자기 복제 능력을 가질 정도로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겠지만, 인공지능에게 자율성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에 본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본인)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인공지능(대리인)이 인간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영민, 2018-02-25).

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5): 두뇌의 구조

필자가 지능과 두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금 그것들을 중심으로 경천동지할 변화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두뇌에 대뇌와 대뇌 신피질(cerebral neocortex)을 지닌 생물체가 출현하면서 생물체의 지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듯이, 앞으로 일어날 인간 두뇌의 급진적 변화–이미 그 변화가 시작되었다–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지능을 지닌 존재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신 러닝과 A.I.의 발전에서 그 조짐이 확인된다.

더 이상 지능과 두뇌를 신경과학자, 심리학자, 생물학자, 컴퓨터 과학자, 혹은 인류학자들의 손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참여를 시작한 경영학자나 경제학자는 물론이고, 정치학자, 사회학자, 미래학자, 법학자, 또는 행정학자들도 지능과 두뇌에 관한 담론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지능과 두뇌에 관한 오늘날의 발전은 100여 전 우생학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방식으로–훨씬 근본적이며 광범위하게–개인과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지능의 관점에서 두뇌를 잠시 살펴보자. 우선 두뇌를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지능과 관련된 부위는 뇌의 최상부–대뇌(cerebrum)–를 약 90% 정도 덮고 있는 신피질(neocortex)–‘새겉질’이라고도 불림–로 알려져 있다. 신피질은 식탁용 냅킨 정도의 크기, 그리고 명함 여섯장을 합쳐놓은 두께(약 2mm)이며, 약 300억개(1천억개라고 추정하는 학자도 있음)의 신경세포(neurons)로 이루어져 있다(Hawkins, 2004).

인간의 뇌는 놀랍도록 조밀하게 연결된 신경세포 네트워크일 뿐 아니라 유연성이 큰 신경세포 집합이기 때문에 뇌의 특정 부위가 특정 기능을 수행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이 원칙은 여기서 논의하는 지능에도 해당된다.

예컨대 지능의 구현에서 중요한 기억(memory) 기능은 신피질 뿐 아니라 해마(hippocampus)에 의해서도 수행한다[Hawkins(2004)는, 해마가 신피질에서 해석되지 못한, 새로운 자극을 저장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대열(2017)은, 해마에는 서술적 기억(declarative memory: 다른 사람에게 언어를 이용해서 설명해 줄 수 있는 기억)이 형성되고, 절차적 기억(procedural memory: 동작 순서에 대한 기억)은 기저핵(basal ganglia)에 형성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시상(thalamus)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Eagleman(2015)에 의하면, 시상에는 수많은 시각  피질(visual cortex)이 연결되어 있으며, 외부에서 들어온 시각 정보와 대뇌에 있는 내부 모형(internal model)을 비교하여 발견되는 차이를 대뇌에 알리는 기능을 담당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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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피질의 지능 작용–분류, 기억, 예측, 비교, 이해, 상상 등–은 신경세포 네트워크(neural networks)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신경세포(neurons)는 전기-화학적(electro-chemical) 반응을 통해서 정보를 전달, 저장, 복원, 혹은 업데이트한다.  자극을 받으면 신경세포는 시냅스(synapse)를 통해서 다른 신경세포들과 연결되어 하나의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한다. 신경세포 하나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신경세포는 세포체(soma)와 세포핵(nucleus), 세포체에 붙은 나뭇가지 모양의 수상돌기(dendrite), 축삭(axon)이라는 신경 섬유, 그리고 축삭종말(axon terminal)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세포핵은 다른 세포의 세포핵처럼 RNA의 생성과 같은 세포의 생명유지 기능을 담당한다. 수상돌기는 신경세포의 일종의 정보 접수 창구이다. 수상돌기는 이웃 신경세포로부터 화학적 신호를 받거나 감각기관으로부터 물리적 자극을 받으면, 세포체와 함께 활동 전압(action potential)을 생성한다. 이 전기적 신호는 축삭을 통해서 축삭 종말에 전달된다. 축삭 종말은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을 분비해서 그 전기적 신호를 화학적 신호로 바꾼다. 그 신경전달물질은 축삭종말과 인접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사이에 존재하는 시냅스를 통해서 전달된다. 이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거나 약화되면서 하나의 신경세포 네트워크로서의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고, 기존의 기억이 재구성되거나 소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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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wkins에 의하면, 대뇌 신피질의 각 영역(region)은 계층(layer)과 기둥(column)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신경세포들은 여섯 개의 층(layers)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계층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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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thebrain.mcgill.ca. 항목 The Retina.
Cerebral cortex layers microanatomy
신경과학에서 Afferent는 들어오는 신경, efferent는 나가는 신경을 말함. 출전: 표는 Epomedicine.com에서 가져왔음.

위 표에서 보듯이 계층 1의 경우 자체의 신경세포는 소수에 불과하고 하위 계층의 신경세포의 수상돌기들로 채워져 있다. 이는 계층 1이 여러가지 정보를 결합하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추정하게 한다. 계층 4는 시상(thalamus)으로부터 정보를 받아서 다른 계층들이나 기둥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계층 6는 뇌간으로부터 정보를 받거나 시상으로 정보를 내보낸다. 계층2은 신피질의 다른 영역으로부터 정보를 받으며, 계층3은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거나 내보내고, 계층5는 동작 운동(motor movements)을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둥들이 하는 역할에 관해서는 잘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Hawkins는, 기둥 구조가 인식 대상의 정보가 여러 계층 사이를 효율적으로 전달되게 하며, 특히 여러 개의 기둥들이 병렬로 작동하여 대상에 대한 신속한 인식과 판단을 가능하게 해주지 않나 추정한다(Hawkins, Ahmad, and Cui, 2017).

두뇌 구조에 관한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고 이제 다음 네 편의 저술에 제시된 해석을 따라 가면서 지능과 두뇌의 관계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 보겠다.

  1. <지능의 탄생>(이대열. 2017): 진화생물학 및 행동심리학적 접근
  2. <On Intelligence>(Hawkins, 2004): 지능 기계(intelligence machine) 설계자의 관점
  3. <The Brain>(Eaglman, 2015): 인지 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심리학+신경과학)적 접근
  4. “Imitating the Brain with Neurocomputer”(Huang, 2017): 신경컴퓨터(neurocomputer) 연구자의 관점

<참고 문헌>

이대열. 2017. <지능의 탄생>. 바다출판사.

Eagleman, David. 2015. The Brain. Pantheon Books.

Hawkins, Jeff. 2004. On Intelligence. Times Books.

Hawkins, Jeff, Subutai Ahmad, and Yuwie Cui. 2017. “Why Does the Neocortex Have Columns, A Theory of Learning the Structure of the World.”

 https://www.biorxiv.org/content/biorxiv/early/2017/09/28/162263.full.pdf

(윤영민, 2018-02-24)

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4): 구별-분류-예측-판단-행동

지능(intelligence)을 환경으로부터의 도전 속에서 개체(entity)가 살아남는 능력이라고 규정한다면, 지능이 작동하는 과정은 아래 그림으로 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개체는 환경(혹은 대상)을 인지하고(인지, cognition) 거기에 반응한다(행동, action). 예컨대 호랑이(대상)를 발견한(인지) 사슴(개체)은 전력을 다해 달아날 것(행동)이다.

개체는 환경(혹은 환경의 변화)에서 발생되는 신호(signals)를 감지하고 그것을 분류하고 판단하며, 거기에 대해 특정한 반응(행동)을 한다. 개체의 두뇌(혹은 기능적으로 두뇌의 역할을 하는 부분)는  감지된 대상이 위험한가 안전한가 혹은 적군인가 아군인가를 판별하고 그에 따라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여기까지를 인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앞 글에서 논의했듯이 20세기에는 인지 과정 혹은 인지 과정의 일부만을 지능으로 간주하는 것이 대세였지만, 결과주의적 경향이 강한 21세기에는 행동까지를 지능에  포함시키고 있다. 지능은 환경 혹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는 능력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지 과정과 행동 과정을 좌우하는 요인들이 다르다. 인지 과정에는 정보, 지식, 경험 등의 기억(memory), 기억의 선별적 복원(retrieval), 조합, 구분, 비교, 그리고 선택에 관련된 요인들이 관여된다. 행동 과정에는 공감, 의지, 용기, 반응 속도, 에너지, 선택과 집중, 결단 등이 관여될 것이다. 지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인지 능력이 단연 중요하기는 하지만 행동 능력의 중요성도 작지 않다. 예컨대 설령 사슴이 호랑이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공포에 사로 잡혀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사슴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는 행동 능력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고 먼저 인지 능력에 관해 살펴보자.  최근 심리학, 생물학, 그리고 신경과학이 크게 발전하였지만 아직 인지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은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인간이나 동물의 인지가 두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가 완전히 밝혀지려면 한참 더 많은 학술적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직 어떤 학문도 뛰어난 작곡, 페인팅, 작시, 작문, 학문적 추론 혹은 초인적인 상상이나 예견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지 과정에 관해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대단하기 때문에 그 정도 수준에서라도 논의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인지(cognition)란 사고(), 경험, 감각을 통해서 지식과 이해를 획득하는 정신적 과정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전문 용어이다. 그런데 지식과 이해를 얻는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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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를 더 이상 해체할 수 없을 때까지 분해하면 마지막에 도달하는 작용은 아마도 구별(혹은 식별, distinguish)일 것이다. 구별이란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차이(difference)를 알아차리려면 어떤 기준(criterion)을 가지고 대상들을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 대상들을 구별하면 그것들은 구분(혹은 분류, classify)된다. 분류(구별과 혼동되기 쉬운 구분이라는 말 대신 이 용어를 쓰겠다)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대상들을 범주화하는 정신 작용이다. 대체로 범주(categories)의 수는 대상(objects)의 수보다 작다. 덕분에 우리는 대상들을 효율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세상을 구별하고 분류한다. 그것은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우리는 생물과 무생물, 동물과 식물, 여자와 남자, 덥다와 춥다, 뜨겁다와 차다, 적과 동료, 낮과 밤, 봄/여름/가을/겨울, 아름답다와 추하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죽은 것과 산 것, 선과 악, 진실과 거짓 등등, 구체적일 수도 있고 추상적일 수도 있는 대상들을 구별하여 분류한다. 구별-분류가 중단되는 순간 우리는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인지 능력이 발달한다는 말은 근본적으로 분류하는 능력이 강력해짐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곤충보다는 포유동물이, 포유동물 중에서도 개나 고양이보다는 사람이, 아이보다는 어른이,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보다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대상을 더욱 정교하게 혹은 더욱 복잡하게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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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분류된 대상을 추상적인 개념(concept)으로 규정할 수 있다. 개념화(conceptualization)란 어떤 대상이 다른 존재들과 구분되어 인식될 수 있도록 일종의 이름을 부여하는 정신 활동이다.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는 것 혹은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분류 능력과 개념 작용(conception)의 향상을 의미한다.  지적으로 성장하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대상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대상들 사이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것을 정확하고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학문의 발달도 분류와 함께한다. 흔히 분류체계(taxanomy)와 함께 학문이 시작하고, 학문이 발달하면 분류체계도 정교해진다. 식물의 분류, 동물의 분류, 질병의 분류, 병원균의 분류, 집단의 분류, 사회의 분류, 인종의 분류, 직업의 분류, 문헌의 분류 등등 분류에 관해서는 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긴 목록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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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분류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왜 분류를 하는 것일까?

아마도 분류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억(memory)일 것이다. 우리의 두뇌에는 살아오면서 학습된 개념, 이미지, 경험, 이론 등이 내장되어 있다. 그리고 그 때 그 때 일부 기억들이 복원(retrieve)되면서 대상들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만약 우리가 기억할 수 없고, 혹은 기억을 적절히 복원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인식을 위한 비교 대상, 판단 기준을 가질 수 없고, 따라서 인지가 불가능하게 된다.

분류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분류는 궁극적으로는 당연히 유전자의 자기복제, 즉, 생존을 위한 것이겠지만, 좀 더 직접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끊임없이 분류하는 것일까? 분류가 무엇을 가능하게 하여 생존에 기여하는 것일까?

분류는 예측(predictions), 판단(judgement),  또는 행동(action)을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분류와 예측은 동어반복일 수도 있다. 분류는 예측의 한 형태이기도 하고, 예측은 분류의 한 형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두 가지를 별개의 정신 과정으로 본다면, 분류는 예측을 가능하게 해주는 요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위험 인물로 분류되면, 그가 육체적으로 공격하거나 속임수를 쓰지 않을까 우려된다(예측). 만약 그럴 것이라고 판단되면(판단) 그 사람을 피하거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것이다(행동). 혹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막다른 골목이라고 간주되면(분류), 더 이상 갈 수 없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예측), 되돌아가기로 결정하며(판단), 실제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행동).

인지를 담당한 신체 부위는 두뇌(brain)이다. 인간의 신체 중 가장 중요한 부위는 두뇌이다. 법적으로도 두뇌가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고 본다. 어떤 사람이 뇌사 판정이 나야 사망으로 간주된다. 최근에 두뇌 이식이 시도되고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두뇌 이식이 아니라 신체 이식이다. 두뇌에 다른 사람의 신체를 갖다 붙이는 것이다.

그런데 두뇌에서 인지 작용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윤영민, 2018-02-13).

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3): 새 패러다임

지난 20여년 사이에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수 억명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아주 최근까지도 겨우 영화적 상상 속에서나 존재감을 보여주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단기간에 대중을 기대와 우려의 혼돈 속에 밀어넣고 있다. (집단지성보다는 집단지능이 collective intelligence의 더 적합한 역어이다.) 예컨대 아마존 닷컴, 옥션, G-마켓 등 온라인 상점에서 고객은 별점 정보와 댓글을 확인하며 판매자의 신뢰와 상품의 품질에 대해 판단하고, 거래가 끝나면 별점을 매기고 댓글을 올려서 판매자와 상품을 평가한다. 아마도 전세계적에서 매일 수천 만  혹은 수억 건의 온라인 거래가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집단지능이 일상화된 예이다. SNS의 맞춤형 친구 추천, 검색 사이트의 개인화 서비스. 인터넷 쇼핑몰이나 인터넷 서점의 맞춤형 상품 추천 , 스마트폰의 음성 어시스턴트, A.I. 스피커의 음성 제어, 자율주행 자동차, 자동화 공장, 드론 등 인공지능의 목록은 이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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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을 지능(intelligence)의 관점에서 파악하려다 보면,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능에 대한 20세기적 패러다임, 즉, IQ 패러다임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그러한 현상을 지능이 아니라 다른 개념으로 표현해야 한다. 지능 개념의 현실 부적합 정도가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능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쓸 수는 없다. 필자는 지능에 관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고 본다. 집단 지능이나 인공지능을 굳이 지능이 아닌 다른 용어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1) 그렇다면 지능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앞 글에서 지적한 IQ 패러다임의 다섯 가지 특성을 재고하면서 논의해 보자. 지능은 정신적인 능력(mental capability)인가? 지능이 추론, 문제 풀이, 추상적 사고, 이해, 학습, 기억 등을 포괄하는 정신적 능력인가? 정신적인 능력으로만 지능을 정의하면 우리는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첫째, 지능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리고 왜 출현하였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게 된다. 둘째, 정신(mind)이 없으면 지능이 없다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정신은 두뇌(brain)를 가진 존재만이 갖게 되는데, 두뇌가 없으면 지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예컨대 두뇌가 없는 식물이나 사물은 지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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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에 대한 좀 포괄적인 정의를 보자. 신경과학자 이대열(2017: 26)은, 지능을 “다양한 환경에서 복잡한 의사결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환경에서 생존과 번영–그것을 이 교수는 유전자의 자기복제라고 한다–에 관련된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이라는 의미이다. 행동과 결과에 촛점을 맞춘 이 정의는 앞의 두 가지 문제를 피해갈 수 있게 해준다. 지능을 진화론적, 발생론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지능을 정신 혹은 두뇌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다.

2)  지능은 개인적인 능력인가? 만약 지능이 정신 능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문제 해결 능력이라면, 더 이상 지능은 개인적인 속성으로만 간주될 수는 없다. 환경이나 주위로부터 도전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접근해야 더 잘 대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생물학자들이 지적하듯이 개체들 사이의 경쟁이 아니라 개체들 간의 협력(collaboration)이 유전자의 자기복제, 즉, 생존과 번영에 효과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크로포트킨, 2005; 벤클러 2015;  이대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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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인터넷을 통해서 나타나는 새로운 유형의 지능 현상에 주목하는 사회과학 저술이 등장하였다. 그것은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 레비, 1994/2002; 셔키, 2008; 리드비터, 2009)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군중의 지혜(wisdom of crowds: 서로위키, 2004)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군집지능(swarm intelligence: Gloor, 2006)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모두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은, 인터넷 상에서는 중앙의 조정 없이도 많은 사람들이 생존에 관련해서 높은 수준의 지능, 즉, 상황 대처 능력, 문제해결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블록체인(blockchain)도 집단지능의 일종이다. 그것은 P2P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협력을 유도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교환(거래)에 요구되는 신뢰와 인증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Norman, 2017).

3) 지능은 선천적인 능력인가? 집단지능을 지능 혹은 지능 현상으로 인정하면, 지능이 선천적인 것이냐 양육될 수 있는 것이냐는 하는 논의는 무의미해진다.  집단 구성원의 상호작용, 특히, 협력을 통해서 창출되는 지능은 정의상 천부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 충분히 실현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화학적, 물리적 혹은 의학적 처치로 지능을 일시적으로 강화시키거나 무생물에게마저 인위적으로  지능을 부여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면, 지능은 더 이상 자연적인라고도, 양육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하나의 기능(function)이 된다. 이미 신경 향상(neuro-enhansment) 기술의 초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모다피닐(Modafinil)은 기면증 치료제로 개발되었음에도, 대학생, 컨설턴트,  심지어 군인들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두뇌 강화제로 사용하고 있으며(Battleday et. al., 2015), 인공지능-로봇은 안내, 문서처리, 회계 등과 같은 정부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Baart,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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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능은 IQ 테스트와 같이 동일한 척도로 측정되고 비교될 수 있을까? 알파고처럼 바둑을 두는 A.I., 전자제품을 자율적으로 제어하는 A.I., 전투를 수행하는 A.I. 로봇, 화성을 탐험하는 A.I.로봇, 자율주행차, 산업스파이용 A.I. 드론, IBM Watson 같은 암진단 전용 A.I.,  그리고 가사용 A.I. 로봇처럼 특정한 분야에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A.I.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러한 A.I.들의 지능 수준이 어떻게 측정되고 상호 비교될 것인가. 또 서로 다른 분야,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A.I.의 지능이 설령 비교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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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구상에서 인간이 가장 높은 지능을 지니고 있을까?  인간은 생물 중 가장 복잡한 문제들에 관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이대열 교수(2017)는, A.I.가 스스로 자신을 복제하고, 그 복제를 위해 두뇌를 사용할 수 없는 한 A.I.의 지능이 높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먼훗날 A.I.가 그렇게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아무리 바둑을 잘 두고 암 진단을 잘 한다고 할 지라도 자율성이 없는 A.I.는 결코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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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에서도 지적했지만, 누가 누구보다 더 지능이 높다는 판단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구상에서 인간이 가장 복잡하고 발전된 문명을 이룩했지만, 만약 바로 그 문명 때문에 핵전쟁이 일어나고 지구가 죽음의 행성으로 변해버린다면 과연 인간은 아메바나 식물보다 더 지능이 높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인간은 유전자의 자기 복제에 완전히 실패한 것이 될텐데.

이제 지능이라는 개념을 20세기적 IQ 패러다임에서 풀어주자. 그럴 때가 되었다. (윤영민, 2017-02-05).

참고문헌

레비, 피에르(권수경 역). 1994/2002. <집단지성: 사이버공간의 인류학을 위하여>. 문학과지성사.

리드비터, 찰스(이순희 역). 2009.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21세기북스.

벤클러, 요차이(이현주 역). 2013. <펭귄과 리바이어던>. 반비 출판.

서로위키, 제임스(홍대운/이창근 역). 2004. <대중의 지혜: 시장과 사회를 움직이는 힘>. 랜덤하우스.

서키, 클레이(송연석 역). 2008. <끌리고쏠리고들끓다>. 갤리온.

이대열. 2017. <지능의 탄생>. 바다출판사.

크로포트킨, P. A.(김영범 역). <만물은 서로 돕는다>. 르네상스.

Baart, Ruben. 2016/09/07. “Robots Taking Government Jobs”. NNN. 

Gloor, Peter. 2006. Swarm Creativity. Oxford University Press.

Norman, Alan T. 2017. Block Chain Explained. Alan T. Norman. Kindle book.

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2): IQ 패러다임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 느껴지지만 20세기초 사회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학문 중 하나는 우생학(eugenics)이었다.  우생학이란 좋은 형질의 유전은 장려하고 나쁜 형질의 유전은 억제해서 인간의 유전체를 개선하겠다는 학문이다.

우생학은 인종주의와 결합되어 독일에서는 히틀러 정부의 유태인 학살, 미국에서는 반인종적 이민법, 일본에서는 조선인 학살과 식민 지배의 정당화를 낳았으며, 일부 국가들에서는 범죄자나 정신박약자는 물론이고 사회적 약자들을 없애는 거세법(단종법)과 같은  야만적, 범죄적, 반인도주의적 정책과 제도를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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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미있게도 우생학의 시조로 간주되는 프랜시스 갈톤(Francis Galton)–그는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사촌이다–은 현대 지능 연구의 창시자 중 1인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들이 지닌 지적 능력의 차이에 관심이 많았고, 지능을 측정하는 통계적 방법을 고안했다(Ritchie, 2015). 그에게 지능은 인간의 정신적 능력(mental capability)을 의미했으며, 지능은 기본적으로 유전적이나 양육에 의해서 일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능과 관련해서 오늘날까지도 사용되는 “자연과 양육(nature and nulture)”이라는  유명한 표현을 남기기도 했다.

갈톤의 연구를 이어받아 20세기 전반 지능에 대한 연구를 끌어간 것은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의 심리학자들이었다. 그 중 미국 스탠포드 교육대학원의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Lewis Terman)은 IQ(Intelligence Quotient)라는 용어를 고안했고 IQ의 측정 도구의 개발과 향상에 앞서 갔다. 흥미있게도 그는 심리학자이면서 갈톤과 마찬가지로 저명한 우생학자였다.

터먼이 제시한 공식에 의하면, 한 사람의 IQ는 그의 정신 연령을 생물학적 연령을 나눈값에 100을 곱한 값이다(아래 그림 참조). 만약 어떤 사람의 IQ가 100이라면, 그는 생물학적 나이와 정신 연령이 동일한, 즉, 동 세대의 평균적 지능을 갖고 있다고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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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흥미있는 공식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피검자의 ‘정신 연령’이 결국 IQ를 좌우한다. 만약 아동에 대한 IQ 테스트라면, 아동이 조숙할수록(정신 연령이 높을수록), IQ가 높게 나오게 된다. 예컨대 IQ 점수가 아주 높아 ‘신동’으로 간주될 정도라면 그것은 그 아이가 이례적으로 조숙함을 의미하는 셈이다. 아동의 높은 IQ는, 그가 평생동안 뛰어난 지능을 지닐 것임을 함축하지는 않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두뇌 능력이 대부분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는 우생학적 입장이 아니라, 만약 우리가, 지능이 교육과 같은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으며 평생 동안 변화될 수 있다는 입장에 선다면, 아동의 IQ는 그 아이의 조숙성의 정도를 가리키고 있을 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당시 IQ를 연구하던 심리학자들에게 지능이란 추론, 문제 풀이, 추상적 사고, 이해, 학습, 기억 등을 포괄하는 정신적 능력을 의미했으며, 그것은 상당부분 선천적으로, 다시말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속성이었다. 그들은, 특히, 뛰어난 정신적 능력, 즉, 천재(天才)는 문자 그대로, 하늘이 주는 재주, 타고나는 능력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초기 IQ 연구자들은 왜 굳이 인간의 지능을 측정하려고 했을까? 그것과 우생학과의 친화성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사람들을 선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아마 “머리가 아주 나쁜 사람들”을 골라내거나 반대로 “머리가 아주 좋은 사람들”을 골라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후자보다는 전자가 더 큰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20세기초 프랑스에서는 공립(초등)학교 입학 대상 아동들 중 수학 능력이 없는 학생들을 선별하여 입학에서 배제하는데 사용되었으며, 1차대전 때는 지능이 떨어지는 청년들을 징병에서 배제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IQ가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의 도구였던 것이다.

iq and social exclusion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필자의 생각에도 IQ 검사는 백해무익하다. IQ가 높게 나온 피검자는 평생 자신이 머리가 좋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살고, IQ가 낮게 나온 피검자는 평생 그 숫자를 낙인이나 저주처럼 안고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 개인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발달한 오늘날 IQ 검사의 유일한 용도는 사회적 배제 뿐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Q 중심의 지능 연구는 20세기 내내 지능에 대한 인류의 상상을 지배했다. 학자들에 따라서 지능이 다소 다르게 정의되고, 다르게 분류되거나 유형화되었지만 다음  다섯 가지 점에 있어서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1) 지능은 정신적인 능력이다, 2) 지능은 개인적인 능력이다, 3) 지능은 상당부분 선천적이다, 4) 지능은 IQ 테스트와 같이 동일한 척도로 측정되고 비교될 수 있다, 5) 지구상에서 인간이 가장 높은 지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과연 지능은 IQ 패러다임 내에서 밖에 이해될 수 없는 것일까? 지능의 다섯 가지 특성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보다 최근의 연구와 현상을 가지고 그 특성들을 음미해 보자. (2018-02-02, 윤영민)

참고 문헌: Ritchie, Stuart. 2015. Intelligence: All That Matters. London: John Murray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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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이라는 이름의 게임(1): 배경

개인이나 집단의 생존과 번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경제학에서 생산의 3요소로 토지, 노동, 자본을 드는 것을 보면 적어도 현대경제학의 토대가 마련된 18-19세기에는 그 세 가지가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자원이 넉넉하고(자연 자원), 열심히 일하며(노동), 돈이 충분히 투입되면(자본) 개인이든 기업이든 풍부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그러한 인식은 남의 자원을 강탈하거나 남의 노동을 착취하고 돈이 돈을 낳게 하면서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모습으로도 실현되었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중화학공업, 대기업, 대량생산 체제가 출현하고,  20세기 전반에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과학과 기술(science and technology), 경영(management), 그리고 국가(state)가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요소로 추가되었다.  비행기, 잠수함, 원자폭탄 등과 같은 첨단 병기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였으며, 교통통신의 발달로 시장이 전국화되고 국경을 넘어가면서 기업의 규모가 팽창하고 대량 생산, 대량 유통, 대량 판매가 실현되었으며, 덕분에 기업 경영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경영학이 하나의 새로운 학문 분야가 되기도 했다.  또한 각 민족들이 앞다투어 독립적인 국가를 세우면서 다수의 민족-국가(nation-state)가 등장하고, 독일이나 일본 같은 소위 후발국들이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에 성공하면서  민족-국가가 생존과 번영의 새로운 단위, 새로운 주체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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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이후 정보이론의 출현과 함께 컴퓨터와 제어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였으며, 1960년대 후반에는 그 기술이 통신공학과 접합되면서 네트워크 기술이 추가되었다. 사실 그것은  국가간 첨단무기 경쟁과 민족국가 발전의 부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2차대전이 냉전으로 이어지면서 강대국 사이에는 미사일과 핵무기, 우주 탐험, 정보전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으며, 경제, 금융, 교육, 연구, 복지, 주택 등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 국가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면서 정부의 정책 수립과 업무 수행은 인구 조사, 주택조사, 산업체 조사, 시장 조사, 여론 조사 등 온갖 유형의 대규모 조사를 토대로 이루어졌고, 그것은 계산, 제어, 네트워크, 암호 기술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수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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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대전 이후 과학기술은 기업들 사이의 경쟁에서 뿐 아니라  국가간 경쟁에서도 가장 첨예한 전선을 형성하였다.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도 R&D 투자에 팔을 걷어부쳤다. 이는 20세기 후반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을 필두로 생명공학(bio-technology), 신경과학(neuro-sciecne) 등의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를 목격하면서 학자와 사회비평가들 사이에서는 가치의 원천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해석이 등장하였다. 1960년대 이후에 새로운 가치가 정보(information) 혹은 지식(knowledge)에서 나온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으며, 데이터베이스, 인터넷, 스마트폰이 발달한 1990년대 이후에는 네트워크(network) 이론이 주목을 받았고, 2010년대에는 데이터(data)가 새로운 시대의 석유라는 주장이 대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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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연구와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지능(intelligence)이 가치의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은 정보서비스 산업은 물론이고 로봇 산업을 위시한 각종 제조업에 도입되면서 인류의 미래를 규정할 테크놀로지로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이러한 맥락을 염두에 두고 이제 지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지능의 본질은 무엇일까? 신경과학, 진화생물학, 컴퓨터 과학, 화학, 물리학등의 발달에 기반한 집단지성, 인간 강화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지능은 과연 과학과 산업의 새로운 프런티어가 될 것인가? 앞으로 지능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까? 그리고 지능의 진화는 인간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무척 무겁고 어려운 질문들이지만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탐색해 보자.  (2018-02-01, 윤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