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팬데믹과 감시기술

코로나 19가 초래한 중대한 사회적 변화 중 하나는 감시기술(surveillance technology)의 광범위한 수용이다.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전자거래 로그(log), 휴대폰 통화 로그, CCTV 기록 등 감시기술을, 2020년 코로나 19 발생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주민들이 그러한 조치를 기꺼이 수용하고 있는 나라가 많다.

코로나 19의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으로 전염병 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신속한 백신 접종, 둘째, 감시기술의 광범위한 활용, 세째, 주민들의 적극적 예방 행동이 그것이다. 두 번째 것은 현재가 정보기술 기반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안이다.

팬데믹의 대처에 우리나라는 감시기술을 그 어느 국가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 사용기록, 스마트폰 통화 기록, CCTV 기록 등을 사용해서 확진자의 활동 경로를 신속하게 역추적하여 관련 장소에 대해 방역이나 일시적 폐쇄 조치를 취하고 그 정보를 공개해서 주민들이 확진자를 접촉하거나 근처에 있지 않았나를 확인하여 코로나 19 검사를 받거나 그 장소의 방문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감시기술의 활용은 비단 우리나라 뿐이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대중교통에 얼굴인식기술을 설치해서 마스크 착용을 모너터링하고 있으며, EU의 모든 국가들이 휴대폰 정보를 이용해서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역추적하고, 기업들은 CCTV를 이용해서 종업원과 고객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는가 모니터링한다.

코로나 19 전염이, 감시기술의 사용을 정상적인 삶의 일부로 수용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팬데믹 중에는 물론이고 팬데믹 이후에도 감시기술의 사용은 우리의 일상 속에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문헌

Justin Fendos. 2020/04/29. How surveillance technology powered South Korea’s Covid-19 reponse”.  Brookings. 

Melissa Heikkila. 2021/05/26. “The rise of AI surveillance”. POLITICO.EU.

AI 감시의 시대

AI는 개인적인 문제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과업, 나아가 국가적인 난제를 풀어가는 해결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AI를 제대로 작동하도록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감시(surveillance)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고 있다. AI에 대한 높은 기대에 가려진 것이다.

AI 감시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AI(즉, 알고리즘)가 현실에 응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훈련되어야 하는데, AI 훈련에는 대량의 훈련 데이터가 요구된다는 의미이다. 그 데이터는 대상에 대한 감시를 통해서 습득된 데이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훈련과정에 현실적합성이 높은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사용할수록 AI는 잘 학습된다. AI가 과업을 잘 수행하게 된다는 말이다. 예컨대 날씨를 예측하는 AI는 양질의 기후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여 훈련될수록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AI가 될 것이다. 또한 종업원의 고객 서비스를 예측하는 AI는 각 종업원의 고객 응대 데이터가 많이 수집되어 있을수록 종업원 개개인의 고객 서비스를 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AI가 팬데믹 관련해서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의미이다. 최근의 코로나 19 팬데믹에서 목격되고 있듯이 AI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예컨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데 사용되기도 하고 광장에서 사람들이 규정에 맞게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하는 종업원들이 업무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한 마디로 AI 감시란 AI 활용을 위한 감시를 의미하기도 하고 AI의 활용을 통한 감시를 의미하기도 한다. AI와 관련해서 개인정보보호와 프라이버시를 논의하려면 그 두 가지 측면의 감시(surveillance)를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Melissa Heikkila. 2021/05/26. “The rise of AI surveillance”. POLITICO.EU.

섹스와 결혼에 대한 미국인의 의식변화

오늘 날아온 갤럽 소식에 지난 20년 동안 섹스와 결혼에 관한 미국인들의 의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섯 가지 행위가 언급되었는데 그 중 한 가지만 8년 동안의 변화이고 나머지는 20년 동안의 변화이다. 간략히 요약한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된 “Continuing Change in U.S. Views on Sex and Marriage”을 참고하기 바란다. 갤럽의 2021년 5월 업데이트에 포함된 사항이다.

한 마디로 미국인들은 기준이 되는 년도의 갤럽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섹스와 결혼에 관해 미국인들은 도덕적으로 더 관대해졌다.

  1. 동성애(gay and lesbian relations)를 도덕적으로 용인하는 비율은 40%에서 69%로 증가했음
  2. 싱글맘(혹은 싱글파)에 대한 용인 비율은 45%에서 67%로 증가했음
  3. 부부가 아닌 남녀간의 섹스에 대한 용인 비율은 53%에서 73%로 증가했음
  4. 이혼에 대한 용인 비율은 59%에서 79%로 증가했음
  5. 일부다처제에 대한 용인 비율은 7%에서 20%로 증가했음
  6. 틴에이저들의 섹스에 대한 용인 비율은 32%에서 43%로 증가했음(이 항목은 2013년과 2021년의 조사결과를 비교한 것임)

이 조사결과는 동성애, 혼외 임신, 싱글모(혹은 부), 비혼 남녀의 성관계, 그리고 이혼, 이 다섯 가지는 미국사회에서 더 이상 주목받는 탈규범적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규범으로 정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항목들에 대해서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인 70% 정도가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국민들의 의식도 유사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지 않을까? (2021-06-20)

인터넷과 민주주의의 연결 고리: 집단 극단화

정치과정의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다른 정치체제, 예컨대 독재주의나 권위주의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다수결의 원칙을 지적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자유로운 투표를 지적할 것이다. 이러한 지적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단순히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거나 다수결의 원칙을 투표를 통해 구현한다는 주장에는 무언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만약 의사결정 전에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이 없다면,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은 구성원이 지닌 선입견을 기계적으로 취합한 결과를 따르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하고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대화(dialogue)와 토론(discussion)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설령 비밀 투표가 보장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민주주의가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 때문에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민주적 과정의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투표를 통한 민주주의에 회의적인 일부 정치학자들은 대화와 토론을 이념화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주창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화와 토론의 이상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술적 연구도 적지 않다. 특히 집단 토의(group discussion)가 극단적인 의사결정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그렇다. 그중에서도 그것은 집단 극단화에 관한 사회심리학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밝혀졌다. 집단 극단화는 인터넷 기반의 현대사회를 이해하는데도 중요하고 나아가 인터넷과 민주주의에 관계를 이해하는데도 중요하다.

한 마디로 집단극단화(group polarization)는 유사한 성향을 지닌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어떤 문제에 관해 토론을 하면, 토론 전에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평균적인 입장보다 그 집단은 더 극단적인 입장을 갖게 되며, 구성원 개개인도 더 극단적인 입장을 보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아래 그림을 보면, 토론 전에 집단의 평균적인 관점이 부정적인 경우 토론 후에 구성원들은 토론 전보다 더 부정적인 관점을 갖게 되며(example 1), 토론 전에 집단의 평균적인 관점이 긍정적인 경우 토론 후에 구성원들은 토론 전보다 더 긍정적인 관점을 갖게 된다(example 2).

AP Psychology on Twitter: "Group Polarization - Tendency of group members to move to an extreme position after discussing an issue as a group. #APpsych… https://t.co/fN5mSJeHS8"

당연한 말이겠지만 모든 집단토의가 집단극단화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정치적 민주주의와 민주적 의사결정이 근본적으로 부정된다. 무력 충돌 대신 대화–그것이 설령 종국에 투표를 통해서 종다수 원칙을 적용하게 된다고 하더라도–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집단내 갈등을 해결한다는 정치 이념은 약자나 소수자의 입장에서는 속임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토의가 항상 집단극단화로 귀결된다면 결국 강한 자 혹은 다수가 항상 배타적으로 지배하는데 약자나 소수자에게 대화나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집단극단화가 관찰되는 것은 토의가 발생하는 집단이 무엇보다 동질적(homogeneous)인 경우이다. 동질적이란 구성원들이 유사한 정치성향을 갖고 있거나 동일한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집단의 구성원들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거나,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거나, 같은 직장에 다닌다거나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 혹은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근본적으로는 위와 같은 이유가 되겠지만, 다른 몇 가지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다. 첫째, 쉽게 가입과 탈퇴가 가능한 집단에서의 집단토의도 집단극단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집단의 구성원들이 동질적은 아니지만, 구성원들이 그 집단을 쉽게 떠날 수 있는 경우 그 집단의 구성원들은 점차 혹은 빠르게 동질적이 될 수 있다. 그 집단의 다수 구성원들과 생각이 다른 구성원들은 불편한 입장이 되어 그 집단을 탈퇴하게 되면 그 집단에는 비슷한 생각이나 입장을 지닌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집단토의에 다양하고 충분한 정보와 의견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이다. 그런 경우 특정한(대부분 검증되지 않고 편향된) 정보나 의견에 휘둘려 구성원들은 극단적 입장으로 쏠리기 쉽다. 이는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셋째, 어떤 집단이 지리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경우이다.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말은 마음의 벽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집단의 구성원들이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어떤 말도 곧이 곧대로 듣지 않고 자기 집단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에는 확증편향과 편향동화가 발생하여 집단토의가 집단극단화에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확증편향과 편향동화에 관해서는 이 블로그의 다른 글 ‘편향된 세상의 정치와 언론’을 참조할 것)

문제는 인터넷에 동질적인 집단이 차고 넘친다는데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같은 정보과잉의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입맛에 맛는 정보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것은 자기보호본능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현상이다. 다양한 정보나 의견을 구하려다가는 헤어나오기 어려운 엄청난 정보와 의견의 늪에 빠지게 된다면 자신의 구미에 맞는 정보와 의견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인터넷에서 형성되는 온라인 집단은 가입과 탈퇴가 쉽기 때문에 집단의 동질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인터넷은 집단극단화를 부추기는 환경이다.

인터넷은 분명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인터넷은 어떤 사회문제에 관해 유사한 입장과 의견을 가진 시민들이 손쉽게 집단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바로 동일한 이유 때문에 인터넷은 집단극단화의 온상이 된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사회에서 진행된 상황을 보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는지 아니면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지 쉽게 속단할 수 없다. 한편으로 이전에는 주장이 분명치 않았던 소외 대중이나 소수집단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분명 민주주의는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극단적 주장이 넘쳐나고 사회갈등을 대화로 풀어내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인터넷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서는 판단이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 문제의 핵심에 인터넷으로 인한 집단극단화 현상이 있다. (2021-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