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다’ 사건과 개인정보 침해 문제

2020년 12월 정식 오픈했던 채팅 A.I. ‘이루다’ 서비스는 한 달도 못채우고 중단된 상태이다. 베타서비스 중 ‘지구 최강 챗봇’이라는 평가까지 받았고 서비스가 개설되자마자 4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나오는 등 크게 성공할 가능성을 보였지만, 개인정보 침해로 인해 ‘이루다’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태가 되었다. 이루다 서비스의 중단은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A.I.가 탄생하려면 수행하려는 기능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그 모델을 학습시켜야 한다.1 컴퓨팅 환경이 동일하다면 모델의 우수성과 학습 데이터의 품질이 A.I.의 능력을 좌우한다.

이루다를 개발한 스캐터랩은 자사의 ‘연애의 과학’이라는 컨텐츠 서비스를 통해서 수집한 100억 건에 달하는 카카오톡 대화를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사단이 났다.

2021년 2월말 현재 스캐터랩은 개인정보침해에 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조사 결과가 나오면 보다 정확한 진실을 알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의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스캐터랩이 개인정보보호에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언론 기사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사건 발생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캐터랩 대표는 ” “이루다 논란으로 AI 개발자들이 벤처 기업에서 이탈하거나, 벤처 생태계가 위축될까 봐 두렵다.” “중국 벤처기업이 온갖 데이터를 쉽게 구해 끌어쓰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며 “한국 벤처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연합뉴스 2021/01/13) 이는 개인정보에 관한 사업자의 인식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연애의과학’ 서비스 앱의 로그인 창을 보면 바로 운영자가 개인정보보호 원칙에 소홀하다는 사실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아래 그림의 맨밑을 보면 “로그인함으로써 이용약관 및 개인정보취급방침에 동의합니다.” 라는 문장을 볼 수 있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에는 그 범위와 용도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로그인’으로 동의 절차를 대체함으로써 사용자는 사업자가 원하는 모든 유형의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동의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사용자가 그중 한 가지라도 반대해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방식이다. 그런 로그인에서는 개인정보의 동의 절차가 요식 행위에 그치는 소위 ‘강요된 필수동의’이다.

개인정보보호나 프라이버시 보호는 요식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는 기업이나 개인의 운명을 바꿀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다.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업체나 기관 혹은 개인은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과 제도를 제대로 인식하고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침해 사건이 발생한 후에 바로 잡기는 대단히 힘들다.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서는 적용되는 법률도 엄중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수십만 명 혹은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 대상으로 ‘전쟁’을 벌여야 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1-03-01)

(미주)

  1. ‘알파고 제로’처럼 실제 데이터 대신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학습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은 예외적이고 대개의 경우 실제 데이터를 학습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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