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결혼에 대한 미국인의 의식변화

오늘 날아온 갤럽 소식에 지난 20년 동안 섹스와 결혼에 관한 미국인들의 의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섯 가지 행위가 언급되었는데 그 중 한 가지만 8년 동안의 변화이고 나머지는 20년 동안의 변화이다. 간략히 요약한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된 “Continuing Change in U.S. Views on Sex and Marriage”을 참고하기 바란다. 갤럽의 2021년 5월 업데이트에 포함된 사항이다.

한 마디로 미국인들은 기준이 되는 년도의 갤럽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섹스와 결혼에 관해 미국인들은 도덕적으로 더 관대해졌다.

  1. 동성애(gay and lesbian relations)를 도덕적으로 용인하는 비율은 40%에서 69%로 증가했음
  2. 싱글맘(혹은 싱글파)에 대한 용인 비율은 45%에서 67%로 증가했음
  3. 부부가 아닌 남녀간의 섹스에 대한 용인 비율은 53%에서 73%로 증가했음
  4. 이혼에 대한 용인 비율은 59%에서 79%로 증가했음
  5. 일부다처제에 대한 용인 비율은 7%에서 20%로 증가했음
  6. 틴에이저들의 섹스에 대한 용인 비율은 32%에서 43%로 증가했음(이 항목은 2013년과 2021년의 조사결과를 비교한 것임)

이 조사결과는 동성애, 혼외 임신, 싱글모(혹은 부), 비혼 남녀의 성관계, 그리고 이혼, 이 다섯 가지는 미국사회에서 더 이상 주목받는 탈규범적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규범으로 정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항목들에 대해서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인 70% 정도가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국민들의 의식도 유사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지 않을까? (2021-06-20)

인터넷과 민주주의의 연결 고리: 집단 극단화

정치과정의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다른 정치체제, 예컨대 독재주의나 권위주의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다수결의 원칙을 지적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자유로운 투표를 지적할 것이다. 이러한 지적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단순히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거나 다수결의 원칙을 투표를 통해 구현한다는 주장에는 무언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만약 의사결정 전에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이 없다면,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은 구성원이 지닌 선입견을 기계적으로 취합한 결과를 따르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하고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대화(dialogue)와 토론(discussion)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설령 비밀 투표가 보장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민주주의가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 때문에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민주적 과정의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투표를 통한 민주주의에 회의적인 일부 정치학자들은 대화와 토론을 이념화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주창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화와 토론의 이상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술적 연구도 적지 않다. 특히 집단 토의(group discussion)가 극단적인 의사결정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그렇다. 그중에서도 그것은 집단 극단화에 관한 사회심리학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밝혀졌다. 집단 극단화는 인터넷 기반의 현대사회를 이해하는데도 중요하고 나아가 인터넷과 민주주의에 관계를 이해하는데도 중요하다.

한 마디로 집단극단화(group polarization)는 유사한 성향을 지닌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어떤 문제에 관해 토론을 하면, 토론 전에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평균적인 입장보다 그 집단은 더 극단적인 입장을 갖게 되며, 구성원 개개인도 더 극단적인 입장을 보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아래 그림을 보면, 토론 전에 집단의 평균적인 관점이 부정적인 경우 토론 후에 구성원들은 토론 전보다 더 부정적인 관점을 갖게 되며(example 1), 토론 전에 집단의 평균적인 관점이 긍정적인 경우 토론 후에 구성원들은 토론 전보다 더 긍정적인 관점을 갖게 된다(example 2).

AP Psychology on Twitter: "Group Polarization - Tendency of group members to move to an extreme position after discussing an issue as a group. #APpsych… https://t.co/fN5mSJeHS8"

당연한 말이겠지만 모든 집단토의가 집단극단화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정치적 민주주의와 민주적 의사결정이 근본적으로 부정된다. 무력 충돌 대신 대화–그것이 설령 종국에 투표를 통해서 종다수 원칙을 적용하게 된다고 하더라도–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집단내 갈등을 해결한다는 정치 이념은 약자나 소수자의 입장에서는 속임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토의가 항상 집단극단화로 귀결된다면 결국 강한 자 혹은 다수가 항상 배타적으로 지배하는데 약자나 소수자에게 대화나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집단극단화가 관찰되는 것은 토의가 발생하는 집단이 무엇보다 동질적(homogeneous)인 경우이다. 동질적이란 구성원들이 유사한 정치성향을 갖고 있거나 동일한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집단의 구성원들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거나,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거나, 같은 직장에 다닌다거나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 혹은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근본적으로는 위와 같은 이유가 되겠지만, 다른 몇 가지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다. 첫째, 쉽게 가입과 탈퇴가 가능한 집단에서의 집단토의도 집단극단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집단의 구성원들이 동질적은 아니지만, 구성원들이 그 집단을 쉽게 떠날 수 있는 경우 그 집단의 구성원들은 점차 혹은 빠르게 동질적이 될 수 있다. 그 집단의 다수 구성원들과 생각이 다른 구성원들은 불편한 입장이 되어 그 집단을 탈퇴하게 되면 그 집단에는 비슷한 생각이나 입장을 지닌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집단토의에 다양하고 충분한 정보와 의견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이다. 그런 경우 특정한(대부분 검증되지 않고 편향된) 정보나 의견에 휘둘려 구성원들은 극단적 입장으로 쏠리기 쉽다. 이는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셋째, 어떤 집단이 지리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경우이다.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말은 마음의 벽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집단의 구성원들이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어떤 말도 곧이 곧대로 듣지 않고 자기 집단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에는 확증편향과 편향동화가 발생하여 집단토의가 집단극단화에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확증편향과 편향동화에 관해서는 이 블로그의 다른 글 ‘편향된 세상의 정치와 언론’을 참조할 것)

문제는 인터넷에 동질적인 집단이 차고 넘친다는데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같은 정보과잉의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입맛에 맛는 정보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것은 자기보호본능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현상이다. 다양한 정보나 의견을 구하려다가는 헤어나오기 어려운 엄청난 정보와 의견의 늪에 빠지게 된다면 자신의 구미에 맞는 정보와 의견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인터넷에서 형성되는 온라인 집단은 가입과 탈퇴가 쉽기 때문에 집단의 동질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인터넷은 집단극단화를 부추기는 환경이다.

인터넷은 분명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인터넷은 어떤 사회문제에 관해 유사한 입장과 의견을 가진 시민들이 손쉽게 집단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바로 동일한 이유 때문에 인터넷은 집단극단화의 온상이 된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사회에서 진행된 상황을 보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는지 아니면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지 쉽게 속단할 수 없다. 한편으로 이전에는 주장이 분명치 않았던 소외 대중이나 소수집단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분명 민주주의는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극단적 주장이 넘쳐나고 사회갈등을 대화로 풀어내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인터넷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서는 판단이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 문제의 핵심에 인터넷으로 인한 집단극단화 현상이 있다. (2021-06-15)

팬데믹과 소셜미디어 트렌드

코로나 19의 확산은 소셜미디어 사용의 세계적인 급증을 낳았다. 주요 소셜미디어는 모두 그 흐름의 혜택을 보았지만 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갔던 것 같지는 않다. 최대의 사용자를 가진 페이스북유튜브에 가장 큰 몫이 돌아갔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사용자는 각각 2억9천1백만명이 증가했고, 증가비율로는 페이스북이 11.9%, 유튜브가 14.55%이다(아래 두 그림 비교).

그러나 나라별로 소셜미디어 사용자 증가패턴이 다르게 나타났다. 아래 두 그림을 비교해 보면 페이스북 사용자수가 인도에서 가장 많이 증가하였고, 인도네시아,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에서도 인도와 비슷한 비율로 증가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증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페이스북 사용자수가 감소했다는 연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셜미디어 중 팬데믹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단연 유튜브였다. ‘오픈서베이’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유튜브가 주 이용 소셜미디어라는 응답자가 2020년 41.9%에서 2021년 49.4%로 7.5%가 증가했다. 여타 주요 소셜미디어 중에는 트위터만 예외일 뿐 인스타그램,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의 동일한 응답자 비율이 모두 감소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소셜미디어의 글로벌 트렌드와 로컬 트렌드가 불일치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팬데믹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소셜미디어 사용자와 사용시간이 증가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2021년에 2020년에 확인된 몇 가지 주요 트렌드에 변화가 있었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1) 먼저 기술기반의 측면에서 유선 통신의 경우 2018년에 보급되기 시작한 10Gbps가 더욱 확산되고 있으며, 무선 통신은 2019년에 도입된 5G 이동통신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2) 웹(web)에서 앱(app)으로의 전환도 계속되고 있고, 3) 문자에서 영상으로의 전환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4) 소셜미디어가 쌍방향적인 사회관계 맺기보다 일방향적인 컨텐츠 소비에 사용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5)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선물경제적 플랫폼에서 유튜브로 대표되는 화폐경제적 플랫폼으로 이동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사료된다.

이러한 추세가 지닌 사회적 함축성이 크다. 무엇보다 그것은 인터넷상에서 공동체적 집단이 약화되고 탈공동체적 집단이 융성하는 변화를 수반한다. 또한 탈공동체적 집단 위주로 정보의 공유와 소비가 일어남으로써 집단양극화가 강화되고 허위정보(misinformation)(혹은 가짜뉴스)의 범람이라는 전대미문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일상에서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는 ‘집단양극화’와 ‘가짜뉴스’에 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2021-06-07)